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녔던 학교는 서울역 인근에 있었습니다.공동학군에 위치했습니다.고교입시가 시험제에서 추첨배정방식(뺑뺑이)으로 바뀐지 얼마 안돼 학부모들이 과거의 시험제 명문들이 운집했던 공동학군을 선호했습니다.

공동학군은 지금의 중부학군처럼 서울 도심에서 반경 수km 이내에 위치한 학교들을 모아 놓은 학군이었습니다. 도봉구나 영등포구 구로구 관악구 성동구 등 서울 어느 지역에서든지 일정한 거리에 있는 곳이었습니다.당시 공동학군에는 강남으로 이전이 처음으로 확정된 경기고 외에는 세간의 명문들이 거의 모여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5대공립,5대사립고와 4대공립여고 4대사립여고 등으로 불리는 시험제 명문들이 존재했습니다.자신들이 그리 획정하지는 않았지만 언론과 학부모 등이 학교의 유구한 역사와 일류대 합격자수,중학교 수험생들의 선호도 등을 고려해 서열을 매긴 것으로 기억합니다.70년대 중반 경기고 출신의 서울대 합격자가 400여명이었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제 기억이 맞을지 확신할 수없지만,5대 공립으로는 경기 서울 경복 용산 경동이 있었으며 5대 사립에는 보성 중앙 휘문 양정 배재가 있었습니다.이와 버금가는 명문으로는 공립으로 서울사대부고가 있었으며 사립으로는 신흥 명문인 신일,그리고 5대 사립에 아주 근소한 차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동 동성 등이 있었습니다.때문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5대 공,사립을 넘어 9대공립과 9대 사립을 만들기도 했지요.

여고 4대공립은 경기 수도 창덕 무학이었고,4대 사립은 이화 숙명 진명,그리고 정신인가 배화가 끼었던 것으로 압니다.

이들 서울의 명문에 버금가는 학교가 지방에 몇개 씩 있었는데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경남 ,경북 광주제일 전주 대전 제물포고 등이었습니다.여고도 경남여고 경북여고 전남여고 대전여고 등이 명문이었지요.

고교 시절 제가 다녔던 학교도 5대 사립에 끼는 학교였습니다.제 짝은 강동구 암사동에서 버스를 세번씩이나 타고 다녔습니다.암사동에서 천호사거리까지,천호사거리에서 을지로로 오는 버스를 갈아타고,을지로에서 서소문 서울역까지 오는 버스를 탔습니다.학교 통학에만 왕복 4시간 가량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근에 괜찮은 학교가 없어 공동학군에 지원해 그 먼거리를 통학했습니다.

 

 당시에는 지하철도 청량리에서 서울역까지만 다녔으며 부족한 버스와 그로 인한 콩나물 버스,비좁은 도로등 대중교통체계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옛날 고렷적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 고교학군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당시 학군제 도입은 고교시험제로 인해 청소년의 과도한 입시압박과 건강 등이 문제됐기 때문입니다.중학교 입시가 있던 시절에는 초등학생이 입시강박증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했고,고교 입시시절에는 입시에 실패한 중학생이 양잿물을 들이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입시과열 때문에 중학교 입시,고교 입시를 순차적으로 풀고 학군제 추첨방식을 도입했으나 수험생 학부모들의 공동학군 선호는 계속됐습니다.

공동학군 지역에 과거 명문고들이 온존하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학원가는 광화문과 종로에 포진해 있어 도심은 항상 붐볐습니다.교통체증이 이루 말 할 수없었죠.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명문고의 강남 이전이었습니다.모든 고교가 반대했습니다.정부에서는 시범케이스로 대한민국 제1의 명문으로 일컬어지는 경기고를 강남 삼성동에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당시 경기고 동문들의 반발은 이루 말할 수없었으나 유신시대였기 때문에 꾹 참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고가 떠나자 경기여고 서울고 휘문고 숙명여고 등이 강남으로 속속 이전했습니다.당시 강남에 개발붐이 일기는 했지만 아무도 강남으로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그러나 경기고 이전과 함께 과거 명문들이 강남으로 옮기자 중산층이 강남으로 순식간으로 이동했습니다. 80년대 초중반까지 강남은 불모지대와 다름 없었습니다.

영화 한편 보려해도 명동이나 종로로 나와야 했고,모든 생활의 중심이 강북 도심에 남아 있었습니다.하지만 강남이 명문고의 이전과 함께 80년대 중반부터 급속도로 개발되자 그 때까지 도심에 남겠다고 고집했던 보성 양정 배재 수도 창덕 진명 등이 뒤늦게 나마 새 주거지로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강남에는 이미 정원이 다 찼습니다.할 수없이 이들 학교는 송파 목동 고덕 대방동 등으로 옮기게 됐습니다.도심에는 과거 명문중 용산 경복 중앙 동성 정도가 남게 됐죠.

