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03 09:03

http://blog.drapt.com/keslove/648041130976197397

저소득층의 주택 마련을 돕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부활시킨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최초주택자금대출)이 신규 아파트 분양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되는 ‘반쪽자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돈을 빌려주면서 기존 주택 소유주나 가능한 등기부등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건설교통부와 금융기관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새로 도입되는 최초주택자금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은 신청자에 대해 등기부등본 제출을 의무화했다.

등기부등본은 소유권 이전 절차가 끝나야 제출이 가능해 처음 주택을 구입하거나 분양받는 사람은 원천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최근 금융기관에 대출을 문의한 서민들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구입자금이 없어 집을 못사는 서민들에게 잔금을 다 치르고 나서 대출을 받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집 없는 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신용보증서를 이용해 먼저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치른 뒤 소유권 이전 등기 후에 최초주택자금대출을 받아 이를 갚으면 된다”고 해명했지만 이마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 한도는 1억원에 불과해 최초주택자금대출과는 5천만원의 차이가 난다.

또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계약에서 중도금·잔금 납입 및 입주까지 보통 2~3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최초주택자금대출을 신청할 수조차 없다.

시중 금융기관의 한 담당자는 “일선 창구에 걸려오는 문의전화 중 상당수가 신규 분양 희망자여서 별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3년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를 주된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소유권 이전등기가 즉시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엔 중도금 대출과 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같았지만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대출 규모를 1억5천만원으로 늘려 문제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초주택자금대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 한도를 1억5천만원으로 조정하고, 중도금 대출을 받은 주택 구입자에게는 1년 후라도 최초주택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교부는 “자금이 국민주택 기금에서 지원되는 만큼 대출금 회수를 위해 1순위 근저당 확보요건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8·31 부동산대책’에 따른 후속조치로 나온 최초주택자금대출은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가구(연소득 5천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연 5.2%의 금리로 최대 1억5천만원까지 빌려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3년 폐지됐다 이번에 1년간 한시적으로 부활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