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 두 얼굴

 

임대사업으로 시세차익 얻기 힘들다

공시가격 3억원 넘으면 양도세 중과

2006년 3월 은퇴한 뒤 강남구 일원동 S아파트 등 아파트 5채를 매입해 주택임대사업을 시작한 정모(55•분당)씨. 고정적인 임대수입과 각종 세제 혜택은 물론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요즘 걱정이 생겼다. 몇 년 새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는 바람에 이들 주택이 양도세 중과 제외 기준을 벗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용면적 52㎡의 S아파트의 공시가격이 매입 당시 1억92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2억5600만원으로 올랐다.

10년 뒤 팔 때 3억원 이하여야 양도세 혜택

지난해 이후 소형 아파트값이 뛰고 있어 조만간 양도세 혜택 기준인 3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꿩(임대수입)도 먹고 알(시세차익)도 먹을 욕심이었는데 시세 차익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세차익을 노린 임대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소형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면서 양도세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임대사업은 지난해 이후 거센 집값 상승세를 보이는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했다. 임대사업용 주택은 양도세 부담이 적은 데다 집값이 많이 오른 뒤 되팔면 상당한 차익까지 거머쥘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임대주택 수가 지난해 1년간 1만 채 정도 늘었고 올 들어서는 1월 한달 동안 무려 1만5000가구 가량 급증했다. 임대사업자들이 그만큼 사들인 것이다. 이 같은 임대사업용 주택 구입은 강북 집값 급등의 한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용 주택으로 시세차익을 많이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임대사업자가 같은 시•군에서 중소형(전용면적 85㎡ 이하)이고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인 주택 5채 이상을 10년간 임대하면 이들 주택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빠진다. 10년 뒤 팔 때 공시가격이 3억원을 넘기면 양도세가 50% 이상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공시가격이 지금 3억원 이하라고 10년 뒤에도 3억원을 밑돌 것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강북지역 집값 오름세가 커 3억원이 넘는 주택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163% 뛰었다. 강북지역은 이 기간 98% 올랐다. 올해 공시가격이 1억5000만원 이상이면 10년 뒤 공시가격은 3억원보다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강북지역에 뉴타운•재개발 등 개발호재가 상당 기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소형 집값은 더 많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10년간 강북 아파트값 98% 올라

노원구 상계동 주공 7단지 전용 45㎡의 경우 2006년 공시가격이 7100만원 선이었지만 지난해엔 1억400만원 선으로 뛰었다. 특히 올 들어서만 시세가 5000만~6000만원 올랐고 강북 집값 급등세가 계속된다면 몇 년 내에 3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낮은 주택으로 임대사업을 해야 양도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싼 다세대주택이나 초소형 아파트가 유리하다”면서도 “시세 차익보단 임대 수입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대사업 세제 혜택
세금	크기 (전용면적)	조건 및 감면 내용
종합부동산세	85㎡ 이하	동일 시·군 내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5채 이상 10년 장기 임대시 종부세 합산 대상서 제외
양도소득세	85㎡ 이하	동일 시·군 내에서 공시가격 3억원 이하 5채 이상 10년 장기 임대시 양도세 중과 대상서 제외
취득·등록세	60㎡ 이하	2채 이상 5년 이상 임대시 면제(시·군·구에 따라 면제 여부 달라)
	60~149㎡	20채 이상 10년 이상 임대시 25% 감면
재산세	40㎡ 이하	2채 이상 5년 이상 임대시 면제(시·군·구마다 면제 여부 달라)
	40∼60㎡	2채 이상 5년 이상 임대시 50% 감면
	60∼85㎡	2채 이상 5년 이상 임대시 25% 감면
※취득·등록세의 경우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선 건설임대만 감면. 그 외 지역에선 매입임대도 감면.  자료:국세청

 

 

'꿩 먹고 알 먹고' 임대사업 해볼까

짭짤한 임대수입에 시세차익도 기대

지난해 초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소형(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5채를 매입해 주택임대사업을 시작한 김성호(42)씨. 그는 요즘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올 들어 노원구 일대 전셋값이 크게 올라 임대수익률이 연 1.5% 가량 오른 때문이다.

게다가 매매가 또한 급등해 향후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연 7%대의 안정적인 임대수익은 물론 시세차익까지 얻게 됐다”며 “아직 소형 아파트값이 저평가된 지역을 찾아 2~3채를 더 매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전셋값이 들썩이고 소형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고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세금 감면, 시세 차익이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어서다.

 

강남 등 업무시설이 밀집한 도심에선 오피스텔을 이용한 임대사업도 인기다. 2004년 이후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한데다 1인 가구 증가, 아파트 전셋값 상승 등으로 임대 수요가 는 때문이다.

요즘처럼 전셋값이 상승세일 때 임대사업은 잘만 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최소 5년간 임대사업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역•종류 상관 없이 5채 이상

주택임대사업을 하려면 일단 주택이 5채 이상 있어야 한다. 주택의 종류나 면적•지역•가격은 관계없다.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직접 다세대주택 등을 지어도 된다.

 

주택이 5채 이상이라면 거주지 시•군•구청에 가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신청을 한다. 그 다음에는 임대차계약을 하고 거주지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신고•등록 및 임대신고를 하면 된다. 임대 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합산해 신고•납부하면 된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전용면적 40~85㎡ 이하 주택이 2채 이상 있다면 해당 주택은 재산세가 최대 50% 감면된다.

 

또 5채 이상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이고 동일 시•군내에 있는 경우 10년 이상 장기 임대 신청을 하면 해당 주택은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임대수요가 급증한 오피스텔로 임대사업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오피스텔은 그러나 관련법상 업무용이어서 주거용으로 임대하더라도 주택임대사업용으로는 신청할 수 없다.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할 때는 거주지 세무서에서 일반사업자 등록을 한 뒤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고 임대하면 된다. 주택과 달리 1채(실)만 있어도 되고 크기나 가격•지역과도 무관하다. 그러나 별도의 세제 혜택은 없다.

공시가격 3억원 넘으면 양도세 중과 대상

계속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종부세 대상서 제외된 경우라도 임대사업 중 공시가격이 3억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주택은 종부세 합산 대상이 된다. 양도세는 양도 시점의 공시가격이 중요하다. 처음엔 3억원 이하였어도 팔 때 3억원이 넘으면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 된다.

또 다세대주택은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를 모두 피할 수 있지만 다가구주택은 종부세만 피할 수 있다. 다가구주택은 10년 뒤 매각할 때 단독주택으로 판단해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 된다.

각종 신청•신고 마감 기간을 지키지 않거나, 임대사업용 주택을 5년 이내에 임대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팔면 감면받은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오피스텔은 기본적으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종부세,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주거용으로 임대하다 적발되면 세법상 주택으로 간주돼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 대상이 된다.

 

환급받은 부가세 또한 내야 한다. 주거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진 신고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임대사업을 할 때는 주거•교통여건이 좋거나 업무시설 밀집 지역이 유리하다. 이런 곳이 임대수요가 많아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주택은 면적과 매년 바뀌는 공시가격에 따라 세금 감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가급적 작고 싼 주택이 좋다”며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려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0% 이상인 주택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