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용산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정부가 강남·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용산을 거점으로 꼽고 강북 개발에 나섰기 때문. 호재는 용산공원 조성·용산역세권 개발·한남 뉴타운 개발 등 세 가지다.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용산 투자 가치와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임대사업자 최현만(가명·52)씨는 최근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2년 전에 사둔 용산역 주변상가가 두 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20평 기준으로 평당 4,000만원 하던 매매가는 지난 8월부터 평당 1억원을 호가한다. 그야말로 금싸라기 상가가 됐다.

최근 용산 땅값이 들썩인다. 강북 개발의 전초기지로 부각되면서부터다. 서울시는 강남·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용산을 거점으로 꼽고 재개발에 나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13.51% 상승해 서초구·송파구 등을 앞섰다”고 말했다. 또한 용산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아직 호재가 많기 때문에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이슈 가장 큰 호재는 용산공원 조성·용산역세권 개발·한남 뉴타운 개발 등 세 가지다.

용산공원은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되면서 쾌적한 도심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박병호 한국리츠에셋 사장은 “용산은 서울의 중심부로 교통의 요충지인데도 그동안 미군기지 때문에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미군기지가 도심공원으로 조성된다면 서울의 새로운 문화 휴식처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용산역세권 개발이다. 정부는 용산역을 중심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해 국제업무지구로 육성할 방침이다. 여기에 100층짜리 복합빌딩(국제무역업무단지)도 들어설 계획이다.

용산 민자역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월 국내 최초 서구식 복합엔터테인먼트 쇼핑몰 현대 I-파크몰이 들어섰다. 여기에는 이마트·I-파크백화점 등 쇼핑시설과 CGV 영화관·e스포츠 경기장·소빅스 문고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마련돼 있다. 점차 이곳으로 20·30대 젊은층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유동 인구도 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남 뉴타운 개발이다. 사업은 2013년까지 진행되고 개발지역은 보광·한남·이태원·동빙고·주성동 일대다. 한남 뉴타운의 강점은, 지하철은 1호선(한남동)과 6호선(이태원)이 지나고 한강·남산·민족공원 등의 조망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박병호 사장은 “호재가 넘치면서 안 오른 곳이 없다”며 “가장 많이 오른 곳은 2년 전에 비해 적어도 두 배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용산역 주변도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김명현 파크공인중개사 대표는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는 이곳은 20평 기준으로 평당 8,000만~9,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조차 매물이 없어 거래가 어렵다”고 말한다.

용산역 주변 땅값 상승세는 주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국제업무지구가 들어서는 한강로2동뿐만 아니라 한강로3동까지 일제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강로3동은 단층짜리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골목이 워낙 좁아 차 한 대도 빠져나가기 어렵다.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최근 한강로3동 시세도 평당 3,000만~4,000만원으로 1년 사이에 1,000만원가량 올랐다.

강북의 부촌으로 꼽히는 동부이촌동은 이미 매물이 사라진 지 오래다. 김혜진 이촌부동산 대표는 “동부이촌동은 교통이나 주거환경이 좋아 주변 지역보다 시세가 비쌌는데 용산 호재가 쏟아지면서 더 올랐다”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중 한강 조망권이 가장 좋은 GS한강자이의 시세는 평당 3,700만~3,800만원가량 된다.
이촌역 옆에 붙어 있는 한가람·한강대우·코오롱 아파트 등도 매물이 없기는 마찬가지. 한가람 아파트 시세는 평당 2,500만~ 3,000만원 선. 34평 기준으로 8억원가량 된다.

강남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한남 뉴타운 일대는 매물 부재 속에 대지 지분 10평짜리 다가구 주택이 평당 3,500만~5,000만원을 호가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은 정부정책·재개발·교통·주변환경 등 기존보다 주거환경이 좋아지거나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클 경우 시세도 오른다”며 “용산은 정부의 적극적인 강북 개발의 전초기지로 개발되고 있어 투자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 투자 기간과 목표를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6개월 사이에 시세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용산 투자처에는 아파트·재개발·주상복합분양권·상가 등을 꼽아 볼 수 있다.

박병호 사장은 “용산역 주변 상가에 대한 투자수익률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향후 아파트보다 상가 투자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역세권 상가 중에서도 오피스를 추천했다. 용산역이 향후 서울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반면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여전히 아파트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상복합분양권이나 5층 미만의 재개발아파트를 추천했다. 투자지역은 용산공원이 들어설 미군기지 주변을 꼽았다. 이곳은 공원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강 조망권도 가능해서다. 주상복합아파트인 씨티파크와 파크타워가 대표적이다. 현재 씨티파크 48평형 분양권 시세는 12억~14억원으로 평당 3,000만원 선. 파크타워는 그보다 조금 높은 평당 3,000만~3,500만원가량 된다.

박원갑 연구소장은 “상대적으로 덜 오른 곳은 단기 투자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곳이 서부이촌동이다. 동부이촌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이촌동은 동부보다 평균시세가 1억원가량 낮다. 그동안 철도차량본부·용산 화물센터가 있어 개발이 지연됐지만, 최근 철도공사에서 이곳을 매각해 초고층 주상복합타운으로 개발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시세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전혜숙 학사공인중개 대표는 “서부이촌동 현대아파트는 24평이 3억4,000만~4억2,000만원을 호가하고 34평은 6억~7억원 선”이라며 “최근 투자 호재가 발표된 뒤로 중개업소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