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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집주인들의 ‘한 표’ |전문가칼럼

2018-09-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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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집주인들의 ‘한 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노래로도 불려 유명해진 헌법 제1조 2항이다. 이 헌법 조문의 의미는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나서서 나라를 운영할 수는 없다.


그러다보니 대표를 뽑아 권력을 위임한다. 그것이 정부다. 그렇게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은 ‘주인’이고 정부는 ‘대리인’이다. 그런데 주인과 대리인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때가 있고, 대리인이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해 행동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치학과 경제학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돼 온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다. 대리인 문제에서 흔히 거론되는 예가 주주와 전문경영인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은 회사가 건전하게 성장하길 바라지만 대리인인 전문경영인은 재임 중 깜짝 실적을 내 연봉과 보너스가 크게 뛰기를 바랄 수 있다. 이에 전문경영인은 단기 실적에 집착한 잘못된 경영, 나아가 위법적 경영까지 할 수 있고, 이는 회사에 치명타를 준다. 전문경영인들의 회계부정으로 몰락한 미국의 거대기업 엔론과 월드컴, 엄청난 자금을 몰래 고위험자산에 투자한 펀드매니저의 탐욕으로 파산한 영국 베어링은행 등이 그 예다.

                

               

최근의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도 대리인 문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하다. 집값 급등을 보는 국민(주인)과 정부(대리인)의 이해관계가 다른 것 같아서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돼 국민 다수는 집값 안정을 최선의 목표로 여긴다. 하지만 정부의 최대 목표는 권력 유지와 정권 연장이다.


이 불일치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이 포함된 수요억제책과 수도권 신도시 개발 등의 공급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정책들보다 더 강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제 집값은 잡힐까. 그러길 바라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실상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이 예상했거나 예상한 수준보다 강도가 낮다.


개편이 추진되는 종부세의 최고세율이 3.2%로 참여정부 때 최고세율(3.0%)보다 높아졌다고 하지만 고가 1주택자들 절대 다수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색없이 ‘세금폭탄’이라고 떠드는 이들도 있지만 이 정도로 미약한 종부세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신도시를 5개나 만든다고 하지만 집 없는 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주택공급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정부 정책은 중상류층인 비교적(!) 고가 주택 집주인들의 불만까지는 최소화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은 기대와 희망을 품게 만들기 위해 정교하게 짜여진 듯하다.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속은 허당인 이런 ‘작전’이 과연 부동산 ‘선수’들에게 통할까. 


사실 집값과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충격적이지만 보다 확실한 방안은 많다. 국제 수준에 맞추는 종부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분양원가 전면공개, 후분양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공공기관의 보다 과감한 지방 이전 등등…. 하지만 정부는 이런 방안을 채택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부 주요 인사들이 서울 강남에 살아서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유아적 사고는 논외로 하겠다.


이유는 정부의 최대 목표는 정권 연장이고, 담합을 하든, 가만히 앉아 있든 수억원씩 뛰는 집을 갖고 있는 집주인들의 ‘한 표’도 절실하다는 현실에서 나온다. 정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 집값만은 오르길 바라는 집주인 유권자들의 욕구를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집값 오르는 것은 좋지만 단돈 몇 푼이라도 세금 더 내는 것은 억울해 하는 집주인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는 참여정부 때 역대 최강이라는 대책을 18번이나 내놓았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고 정권을 잃었던 경험에서 증명됐다.


집값도 잡고, 정권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집값은 못 잡아도 정권은 잃지 않는 것도 차선일 터이다. 집값도 못 잡고 정권도 잃는 최악의 상황만 피하고 싶은 거다. 


내 집값이 오르기를 원하는 집주인과 내가 사고 싶은 집 가격이 내리기를 바라는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싫어할 만한 정책은 피해가면서 ‘미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조세저항을 두려워하며 내놓는 세금대책이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혹자들은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한 달 만에 몇억원씩 집값이 뛰는 판은 경제논리가 통하는 시장이 아니다.


이런 시장 같지 않은 시장이 시장원리로 통제될 수 있을까. “비합리적인 세상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할아버지뻘 선구자인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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