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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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회자된 책의 저자가 자신의 젊은 시절에 하숙집에서 느낀 이야기를 적어놓은 게 생각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대기업에 취직해 대도시에서 하숙생활을 하게 됐고 매달 받는 월급의 상당부분을 하숙비(월세)로 지출했다.

 

　회사에 적응을 잘해 월급이 조금씩 인상되는 즐거움도 있었으나 그 기쁨은 잠시였다. 하숙집주인(임대인)이 월급이 오른 것을 알고 하숙비(임대료)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자신의 월급은 올랐지만 하숙집주인에게 인상된 하숙비를 주고나니 실질 가처분소득은 증가하지 않은 게 됐다.

 

　그는 심지어 하숙집주인을 위해 자신이 직장에 다닌다는 느낌이 들어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그는 무주택 도시 직장인의 월급이 결국 부동산 보유자(임대인)에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부동산에 집착하게 됐다.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해 전세계약 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고 전세계약을 하더라도 높은 임대보증금(전세금)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전세대란'이란 전투적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과거에는 주택 보유자가 전세금을 받아 정기예금에 예치하면 많은 이자소득을 받을 수 있었다. 전세금을 목돈으로 받아 자신의 주택구입자금을 충당하고 세입자를 만나 월세를 받는 번거로움도 없었다. 세입자가 실직하거나 살림살이가 나빠지지 않는지 관찰할 필요가 없었다. 든든한 전세금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이자율이 물가상승률과 유사한 수준이어서 실질이자가 제로거나 마이너스가 된다. 자연히 주택 보유자는 전세금을 목돈으로 받는 것을 꺼리게 된다. 그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전세금을 높인다. 자신의 실질 가처분소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한 집주인도 편한 것만은 아니다. 월세를 받는 번거로움과 함께 세입자의 가계살림이 악화되지 않고 월세를 또박또박 낼 수 있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주택 보유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부담이 증가할수록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월세를 받아 세금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보유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될 공산이 크다. 세입자의 임대수요에 대한 가격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다.

 

　월세임대 선호현상 때문에 전세 공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전세수요가 지속되면 그 불균형은 임차인의 부담 가중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세금 상승과 월세전환현상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것에도 영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전세수요가 많은 중소형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주택 공급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결국 주택 공급 지연이 임대시장 왜곡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노대섭한영회계법인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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