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 ‘진짜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뭘까. 최근 지수 2000선을 다시 넘어선 주식시장? 올 상반기 해외 투자 열풍을 가져온 해외 펀드? 아니면 썩어도 준치라고, 부동산 투자?

정답은 다름 아닌 ‘절세’다. 돈을 더 버는 것보다는, 번 돈을 더 잘 지키겠다는 게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셈이다.

실제 삼성생명이 거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들의 35% 이상이 상속과 증여를 최대 관심사로 꼽으며 이에 따른 절세법을 관심 1순위로 지목했다. 30억원 미만의 ‘보통 부자’들이 여전히 금융상품 투자, 부동산 투자 등을 최대 관심사로 꼽은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사뭇 다른 결과다.

신방수 정상세무법인 대표 세무사는 “부자들일수록 세금에 민감하다”며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태어나 피할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바로 죽음과 세금. 죽음은 의술의 발달로 상당 기간 연장됐다. 세금 역시 제대로 알고 있으면 분명 더 적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부자들의 상속, 절세 재테크에 대해 얘기해 봤다.

■ 진행 : 정광재 기자

■ 참석자(가나다순) : 권오조 우리은행 PB 세무팀장, 김종태 기업은행 PB팀장, 신방수 세무법인정상 대표 세무사, 한덕수 삼성증권 PB팀장

Q> 정광재 기자 : 최근 부자들의 관심이 상속, 증여에 집중돼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분위기부터 설명해 주시죠. 


A> 김종태 기업은행 PB팀장 : 사실, 상속은 곧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 하는 얘기라 PB 입장에서는 꺼내기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습니다. 자녀들 입장에서도 꺼내기 어려운 얘기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본인들이 먼저 상속과 증여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요즘 주위에서 듣는 게 많다 보니 저절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A> 한덕수 삼성증권 PB팀장 : 제 고객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신흥 부호들이 많습니다.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 있는 분들이라 상속이나 증여에 무관심할 것 같지만, 요즘 신흥 부호들은 사전 상속, 증여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Q> 정 기자 : 이렇게 상속,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A> 권오조 우리은행 PB 세무팀장 :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금액이 커졌기 때문이죠. 현재 세법에서 과표 기준 30억원 이상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율이 50%입니다. 과표 기준 30억원이라면, 각종 공제를 감안했을 때 40억원 정도를 상속하는 경우인데요, 요즘 부자들은 거의 40억원 이상을 상속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최근 4~5년 동안 자산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상속세 부담도 커진 셈이죠. 여기에 절세 환경도 어려워졌습니다. 사실 1세대 자산가들의 상속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80년대에는 상속이 그렇게 이슈가 되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쉽게 상속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요즘은 부동산 공시지가가 크게 올랐고, 금융자산이 많아지면서 상속세 부담이 커졌습니다. 어려울수록 관심은 더 커지는 법이죠.

A> 신방수 세무법인정상 대표 세무사 : 납세 환경이 투명화됐기 때문에 ‘절세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데 동감합니다. 상속세의 경우 자녀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 절대적인 상속세 금액이 커지면서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죠.

　
Q> 정 기자 : 상속, 증여 과정에 반드시 수반되는 게 바로 세금입니다. 이 문제를 다루다 보면 절세냐 탈세냐의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A> 권 팀장 : 절세와 탈세는 엄연히 다릅니다. 절세는 비과세 감면 요구를 충족시키는 등의 적법한 범위에서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탈세는 재산 은닉 같은 불법적인 내용이 동반되기 때문에 불법이죠. 그런데 이 사이에 ‘조세회피영역’이라는 모호한 구간이 존재합니다. 세법상 과세 근거가 없어 적법한 ‘절세’로 구분되다가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 탈법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탈세’가 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죠. 에버랜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절세’를 원하고 있고, PB팀의 역할도 절세 방법을 알려주는 겁니다.

A> 김 팀장 : 절세와 탈세, 참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증여의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자녀에게 학자금뿐 아니라 생활비를 제공해줬다면, 이걸 증여라고 봐야 하나요? 세법상으로 증여라고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절세와 탈세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도 판단하기에 따라 다른데 일반인들은 더 모르고 지나칠 수밖에 없죠.

A> 신 세무사 : 요즘 그림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요, 이런 것들도 불법적인 상속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골드바(Gold Bar)로 불리는 금이나 달러, 도자기와 같은 골동품들도 ‘세테크’라는 이름으로 불법 상속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라도 현금화 과정에서 세무조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적법한 수준의 절세에만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정 기자 : ‘절세’에만 국한해 얘기를 해보죠. 상속과 증여에 관한 세테크를 얘기할 때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상속보다 증여가 유리한가 여부인데요, 정말 그런가요. 　

