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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의 ‘함정’에 빠진 부동산 정책 |주식/펀드/경제

2019-01-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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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의 ‘함정’에 빠진 부동산 정책



지난해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 효과일까.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아파트 상승세가 멈춰섰다. 서울의 아파트 값은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 가격 오름세가 꺾이자마자 부동산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빙하기’에 들어선 시장이 ‘거래절벽’을 맞았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부터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침체론’이 해를 넘기면서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둘러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집 마련의 꿈을 앗아간다며 ‘미친 집값’을 질타하던 여론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때마다 등장했던 ‘거래절벽론’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부동산 정책 흔드는 경기침체론  


“앞으로 부동산투기로 돈 버는 것은 포기하라. 참여정부 임기뿐 아니라 이후에도 부동산투기로 돈 버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 


2003년 말 노무현 대통령이 대전·충남지역 언론 합동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는 부동산시장이 반등하던 때였다. 이전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규제를 풀면서 집값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무엇보다 ‘집값 안정’에 무게를 두고 중·장기적 투기 억제 정책을 만들었다.


2004년에도 전년도의 10·29 부동산 대책을 잇는 여러 보완책이 시행되거나 발표됐다. 3월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 완전금지를 시작으로 서울 강남·분당지역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도입 추진,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방침 확인 등 개선방안이 잇따라 나왔다.


정부가 내민 카드는 효과가 있었다. 1999년부터 꾸준히 오르던 아파트 값은 6년 만에 안정세로 돌아섰다. 서울 강남·송파지역의 아파트 수익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2004년 전국의 아파트 값은 0.29%, 서울은 0.62%에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정작 노무현 정부를 기다린 건 ‘거래절벽’이었다.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경제연구소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 정책이 부동산시장 침체를 불러 왔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종부세 도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종부세를 완화하고 건설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4년 12월 발간한 ‘주요 경제이슈’ 보고서에서 “10·29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경기 안전핀 역할을 하던 건설투자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월간 <전경련>을 통해 2004년 주요 경제뉴스로 ‘부동산시장 급랭’을 꼽기도 했다. 


정부는 거센 부동산 위기론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고 건설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한껏 조였던 부동산 규제 강화의 고삐를 푼 것이다. 먼저 종부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강화방안을 원안보다 후퇴시켰다. 종부세 과세대상은 당초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완화됐고,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바꿔 세부담을 줄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건설경기 부양이 추진됐다. 2004년 7월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투자를 확대하고 주택건설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을 발표했다. 통화당국도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경기부양책에 힘을 실었다. 정부의 정책노선이 건설로 기울자 투기심리가 되살아났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상징인 ‘보유세’ 약화는 투기세력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건설경기 부양 신호가 전해지자 부동산시장은 2005년 초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월 1.05% 오르더니 5월에는 2.20% 상승했다. 무서운 상승세에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8·31 대책을 발표, 완화했던 종부세를 제자리로 되돌렸다. 하지만 8월 대책의 효과는 3개월에 그쳤다. 10월까지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연말부터 다시 시작됐고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과 판교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정부는 여러 보완책을 내놨지만 폭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1월 신년 연설에서 “부동산, 죄송하다. 너무 미안하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잡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집값 폭등 부추기는 부동산 세력의 패턴   


2019년 문재인 정부가 처한 상황은 2004년 노무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폭등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시장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이내 부동산 거래절벽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격 하락과 함께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택매매거래량은 85만6000건으로 전년(94만7000건) 대비 9.6%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서울의 주택매매 거래실적은 9324건에 그쳐 전년 대비 22.6% 감소했고, 12월에는 7000건으로 전년 거래량 1만3740건과 비교해 49.1% 줄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집계한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도 기준선 100을 밑돌고 있다. 주산연은 “1월 HBSI 전망치는 69.3으로 대출규제 및 보유세 강화에 따라 주택사업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현재 폐업한 공인중개사사무소가(1420곳) 개업한 사무소(1343곳)의 숫자를 앞질렀다는 중개업 폐업 확산 소식도 부동산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부동산 지표는 정말 시장의 위기를 가리키는 징후일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서울의 아파트 값은 8.2% 상승했다.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3.2%와 4.7% 상승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둘째 주까지 기록한 하락폭은 0.63%에 불과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실거래가격이 2006년 대비 79.6%나 오른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1월 17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국 5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향후 주택 구입을 원하는 무주택자들이 희망하는 주택 가격은 평균 3억3161만원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4502만원이다.


희망가와 실거래가 사이에 여전히 높은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파트 값이 하락하는데도 좀처럼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이태경 토지정의시민연대 대표는 “최근 나오는 거래절벽과 부동산 침체 우려는 집값 폭등과 거래 폭증을 원하는 부동산 세력의 거짓말”이라며 “진짜 목적은 정부를 흔들어 투기 규제를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경기 부양으로 회귀한 문재인 정부 


문제는 부동산 침체를 볼모로 잡은 ‘협박’이 여전히 통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SOC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건설경기 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던 기존 정책 노선과는 다른 행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차 경제활력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을 예고했다. 경제정책 기조를 우클릭한 것이다. 2004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건설경기 연착륙방안’을 통해 SOC 건설투자 확대를 추진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월 20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시장에 조금이라도 불안한 추가 현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발언 역시 단기 시장 조절 정책을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투기세력 해체를 통한 토지정의를 추구하기보다는 폭등을 막고 가격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뒀다는 얘기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2004년 투기세력이 숨 고르고 있던 시기와 지금 상황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며 “부동산경기가 죽는다고 정부를 흔드니까 건설부양책을 내민 건데 여기로 다시 (투기의) 불이 붙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를 두고도 여당 내부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1월 22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서민과 중산층이 거주하는 중저가 주택은 급격하게 부담이 늘지 않도록 점진적인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당에서 정부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틀 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거친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국토부가 매긴 표준단독주택의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현실화율)은 53%, 지난해에 비해 1.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세금 폭탄론에 밀려 부동산 정책의 토대가 될 보유세 강화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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