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비결은 현장에 있었다

톡톡 튀는 중개업소 / 서울노원 공릉 석사공인 엄두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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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구두가 두 달만에 닳도록 뛰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석사공인 엄두열사장은 스스로를 '현장맨'으로 부른다.

이론에만 밝은 부동산 평론가보다는 현장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아는 현장 전문가가 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로 승부

엄 사장은 11년 동안 현대건설과 에이스종합건설 등에서 개발과 분양업무로 잔뼈가 굵은 정통 건설인 출신이다.

2년 전에 몸담았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공인중개사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개업 초기 몇 달 동안은 확보한 물건은 있어도 손님이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발 업소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어 고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건설회사 재직 당시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게 중개업소라 만만히 봤던 게 화근이었다.

고민 끝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자신의 얼굴이 박힌 명함을 들고 아침마다 지하철역으로 나섰다. 그렇게 두 달 동안 돌린 명함만 수천장에 달했다. 그러자 반응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엄 사장에겐"현장에서 답을 구하라"라는 신조가 싹트기 시작했다.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 한번 꼽아 봤더니 좁은 바닥에 중개업소만 50여개가 넘더군요. 스스로를 차별화시키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짜낸 아이디어가 정보의 DB(데이터베이스)화였다. 틈나는 대로 발품을 팔아 고객들이 궁금해 하는 생생한 정보를 취합해 나갔다. 각 아파트단지의 가구별 점유형태, 전․월세 계약만료일, 평형별 방수 등과 같은 기본정보는 물론 씽크대 상태, 난방방식, 월평균 관리비, 재산세 수준 등까지 꼼꼼히 기록해 뒀다.

대부분 현장방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정보들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취합된 정보가 4∼5개 단지 2000여 가구에 이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각 가구마다 임대차 계약 만료일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니 2∼3개월에 미리 전화해 매물을 선점할 수 있었다. 또 고객들은 고객들대로 인터넷이나 기존 부동산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당연히 호응이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

#'카더라'가 아닌 정확한 정보제공이 원칙

그런데 왜 하필이면 비인기지역에 사무실을 내 사서 고생일까.

"매매 회전율을 계산해 봤습니다. 현재 서울시의 주택매매 회전율은 대략 5%선에서 그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릉동에선 회전율이 7～8%를 넘나들더군요. 대개 아파트 밀집지역이나 13∼18평대 서민거주지역의 매매 회전율이 높게 나옵니다."

한마디로 매매 회전율이 짧고 전․월세 비율은 높은 곳이 중개업소 창업의 적지라는 게 엄 사장의 생각. 송파, 강남, 서초 등의 인기지역의 중개는 규모는 크지만 거래는 드물어 전체적인 수입 면에서는 비슷할거란다.
엄 사장은 '모든 것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척 치밀한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 부동산 세무나 법규에 대해서 문의하는 고객에 대해 결코 '카더라'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도시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고객관리는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의 비율이 높은 지역의 특성상 주민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생활 밀착형 관리를 원칙으로 한다.

이를 위해 얼마 전 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지역 주민이 되면 더 생생한 현장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살고 있는 아파트를 소개할 때 고객들이 더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다.

가끔 과거 건설회사 재직시 재건축 업무 경험을 살려 돈 안되는 컨설팅도 해준다. 지난해 초 자신을 통해 아파트를 매도한 고객이 투자문의를 해와 재건축 재료가 있는 송파구 거여동의 한 아파트에 대해 매수의견을 내줬다.

엄 사장의 분석은 적중해 그 고객은 잔금 납입시 대략 8000여만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업에서 목이 중요하다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중개사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장소를 불문하고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게 돼 있습니다.''

#신뢰․정직․끈질김 등이 무기

경쟁에서 살아남고 안정적인 수입을 내는 공인 중개사가 되려면 몸에 밴 친절함과 신뢰, 정직, 끈질김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 엄 사장의 생각. 또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깊이 파내려가는 프로 비즈니스맨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현장을 중요시하되 단지 맨땅을 배회해서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것. 답을 찾으려면 지하수맥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깊이깊이 내려가 지하수맥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정보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잘해도 고객들의 흰 눈을 견뎌야 하기 일쑤고, 안되면 한 달을 공치는 바닥일에 건설업체에서 곱게 일하던 그가 뛰어든 이유는 뭘까.

"부동산 하는 사람들의 꿈은 다 똑같지 않을까요? 일본의 노무라부동산 같은 시행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바닥부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