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공산품을 수출하며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이제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 물가 상승이 우리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종국적으로 국내 소비자물가까지 자극한다는 분석을 물가당국이 내놓은 것은 이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ㆍ중국발 인플레이션 확산) 영향권 아래에 들어갔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당국이 분석한 국내 소비자물가 영향은 직접적인 효과만을 측정한 것이다. 여기에다 간접적인 영향까지 추가하면 그 크기는 훨씬 커진다.

중국이 자국 내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곡물, 원자재 등의 수입을 늘릴 경우 해당 품목은 수요 초과가 나타나고, 이를 수입해야 하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 예다. 2008년 상반기 중국이 경유 수입을 크게 늘려 전 세계적인 경유 파동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수입물가 상승률은 8.2%였지만 원자재 상승률은 12.7%로 매우 높았다"며 " 2008년 중국 물가 상승으로 우리나라 수입물가가 급등했던 사례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중국발 물가 상승이 크게 두 가지 경로를 거쳐 우리나라로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공급 측 요인, 다른 하나는 수요 측 요인이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중국 물가가 급등할 경우 중국의 최종재(소비재 위주)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수입물가 상승을 거쳐 소비자물가가 영향을 받는다.

지난 2분기부터 한국의 월별 수입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중국 생산자물가(PPI) 월별 상승률과 동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7.1%로 치솟았던 7월에 한국의 수입물가 상승률은 11.3%에 달했다. 이후 중국 생산자물가가 4%대로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7~9월에 한국의 수입물가는 5~7%대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10월에 중국 생산자물가가 5%대로 올라서자 한국 수입물가는 다시 8%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선 중국 물가 상승으로 한국 제품이 중국 제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생기게 되면 우리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총수요 압력이 커진다. 이에 덩달아 한국 물가도 뛸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국 수출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수요 측면 충격보다 공급 측면 충격이 우리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통화량 급증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 수위도 국내 물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지난달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5%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26일부터 금리를 기습 인상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위안화 강세로 이어져 한국 수입물가는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급준비율 인상 등 중국 당국의 유동성 조절 의지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통제가 되지 않아 물가 및 자산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희토류와 리튬 등 희유금속이 차이나플레이션 쇼크에 가격이 폭등할 것을 우려해 신전략광물로 추가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박용범 기자 / 이상덕 기자 / 이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