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4 12:27

http://blog.drapt.com/k3635iy/1181323833272102

올해 5월 국토해양부의 수장으로 임명된 권도엽 장관에겐 취임 직후부터 넘어야 할 산들이 속속 나타났다. 일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로 일어난 제주도 '연찬회' 파문, 끊임없는 KTX 고장사고, 공사 종료 때까지 계속된 4대강 논란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권 장관에게 가장 큰 난제는 역시 '전세난'과 '보금자리주택'이었다.

 

'주택전문가'라는 별명이 늘 그를 따라다녔기에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매일경제신문과 13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1시간 동안 인터뷰하는 내내 부동산 시장과 공급 정상화 방안을 강조했다.

 

－정부 공공주택 정책의 핵심인 보금자리주택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 등으로 한계상황인데.

▶내년엔 보금자리주택에 민간자본을 본격 끌어들일 생각이다. 특히 민간자본 유도를 위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일괄도급제(설계ㆍ시공ㆍ분양 일괄)'를 적용해 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보금자리주택이 현행 LH 브랜드인 '뉴 플러스'가 아니라 '래미안' '힐스테이트' 같은 민간브랜드 아파트도 나올 수 있다. 세종시 첫마을에 적용해 본 결과 주민들 호응이 좋았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공급 속도도 빨라진다. LH의 사업비 부담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인데 통과되는 대로 시행에 들어간다.

 

－민간에서 지으면 분양가가 올라갈 수 있지 않나.

▶보금자리주택특별법 등으로 분양가를 규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괄도급으로 하면 건설사들이 경쟁입찰하는 방식이라 분양가가 쉽게 올라가기 힘들다.

 

－곳곳에서 반대도 많은데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줄일 계획은 없나.

▶2018년까지 보금자리주택 총 15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기본 계획에는 변경이 없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15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년 40만가구의 주택수요가 있는데 정부가 15만가구를 공급한다 해도 3분의 1밖에 안 된다. 다만 민간에서 공급하는 나머지 3분의 2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민간아파트와 평형과 공급 방식을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다.

 

－보금자리가 인근 집값을 떨어뜨린다고 주민들 반발이 심한데.

▶시행착오가 다소 있었지만 잘 해결돼 가고 있다. 강동 보금자리의 경우,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얻게 되는 개발이익으로 9호선 연장을 추진하자 지역민들이 오히려 반색하고 있다.

 

－8ㆍ18 대책 중에도 시행되지 않은 게 많은데 후속 대책 발표 속도가 빨랐던 거 같다.

▶내년 거시지표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너무 전망이 안 좋았다. 이대로 거래가 계속 죽어 있으면 공급도 막힐 수밖에 없다.

당장 내년 전세 문제도 걱정이고 지방의 경우 지역경제의 20%를 건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건설 부동산 시장의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서민 아니냐. 대책이 실행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서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했던 것이다.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지적이 있는데.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는 부자를 위한 혜택이 아니라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임대시장에 대한 배려 조치다. 중과를 한다는 것은 주택 구입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거주자의 45% 정도가 세를 산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현재 공공에서 모두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8ㆍ18 대책 때 앞으로 수도권에서 주택 1채만 임대해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각종 세금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자를 위한 게 아니라 45%의 세입자를 위한 주택자원 재배분이다. 다주택자 세금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나. 양도세 내고 비싼 주택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도 낸다.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시장 패러다임이 변하는데 정부정책도 바꿔야 하지 않나.

▶결국 '공급 확대'가 정답이라고 본다. 국민이 원하는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면 좋겠지만 도심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법이 재건축ㆍ재개발뿐이다. 이런 건 정부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시장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건설기간도 굉장히 길다. 단기간 내 공급할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준주택 공급에 정부가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배경이다.

앞으로 주변 집값에 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지역에선 분양물량을 다소 늘려 주변 기반시설 비용을 확보하고 집값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곳은 지자체와 협의해 적정 물량으로 조절해나갈 계획이다.

 

－서민들 입장에선 매달 가계에서 지출되는 월세 부담이 크다.

▶결국 월세전환율이 문제다. 은행금리 수준인 5~6%에 집주인이 공실이 발생할 때 부담하는 임대료 손실 비용 등에 대한 이자율 1~2%를 고려하면 월세전환율이 7~8%면 적정한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은 10~12%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수요자들이 월세를 꺼리고 있다. 적정 월세전환율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교통정책 중에 내년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대심도전철(GTX) 사업이 일단 중요하다. 현재 예비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결실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올해 국민에게 큰 염려를 끼쳤던 KTX의 안전도 제고에도 노력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내년 여수엑스포의 원활한 개최를 위해 여수까지 KTX 구간이 확장되는데 차질 없이 사업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대담＝설진훈 부동산 부장 / 정리 = 이지용 기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