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내년 집값 전망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각종 경제지표 개선으로 ‘대세상승론’이 주도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말과 같이 집값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재하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집값 전망이 오락가락하면서 수요자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집값 ‘재하락론’과 ‘대세상승론’의 실체를 알아본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 내년 집값 전망과 관련해 ‘재하락론’과 일시적 숨고르기로 보는 ‘대세상승론’이 엇갈리고 있다.

■암울한 시장지표 잇따라…‘재하락 불가피’

우선 경매 낙찰가율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시세, 일반 아파트시세 및 거래, 소비자 심리 등 집값 선행지표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집값이 다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이 수도권 경매시장의 월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집계한 결과 지난달 서울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7.0%로 9월에 비해 3.7%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지역도 85.8%로 3.7%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들어 서울과 경기지역 아파트 낙찰가율이 떨어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경매 낙찰가율 하락은 향후의 가격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이후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올해 중반기까지 집값 상승을 주도한 재건축 아파트도 지난 10월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부동산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시세 하락이 가파르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0.79%로 올해 1월부터 이어오던 상승세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0.86%나 떨어졌다.

주택 거래 감소도 집값 하락의 전조로 평가된다. 통상 집값 하락 직전에 매매 소강상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전국 회원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주 조사해 집계하는 ‘매매거래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 지역 중개업자의 95.8%가 ‘한산함’이라고 답했다. 활발하다고 본 중개업소는 0.4%에 불과했다.

■“일시적 현상…상승세 계속”

집값 재하락과 관련된 각종 지표에 대해 집값 상승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정부가 집값 규제 정책을 다시 강화한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한다. DTI규제 강화로 매수세력의 자금여력이 줄었고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의 대량 공급 계획이 발표되면서 관망세가 심화됨에 따라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남권의 경우 올해 들어 단기간 전고점을 돌파했을 정도로 급등한 데 따른 ‘숨고르기’ 국면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많다.

이들이 최근 주목하는 것은 시세보다 20% 가까이 비싼 서울 재건축아파트 일반 분양 성공이다. 최근 최대 44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마감된 동작구 본동 래미안 트윈파크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3.3㎡당 2500만원 수준으로 시세보다 20%정도 높다. 최고 11대 1의 경쟁률로 마감한 광장동 ‘광장 힐스테이트’도 3.3㎡당 분양가격이 2394만∼2765만원으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지만 큰 인기속에 마감됐다.

고분양가인데도 분양에 성공한 아파트는 주변 시세를 자극해 시세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富테크연구소의 김부성 소장은 “외환위기 당시에 경험했지만 시장이 진짜 침체될 경우 유망 아파트 분양이나 매매가도 함께 위축돼야 하지만 최근엔 잘되는 곳의 열기는 호황 못지않게 뜨겁다”면서 “전폭적인 금리인상, 더블딥 심화 등 대외변수가 크게 악화되지 않으면 비수기를 지나 내년 3월께부터 시장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재국 서일대 교수는 “부동산 대폭락론과 대세상승론은 모두 나름대로 근거가 있지만 한쪽만 강조해 극단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어느쪽 의견에 솔깃해 하기보다는 자기 현실에 맞춰 내집마련 계획을 차분히 진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umpcut@fnnews.com 박일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