최근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 바람이 경기도 분당, 하남 등 인근 수도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집값이 상승 바람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과 추가 대책에 대한 불안감이 뒤섞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작전이 심화되고 있다.

13일 경기도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이달 들어 경기도에서 759건(12일 기준)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성사됐다. 일 평균 63건의 거래가 있었던 셈이다. 지난달 거래량이 총 5643건으로 일 평균 188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강남발 집값 상승 바람과 정부의 추가 대책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뒤섞이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 지난 5월부터 서울 강남 집값이 상승 조짐을 보이자 인접지역인 분당, 과천, 광명 등에서도 급매물이 속속 소진되며 일부 집값이 오름세를 띄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판교역 인근에 위치한 '판교 푸르지오그랑블' 전용 139㎡는 지난 5월 2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3월 기록했던 기존 최고가 22억5000만원을 뛰어 넘은 가격이다. 바로 근처에 위치한 '판교알파리움1단지'도 지난달 초 96㎡가 14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과천·광명·하남 등도 지난 5~6월 급매물 위주로 매물이 소진되며 집값이 꿈틀거렸다. 통계상으로도 이 같은 흐름은 두드러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과천과 광명은 지난달 부터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과천 집값은 6월 첫째주 매매가가 전주보다 0.06% 상승했고 이후 현재 6주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광명은 6월 3째주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는데 상승폭이 서울과 경기권에서 가장 가파르다. 지난 주 8일을 기준으로 광명의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간 0.38% 뛰었다.

정부가 추가 규제 대책이 필요한 집값 과열로 판단하는 주간 상승률 0.3%를 뛰어 넘은 수치이다. 국토교통부는 주간 집값 상승률이 0.3%를 넘어서면 과열로 판단, 추가 규제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분당과 하남의 경우 통계상 이달들어 집값 상승 조짐이 나타났고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분당에서 10년 넘게 주택 거래를 해 온 한 공인중개사는 "대부분 전세로 살던 세입자들이 집값이 저점이라고 판단해 매매한 경우가 많았으나 5~6월 급매물이 소진된 뒤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주변에서 신고가 경신 거래 사례가 나오면서 매도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매수자들 역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으면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기대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 동향에 크게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수도권에서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으나 상승폭이 미미한 수준이고 전체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분양가 상한제 등 강력한 가격 통제 대책이 나올 수 있어 정책 변수가 있지만 하반기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