이같은 학군제는 70년대 중반 도입된 이래 공고히 유지됐습니다.중간에 학군제를 재편하자는 말도 자주 나왔습니다.이 기간중 나온 학군제 개편의 속셈은 현행 추첨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제로 가는 전단계였습니다.고위관료 등 시험제 명문 향수에 사로 잡힌 기득권이 명문고를 살리자고 나선 꼴이었죠.

 

평준화 틀을 유지하려는 정부로서는 받아 들일 수없는 것이었죠.과거 김영삼 정권 때도 한번 검토했다가 무산되기도 했죠.

평준화 도입 30년이 지나면서 과거의 명문뿐 아니라 신흥명문도 많이 탄생했습니다.서라벌 단대부고 등등.... 평준화가 시험제 명문을 어느 정도 해체하고 신흥명문을 탄생시킨 것이죠.

이번 학군제 단일학군제 도입은 시험제로 가는 전단계인지는 모르겠지만,상당히 주목할 부분이 많습니다.

단일학군에서 30%,소속 학군에서 30%,인접학군과의 통합학군에서 30% 정도로 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교는 정원 미달인 채로 끌고 가겠다고 합니다.

학군제 개편으로 어느 정도 강남 집중을 해소하고,교육의 지역격차를 해소할 것으로 정부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저는 정부에서는 이같은 큰 뜻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것도 노리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문답으로 써 보겠습니다.

 

 

학군제 개편은 그외에도 무엇을 가져올 수있는가.-공교육의 부활이다.
지금 공교육이 무너졌음은 누구도 부인 못합니다.죄다 사교육으로 갑니다.정부에서는 10조라고 하는 데 저는 더 된다고 봅니다.비록 추첨으로 배정됐다고 해도 선호학교는 신나게 공부시킬 것입니다.우리 학교가 이리도 인기 좋은데 한번 해보자 입니다.평준화 이후에도 과거의 명문들이 몇해 동안은 잘 나간 적이 있습니다.선생님들이 비록 시험제 이전에 비해 떨어지는 재목이지만,과거의 영화를 잇자하고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지금은 교사들 스스로 포기합니다.학원에서 잘 가르쳐 주는 데 그냥 쉽게 넘어가자 주의입니다.(물론 안 그런 훌륭한 선생님도 계시겠지만 현재 흐름이 그렇습니다)

 

교사의 자기 계발이 이뤄질 수있다-(죄송스런 이야기지만)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교사가 가장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요.현재로서는 철밥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예전에는 교사가 어려운 직업이었습니다.임금은 시원치 않았는데 보충수업이다,야간 자율학습이다 하면서 오랫동안 남아 수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저의 고교시절 선생님들은 보통 8시까지 출근하셔서 저녁 7-8시에 퇴근했습니다.고3 선생님들은 밤10시까지 남았습니다.학생중에는 똑똑한 아이도 있어서 일본의 수학문제집을 갖고 와서 풀어달라고 하기도 해서 항상 공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자기 계발에 소홀한 교사는 학생들의 외면을 받았고 사립인 우리학교에서 그런 선생님 한 분을 전근시킨 기억이 납니다.제가 다녔던 사립 학교는 교사의 70%가 동문이었습니다.스승이자 선배였기 때문에 꼼짝할 수없었습니다.(이게 좋은지 나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퇴출될 고등학교는 나올까-퇴출고교는 나오게 마련입니다.시대의 흐름입니다.80년대만 해도 대입 수험생수가 100만에 육박했습니다.지금 겨우 50만명입니다.몇년 더 지나면 지금의 70% 수준으로 줄어듭니다.학생수도 학교수도 자연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2010년부터 새 제도를 시행하면 그 때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된다고 봐야 합니다.학교의 무한경쟁시대가 올 것이며 교사에게도 이 게 올지 모릅니다.

 

기피학교중에 살아 남는 학교도 있는가-있을 수있습니다.서라벌고는 과거 시험제도 때에 모든 사람이 기피하는 학교였습니다.(예전에는 일,이,삼류만 아니라 4류 5류까지로 구분했었습니다. 그 당시 미아리언덕에 위치한 서라벌고는 모든 사람이 내켜하지 않는 학교였습니다)하지만 연합고사 실시후 추첨배정으로 전환하면서 서라벌고에 똑똑한 아이들이 배정되자 당시 교사들은 '우리도 한번 잘 가르쳐 보자' 팔을 걷어 부쳐 나섰습니다.그 결과 평준화제 이후 첫 입학생들이 서울대에 50명 넘게 합격했습니다.이 실적은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 왔습니다.당시 인식으로는 명문고는 우수학생 뿐 아니라 좋은 교사가 만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죠.서라벌고에 우수교사들이 전통 명문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교사들은 자체적으로 문제집을 만들고 등사해가며 통금이 있던 그 시절 밤10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이후 서라벌고는 거듭 좋은 입시결과를 내면서 평준화 이후 강북 최대 명문으로 성장했습니다.

