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알고 계신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최근 모재개발 지역 빌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직장동료가, 해당지역 빌라 가격이 수억이 넘는데 도대체 왜 어떤 사람들이 그 낡은 집을 터무니 없는 가격에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해당 지역을 살펴보니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추진하려는 용적률과 예상건립수 및 평형별 구성 등이 있어서 기타 몇가지 변수를 포함하여 수익분석하고 설명했습니다. 조합원수에 비해 비교적 일반분양 규모가 커서 사업성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수적으로 접근했음에도 기대에 어긋나지는 않는 수치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과연 재건축/재개발 지분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지난 몇년간을 되돌아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그 자체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파트값 상승의 선두에는 항상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해당 아파트가 관리처분되어 분양권 상태로 바뀌면 다음 재건축 주자가 이어받아 새로운 기록 경신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재개발지분은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보다는 주변의 신축아파트를 기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가정하에서 위의 사례를 3가지로 구분하여 투자수익을 산출했습니다. (하단 그래프 참조)
① 현재 주변 신축아파트 시세가 5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② 현재 주변 신축아파트 시세가 5년 동안 연평균 4%씩 꾸준히 상승한다.
③ 현재 주변 신축아파트 시세가 5년 후에 약 10% 하락한다.
첫번째 경우는 현재 주변 신축아파트 시세를 100으로 가정했을때, 현재 재개발빌라는 50 정도의 가격을 형성했습니다. 여기에 추가분담금 15, 금융비용 16.3으로 예상하면, 5년후 투자수익은 23.8 정도로 투자수익률은 47.5%(23.8÷50)가 됩니다. 즉, 5년간 부동산투자에 대한 리스크할인이라 할 수 있는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9.5%(47.3÷5년) 정도입니다. 최근까지 주택을 처분하여 투자수익을 올린 주변인들의 연평균 투자수익률(총 12채 평균)이 41.3%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 입니다. 그만큼 재개발빌라 시세가 급등하여 미래에 발생할 수익이 현재의 가격에 선반영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수익률은 잘 고른 해외 주식형증권보다도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번째 경우는 주변 신축아파트 시세가 연평균 4% 상승(부동산이 경제성장률 수준의 안정적 상승을 가정, 복리)하여 121.7을 형성하면, 재개발빌라의 5년후 투자수익은 46.5 정도로 투자수익률은 93%, 연평균 투자수익률은 18.6% 정도입니다. 주변인들의 투자수익률 41.3%에는 못 미치지만 5년동안 상당한 수익률이 ‘꾸준히’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5년 동안 4%를 초과하여 상승한다면, 물론 더 큰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겠지요.
세번째 경우는 주변 신축아파트 가격이 10% 정도 하락하여 90으로 떨어진다는 가정인데, 이경우 재개발 지분의 투자수익은 13.3로써, 투자수익률은 26.6%, 연평균투자수익률은 5.3%입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5%가 넘는 상황에서 투자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투자 위험을 감수했음에도 투자한 만큼의 소득이 없게 됩니다. 2007년부터 1가구2주택자 대상의 양도소득중과세까지 감안하면 더욱 심각합니다.
재개발지분이 주변시세에 많이 연동된다는 가정이 합리적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재개발 투자시 몇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재개발지분 가격의 기준이 되는 주변시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소폭이라도 오르는 지역을 골라야 합니다. 미래에 발생할 수익이 재개발지분 시세에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위의 ③번 사례와 같이 주변시세가 하락한다면 무위험투자라 할 수 있는 정기예금 이자율보다도 떨어지는 성과를 거두기 쉽습니다. 주변시세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둘째, 리스크할인이 큰 상태인 즉, 주변시세에 비해 저평가된 재개발지분을 사야 합니다. 재개발지역도 한남이나 성남처럼 투자가들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한강이북의 모단독주택재건축 지역과 같이 사람들이 모르거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면 최근의 급등한 주변시세를 재개발지역이 아직 따라가지 못한 경우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곳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발품과 함께 주변시세와의 상대적 가치비교가 필수적 입니다.
셋째, 조합원 추가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재개발사업성이 우수한 곳을 골라야 합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가장 큰 수입원이 조합원 지분을 배정하고 남은 일반분양 수익이라는 점에서, 조합원 대비 일반분양 규모가 크고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곳이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성이 우수하다면, 조합원에 대한 보상비율이 높다던가 조합원 분양가를 낮춤으로써 조합원의 추가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이에 따라 투자수익(리스크할인) 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넷째,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주민들의 적극적 개발의지가 있고 사업속도가 빠른 지역에 투자해야 합니다. 재개발지분이 주변시세에 근접하기까지의 사업속도가 빠르다면 금융비용이 작아져 역시 투자수익(리스크할인)이 커지게 됩니다. 또, 주변시세 하락이라는 투자위험 노출기간도 줄일 수 있어, 장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도 높아집니다. 지속적으로 부동산거품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투자시 반드시 검증해야 하는 부분 입니다.
결국, 재개발지분은 (주변시세)에서 (추가분담금 금융비용 리스크할인)을 뺀 가격으로 형성되므로 주변시세가 안정적 상승이 예상되고, 추가분담금이 적고, 금융비용이 적어야 리스크할인이 커진다는 말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습니다.
위의 네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강남권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남권으로 몰리는 것 아닐까요? 비교적 여유계층이 투자해왔고, 사업환경이 우수하고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쉬워 아직도 대기업이 몰려들고 있어 수요가 탄탄하여 가격의 흔들림이 없을 곳으로 예상되는 곳… 주변시세가 워낙 높이 올라 있어, 실투자금은 막대하지만 그래도 투자수익이 클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 조각지분이 비교적 적고 비싼 분양가에도 사람들이 몰려 일반분양 수익이 큰 곳…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개발사업에 동참하고 또 다소 돈이 들더라고 고급 커뮤니티를 만드려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위험회피를 투자의 핵심 덕목이라고 생각하기에, 제가 여유가 있어 투자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사업속도가 빨라 투자회수기간이 가장 빠른 곳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강남권이라 언젠가는 되겠지보다는 좀 더 현실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특히, 대출로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투자대상은 더욱 신경써야 합니다. 강남권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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