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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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눈높이와 거꾸로 가는 국민주택 축소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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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져 가구원 수가 줄어들면 ‘국민주택’의 크기도 축소해야 할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집값을 잡는 방안 중 하나로 ‘전용면적 85㎡ 주택 중 고가 주택이 많으므로 국민주택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소형 주택으로 분류되는 크기의 서울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서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전용면적 85㎡’라는 국민주택규모는 당초 정부가 1980년대 극심해진 수도권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공급계획을 시행하면서 정한 기준이다. 정책 편의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집의 면적을 수도권은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외 지역은 100㎡ 이하로 정한 게 시작이다.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도 전용면적 85㎡가 중요한 기준이다. 정부가 주택 청약 기준을 강화한 8·2 부동산대책이 시행되면서, 2017년 9월부터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지역의 청약가점제 적용 비율이 대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85㎡ 이하 주택인 경우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공급물량의 100%, 조정대상지역은 75%를 가점이 높은 순으로 분양자를 선정한다. 전용면적이 85㎡를 넘는 주택도 투기과열지구는 50%, 조정대상지역은 30%씩 청약가점제를 적용해 분양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권 주요 신도시는 대부분 투기과열지구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5명(2017년 기준)이다. 한 집에 2~3명이 함께 사는 게 일반적이란 뜻이다. 지난 2011년 개정된 주택법에 따르면 1인당 최소 주거면적은 14㎡이고, 2인 기준은 26㎡, 3인 기준은 36㎡다.

그러나 이 같은 최소 주거면적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준일 뿐,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형화된 가구나 다양해진 가전제품 등을 둘 공간은 고려하지 않는다. 단순히 ‘전용면적 85㎡라는 국민주택 기준에 맞는 집은 규모가 크고 비싼 값에 거래되니 국민주택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국가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1인당 주거면적이 늘어나는 게 보편적인 흐름이다. 유엔인간정주위원회(UNCHS) 조사에 따르면, 국가 경제 수준과 국민 1인당 주거면적은 비례하는 편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나라에서는 주거면적이 20㎡ 이상인 인구가 전체의 60%에 육박하지만,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저개발 국가에선 1인당 주거면적이 20㎡를 넘는 인구 비중이 5~15%에 그친다.

유럽연합(EU)의 경우에는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소득수준 같은 경제력 순위가 1인당 주거면적 순위와 대체로 겹치는 편이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경제력 상위권에 속하는데, 이 나라들은 모두 1인당 주거전용면적이 40㎡ 안팎이다. 국제적으로 주거의 질을 평가할 때 1인당 주거면적을 따지는 이유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주거면적은 평균 31.7㎡다. 2006년 26.2㎡에서 완만하게 상승했다. 그럼에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충분치 않은 편이다. 지역 간 평균 집값 격차가 있는 탓에 도(道), 광역시, 수도권 순으로 1인당 주거면적이 작아진다.

한국의 법적 최소 주거면적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작은 편이다. 일본의 경우 도심 지역 거주자의 최소 주거면적을 1인 기준 25㎡, 이상적인 1인당 주거면적은 40㎡ 이상으로 규정한다.

영국의 경우 2010년대 들어서는 주택 공급 확대뿐 아니라 주거의 질을 개선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수도 런던을 비롯한 지자체들은 2011년부터 개별적으로 신규 주택의 1인당 최소주거면적의 기준을 정했고, 2015년에는 영국 정부 차원에서 새로 짓는 주택에 적용하는 기준을 세웠다.

신규 주택의 최소 면적은 가구원 수와 침실(방) 수에 따라 달라진다. 영국의 정부 지침에 따르면 침실이 하나인 1인 가구용 주택은 바닥면적이 최소 39㎡여야 하고, 침실이 하나인 2인 가구용 주택은 최소 50㎡여야 한다. 방이 2개인 3인 가구용 주택은 최소 바닥면적이 61㎡를 넘겨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방이 여러 개인 집 한 채를 여러 명에게 나눠서 임대할 때도 1인당 최소 침실 면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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