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154석의 좌석은 밀려드는 입찰 참가자들로 입찰시간이 아직 남았음에도 빈자리가 없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보미도맨션 아파트 137㎡가 18억5000만원에서 2회 유찰돼 11억8400만원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찰보증금만 1억1840만원에 달하는 물건임에도 무려 27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전 유찰가 14억8000만원보다 2억2000만원 더 많은 17억원에 팔려 입찰 참가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낙찰의 기쁨도 잠시 3월 들어 이 물건의 가격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재 15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져 경매가 오히려 1억5000만원 더 비싸게 주고 산 꼴이 됐다.
요즘 들어 경매를 통해 어렵게 낙찰받은 매수인이 시장상황의 반전으로 떨떠름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연초 갑자기 불어 닥친 열풍에 휘말려 시세보다 높게 매각가를 써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초에 경매시장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매각가가 급등한 이유는 경매물건 증가 때문이다. 경기 침체 골이 깊어감에 따라 우량물건이 늘어나고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속출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가세해 혼전이 빚어졌다. 또 하나는 학습이론에 근거한 ‘선점투자론’이다. 참여정부 당시 일시적 조정국면 이후 장기 상승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선점투자의 이익을 노리고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매 시황은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반등 요인에 따른 상승이 아니라 기술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반등 현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실제 3월 들어서 응찰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열기가 한풀 꺾이는 추세다. 경매정보제공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 2월과 달리 3월 들어 13일까지 평균 입찰자 수는 서울이 7.2명, 인천은 9.7명으로 지난 2월 서울 11.2명, 인천 12명보다 각각 크게 줄었다. 따라서 지난 1, 2월에 나타난 반짝 상승 현상에 현혹돼 매각가를 높게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경매시장은 하강국면에서 입찰 참여자 수가 먼저 줄어들고 이어 매각가가 떨어지고 매각률이 감소하는 순환을 그리는데 입찰 참여자 수와 매각가율 사이의 시차는 약 1개월 정도다.
실제 참여자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매각가가 높게 형성되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시차 때문이다. 즉, 경매 참가자들이 가격결정 시 전달의 고점 가격에 매몰돼 시장변화의 탄력성을 가격에 미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택은 2분기 이후 투자 나서야
그렇다면 언제가 투자 적기일까. 주거형 부동산의 경우 실수요자는 2분기 이후부터 시장조사에 나서 원하는 지역의 물건이 2회 이상 유찰돼 가격 경쟁력이 충분한 알짜 물건 위주로 노릴 필요가 있다. 반면 투자자나 수익형 부동산은 3분기 즉 하반기가 투자 적기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말 이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경매에 넘어간 물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경매의 경우 경매개시결정에서 매각기일까지는 약 6개월의 시차가 있어 올 하반기에는 우량 물건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물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고가 낙찰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법원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지난 1, 2월 중 30명 이상 참여 물건의 매각가는 대부분 급매가 언저리나 급매가를 훌쩍 넘겼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세상승기에는 무모한 매각가를 시장가격이 정당화시켜 주나 최근의 하강기 내지 보합국면에서는 오히려 시장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의 목적은 결코 ‘낙찰받기’가 아니라 ‘시세보다 싸게 사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경기회복이 V자형이 아닌 U자형 또는 L자형을 보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유입물건이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조바심 낼 이유가 하등 없다. 오히려 일련의 상황을 고려하면 기다림이 미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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