A> 신 세무사 : 어느 정도 재산의 자산가인가, 또 어느 정도 기간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상속세, 증여세는 개인별로 편차가 크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래도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가 있어 말씀드리죠. 상속재산이 10억원 이하로 비교적 적다면 상속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상속세율이 증여세율보다 낮고 공제 혜택이 많기 때문이죠. 상속재산이 10억~20억원 정도일 때는 상속과 증여를 혼용하면 세금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때는 현금 같은 유동성 자산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억원이 넘는 사람은 증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요, 그래야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옵니다.

A> 권 팀장 : 증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자녀들에게 쪼개서 증여하면 기대 이상의 절세가 가능할 수도 있어요. 오랜 기간,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면 1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상속, 증여하면서 세금을 5억원 이하로 줄일 수도 있습니다. 증여는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 일반적으로 잘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세테크 차원에서 증여를 하지 않으면 빵점입니다. 그래서 조건부 증여를 적극 권해 드리는 편인데요,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가등기, 질권 설정을 해둬 재산권의 독립적인 행사는 어렵지만 증여는 해둘 경우 증여에 대한 부모님들의 걱정도 없애고, 증여를 통한 절세 효과도 가능하죠. 　

Q> 정 기자 : 상속에 앞서 증여를 한다면, 어떤 재산들을 먼저 증여하는 게 좋을까요. 

A> 한 팀장 : 향후 미래가치가 현재보다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을 먼저 상속해야죠. 현재 1000원의 가치를 가졌지만 상속이 이뤄질 10년 후 10만원의 가치가 예상되는 재산과 현재 1만원의 가치가 있지만 상속 시점에는 5만원 정도의 가치가 예상되는 재산이 있다면 당연히 미래가치 상승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재산을 먼저 상속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매겨서 증여에 나서야 해요. 그런데, 이 가치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으니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습니다.

A> 권 팀장 : 같은 측면에서 평가자산이 낮은 재산부터 증여해야 해요. 실제 가치보다 과세 표준이 낮게 형성돼 있는 재산들이 분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의 경우,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아파트를 제외한 상가, 농지, 건물 등은 아직 시세에 비해 과세 기준이 상당히 낮습니다. 특히 상가는 정확한 시세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3:3 법칙’을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재산의 3분의 1은 증여를 통해 자식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3분의 1은 상속을, 나머지 3분의 1은 유동자금으로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 지원해주는 방법이죠.

A> 신 세무사 : 최종적인 상속자금의 볼륨 자체를 줄여나가는 게 중요한데요, 역시 상가나 토지를 먼저 증여하라고 추천합니다. 특히 중소기업 상속의 경우,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실제 그렇습니다. 그래서 계속해 편법과 불법을 오가는 절세, 탈세법이 나오는 겁니다. 중소기업 상속의 경우 특히 더욱 복잡한 만큼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수적이죠.
　

Q> 정 기자 : 마지막으로 상속, 증여 과정에서 절세를 위한 ‘팁’을 하나씩 주신다면. 　

A> 권 팀장 : 상속, 증여에 따른 세금은 오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반드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 방법을 몰라 필요 이상으로 세금을 낸다면, 정말 아까운 일이죠. 상속 설계를 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간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상속과 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 변화를 정확히 연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부모의 소득을 줄이는 대신 자녀의 소득 원천을 확보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10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면, 이 사람은 10년 뒤에 자연 증가분을 포함해 15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게 될 겁니다. 이렇게 본인의 재산이 늘어가는 것으로 가능한 줄이고, 이를 자식들이 늘려갈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A> 김 팀장 : 자녀 명의의 수익형 부동산을 마련해, 이를 먼저 증여해줄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속세 누진세율을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지만 자녀가 다른 재산들을 양도받을 때 자금 출처 입증이 가능해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A> 한 팀장 : 상속세가 너무 많다는 문제는 당장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닌 만큼, 그 안에서 절세 방법을 마련해야 해요. 그동안 아낄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는데요,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했죠. 저는 보험상품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권합니다. 피보험자를 자녀들로 한 종신보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A> 신 세무사 : 세무 전문가들에게 한 번이라도 상속, 증여에 관한 컨설팅을 받아 봐야 합니다. 세무 문제는 워낙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히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는 계산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특히 70대 이상, 연세 드신 분들은 사전 증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부담부증여(부동산 등을 증여받으면서 담보대출이나 임대보증금, 전세금과 같은 채무를 증여받은 사람이 부담하는 방식의 증여)를 잘만 활용해도 세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 = 정광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27호(07.10.24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