교육에 기부금 문화가 생성될 수있다-대학 기부금 입학은 현재까지 흐름에서는 거부감이 많습니다.고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기부금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입니다.자신이 나온 학교들이 살아 남아 인기학교로 자리매김하고 후배들이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할 수있도록 동문들의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60,70년대에도 일류학교에는 좋은 동문들이 있었으나 겨우 초등학교 의무교육을 시작한 당시에는 기부행위를 할 수없었습니다.이제는 다릅니다.중등 의무교육 시대가 자리잡았습니다.한국사람들은 유달리 학연 집착이 큽니다.중고등 의무교육이 도입돼도 정부에서 할 몫이 있고,기부를 통한 발전을 꾀할 부문이 있습니다.이 부분을 동문들이 해줄 수있을 것으로 짐작해 봅니다.자신의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한 조건부 기부와는 다른 ,그야말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위한 기부지요.종교재단이나 특정 단체는 자신들이 지향하는 교육을 펼치는 학교에 기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남학군은 해체될 수있다-강남에도 학부모의 선호도에 따라 학교 부침이 있을 수있을 것입니다.강북에도 좋은 학교가 많습니다.과거 명문인 용산 경복 신일 등이 있지요.중부학군에 속한 용산 경복은 현행 추첨제 방식에도 강남권 학교와 비슷한 성적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용산이나 경복은 한해 평균 10여명의 서울대 입학자를 내왔습니다.개편된 학군제가 시행되면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선호학교를 찾게 될 것입니다.

 

도봉 노원 성북에서는 1,4호선을 통해 10-30본이면 통학이 가능한 중부학군의 용산 동성이나 소속학군 또는 인접학군인 경동 신일 서라벌 대진 등의 학교를 지원해 갈 수있을 것입니다.마포 일대는 5,6,9호선을 통해 5-30분이면 통학 가능한 용산이나 경복,반포고 세화고 신목고 양정고 등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성동구나 광진구도 마찬가지입니다.광남고 보성고 배재고 무학여고 현대고 경기고 등 신흥명문과 전통명문을 놓고 저울질 할 것입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아마도 지금 생각한 것 이상으로 파장이 심할 것으로 저는 봅니다.사교육의 몰락내지는 급격한 축소,공교육의 확대와 교권의 회복,교사퇴출시대,지역 선호학교 등장 및 강남 선호 현상 감소 등이 예상할 수있는 시나리오 입니다.

과거 명문고들이 옛 영화를 찾기 위해 무지 애쓸 것입니다.얼마전 자녀 교육 때문에 대치동에 살다가 교육을 끝마치고 압구정동으로 옮긴 지인 한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그 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편으로 예전에 명문으로 꼽혔던 경동고를 나온 분입니다.다른 학교는 전부 강남권으로 옮겼는데 자신의 출신학교만 보문동을 고집해 발전을 못 이뤘다고 아쉬워했습니다.새로운 제도가 도입돼 출신학교가 인기학교로 올라서면 동창회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는 2010년을 전후해 경원선 경춘선 분당선 경의선 신공항 철도의 완공으로 시외곽에서 도심까지 모두 30분 이내 진입이 가능한 시대가 됩니다.
의미심장한 면이 많습니다.

물론 이제도가 몰고올 폐해도 적잖아 보이지만,강남발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 국민들은 받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득이 많을지 실이 많을지는 나중에 따져 봐야 하겠죠.

고교시설의 대대적인 확충및 개선,고교간 부익부 빈익빈,공립과 사립의 갈등 ,구명문과 신명문의 경쟁및 갈등,인문계 고교와 특성화 고교 분리작업, 특목고의 독과점 체제 해체,전인교육과 입시교육의 선택 등등....

역대 정부가 마음은 꿀같았지만 국민들의 반발 때문에 오랫동안 손대지 못했던 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을 현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을 계기로 해댄 것처럼 ,교육의 강남 집중이 사회지도층의 압박과 사학재단의 반발 등에 막혀 오랫동안 손대지 못한  학군개편 등의 교육개혁을 정부에서 아주 쉽게 하게 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 폭등이 여러 이해 주체가 실타래 처럼 얽혀 있어 쉽게 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큰 반발없이 쉽게 해주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학개편 및 정리 등 학군제 개편에 숨어 있는 많은 의미를 더 쓰고 싶었지만,제 의견이 정답인 것도 아닌 마당에 깊은 의미를 함부러 쓸 수없어 이만 줄입니다.

제 의견과 다른 견해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저 과문한 사람이 써본 낙서로 어여삐 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