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상은 부동산, 주식, 채권, 펀드 등 참 다양하다. 부동산만 하더라도 크게 주택, 상가, 토지 등 3개 분야로 나눌 수가 있고, 그 각각은 또 여러 가지로 세분화할 수가 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이 다른 것처럼, 어떤 투자 대상을 고를 것인지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필자가 상식과 편견을 깨게 만든 실제 사례이며, 부동산 투자에 있어 ‘기다림의 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예이다.

# 사례 1

작년 가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어느 부동산 동호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먼저 지역 회장님이 일일이 그날 참석한 회원 분들을 소개시켜 주고 있었는데, 연세가 6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처음 보는 남자 회원이 계셨다. 모두들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하는데, 그분은 자신을 ‘임대사업자’라고 했다. 참석 인원이 30명도 넘어 나는 그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식당에서 1차 모임을 마치고 2차로 근처 호프집에 갔는데, 우연히 그분이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분은 자신의 살아오신 얘기를 우리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 해주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개성 출신으로 고학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강서구에 있는 건물을 세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놀란 것은 이분이 대학교 다니면서 고학으로 힘들게 번 돈으로 고향과 가까운 파주에 땅을 사 두었는데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팔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땅이 아무리 주택보다 투자 기간이 더 길다지만 5년, 10년도 아니고 무려 38년이라니! 더군다나 ‘앞으로도 그 땅을 팔 생각이 조금도 없으시다’고 했다. 그 땅은 파주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지금은 요지로 변한 소위 금싸라기 땅이었다.

지금도 서울에 있는 건물에 갈 때 버스를 타고 다니고, 손수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신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부자신데,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나?’하는 질문을 스스로 했지만 살아온 방식이 나와는 다르니 내가 관여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면서 오늘 온 것도 젊은 사람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해 온 것이라고 했다. 사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에 사시는 분도 아니고, 주변 택지지구에 사시는 분도 아니라서, 선입견을 가지고 그냥 평범하신 분이신가 했다. 그런데 그분은 근검절약이 몸에 배이신 데다가 알부자중의 알부자였다.


# 사례 2

작년 늦가을 신도시 소재 모 백화점에서 강의가 있어, 강사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일을 때였다. 청소하는 아주머니-사실은 6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내게 ‘오늘 무슨 강의예요?’하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나는 ‘부동산 강의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나도 부동산에 관심 많은데..’하면서 말꼬리를 흐리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러시냐고 대답하고, 시간이 좀 남았기에 힘들게 사시는 분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생각으로,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답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분의 질문은 ‘서울 반포 주공 3단지 35평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으셨다. 청소하는 할머니가 10억원이 훨씬 넘는 강남 요지의 아파트를 갖고 계시다니! 나의 선입견이 또다시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분께 좀더 질문을 해보니 시공사로부터 현금을 돌려받게 될 예정이었고, 노후자금은 좀 모아두어서 생활비 걱정은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니까 그냥 갖고 계시는 것이 좋겠다’라고 자문을 해주었다. 나는 곧 강의실로 들어가야 했고, 그분과의 만남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같은 백화점에 올 3월초에 또 특강이 있어 갔더니 그분이 그곳 문화센터 담당인지 우리는 또 만나게 되었다. 나는 인사를 드리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이런저런 부동산 시장 상황을 말씀드리니 그분이 내게 전에 얘기한 곳을 구입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반포주공은 제가 늙어서 노후자금에 쓰려고, 1986년에 구입했어요. 그동안 월세 주고 있다가 재건축하게 된 거고요.’ 아파트에 20년 넘은 장기 투자라, 젊은 나로서는 사실 쉽지 않은 투자 기간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나이 먹고 힘들게 생계를 위해, 청소하시는 분인 줄 알겠지만 사실 이분은 노후준비 다 끝내놓고, 소일 삼아 일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 살다보면 쉽게 중심을 읽고 흔들리고 만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주변에 보면 아파트를 샀다가 1~2년 지나서 팔고, 더 나은 투자처라며 다른 곳으로 다시 갈아타고, 또다시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보다 그냥 계속 갖고 있는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우리는 더 자주 보게 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위에서 예를 든 두 분처럼 우직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투자의 정석(定石)이란 때로는 ‘기다림의 미학‘이 아닌가 생각된다.

(출처 : 아기곰동호회/노용환님, 200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