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T시세에 영향을 미쳐온 요인들 :: 닥터아파트 블로그

2006-10-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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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관성의 부동산 경매이야기

부동산 가격을 오르내리게 하는 원인 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우리사회에서 유가증권과 같은 환금성을 인정 받아온 APT의 지난 20년간의 가격 변동을 통해 살펴 보겠습니다.

18년 전 88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서울의 APT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도 서울의 APT값이 1억을 넘어선 곳이 꽤 많았지만 이때에 이르러 거의 전 지역이 1억 이상으로 뛰어 올랐고 ‘억대 거지’라는 신조어가 나타났습니다. 다른 재산은 가진 것 없어 1억짜리 살 집 한 채가 전 재산 이라는 자조섞인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외적인 이미지 상승으로 수출이 잘되었고 경상수지가 호전되면서 시중에 풍부하게 풀린 자금이 갈 곳을 찾다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APT 가격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사회에서 부동산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돈의 힘’, 바로 유동성 때문 이라고 필자는 생각 합니다.

내 집 마련이 집 없는 서민들의 꿈이던 시절 노태우 정부는 1989년 공약으로 내세웠던 200만호 건설 공약을 지키기 위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다섯 곳을 1기 수도권 신도시로 개발을 시작하여 1993년부터 입주가 시작 되었습니다. 공급확대로 주택수요 대비 만성적인 공급부족의 연쇄고리를 끊고자 대규모 역사(役事)를 감행하였고, 한때 ‘분당 아파트는 시멘트를 바다모래로 타설하여 부실공사’라는 매스컴의 공격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했고, ‘일산은 여름철마다 한강이 범람하여 언제 잠길지 모른다’는 루머가 입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면서도 90년대 초, 중반 이처럼 일시적인 대량공급이 비교적 주택가격 안정을 가져다 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주택 보급률 통계가 정부를 늘 고민에 빠뜨려온 것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택(부동산)값이 떨어지지 않고 항상 오르는 것이라는 논리로 지배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서울, 수도권의 주택 보급율이 90%를 넘어섰는데도 계속 오르는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요?

뒤에서 말씀 드리겠지만 요즈음은 지역별, 평형별로 수요의 차별화가 나타나며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안 오르는 지역과 평형은 매매 자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5년 말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되며, 이 노선이 통과하는 지역을 따라 목동을 선두로 강동.송파권의 APT시세가 급등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오백~천만원씩 오른다는 말이 있던 때였는데요 이때 처음으로 APT가격이 평당 1천만원을 돌파 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서민들의 탄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97년말 IMF를 맞기 1년전의 일이었습니다. 교통과 교육환경 등이 주택가격을 끌어올린 사례였습니다.

부동산 가격 변동을 살펴볼 때 집고 넘어갈 한가지, 가격은 장기적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변동하지 않는다는 사실 입니다. 먼저 개발재료(신도시개발, 도로건설 등)가 발표될 때 일차 급등 합니다. 그리고 너무 올랐다 싶으면 보합선을 유지해 갑니다. 그리고 공사가 시작되면 한번 더 오릅니다. 그리고 공사진행으로 먼지나 교통상 불편이 지속되면 다시 휴면에 들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개통되고 나서 이용해 보니 아주 편리 하거든요, 그때 다시 한번 급등 합니다. 결국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시세는 포물선을 그리지 않고 계단식으로 상승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로 재미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이 공식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래 일산 제2자유로 건설이 발표되며 마포 상암동에서 고양시, 파주시에 이르는 APT시세가가 2~3개월 사이에 몇천만원씩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1997년11월 외환위기 선언이 나오고도 APT가격 전망에 관해 엇갈린 전망들이 나왔었습니다.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될 테니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하는 전망이 있었는가 하면 ‘건설회사 들이 당분간 건축을 하지 못하니 기존 주택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어놓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여러분 아시다시피 한때 강남의 압구정동 구현대와 올림픽선수촌의 30평대 APT가격이 평당 6백만원대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필자도 계약 입질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은행 담보대출금리가 17%, 신용대출이 20%가 넘어가고 쏟아지는 실업자에 국내굴지 대기업까지 부도가 속출하며 나라가 IMF의 속국이 되었다는데 빚지고 사는 분들이 무슨 희망이 있어 담보대출 낀 APT를 안고 갈 수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매수대기자들은 이참에 아주 1억 이하에서 쓸만한 30평대 APT를 건지겠다고 기다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매수자의 봄’이었던 시절 입니다.

IMF 외환위기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99년7월 대우사태가 일어났고, 사회불안까지 이어지며 경기를 부양해야 했던 DJ정부는 부동산규제 완화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택했습니다. 주택을 사고 팔 때 양도세를 감면 해주고 일시적 다주택 보유를 눈감아 주며 임대업 허가를 완화하고, APT 분양가 자율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등 부동산.건축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하였습니다.

70년대 지어진 강남 노후 APT에 대한 재건축 기대가 본격적으로 살아난 것이 이 시기였습니다. IMF의 고금리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하며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여 이 시기 은행 담보대출 금리는 11%대 에서 7%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2005년 최저 4%대까지 계속 하강곡선을 그으며 담보대출 풍선효과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대출은 1개월에 3~4조원씩 증대되어 갔습니다.

이와 같은 정부 정책으로 강남의 잠실, 반포, 개포, 도곡동, 고덕동 등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의 APT값이 급등해 가기 시작했고, 8학군 학원가를 둔 대치동을 중심으로 강남북의 평당APT가격 격차를 두배반 이상까지 벌여놓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1.5단계 신도시인 용인과 2단계 동탄, 화성, 파주가 개발 시작 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강남권을 위시한 투기지역의 APT가격을 잡기 위해 강력한 세제입법과 금융권 담보대출 규제를 통해 집중적으로 고액APT 소유자를 겨냥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2004년 10.29 대책 : 투기(과열)지역지정 지역내 주택(토지)거래의 신고(허가)제시행,

2005년 8.31 대책 :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세대별 종합부동산세로 보유세 대폭 강화,

2006년 3.30 대책 : 투기지역 6억초과 APT 담보대출에 대한 DTI(소득 증빙연동제)한도적용 등

2004년 서울시에서 대대적인 뉴타운 지역을 발표해 국지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불러왔는가 하면, 최근에는 청와대와 경제관료들이 직접 나서 7대 버블지역(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을 거명해가며 주택 거래가격을 압박하고 있어 매매거래 시세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현실 입니다.

근래에 발표된 3.30 대책에 의하면 투기지역 6억원 이상의 APT를 매매하기 위한 담보대출을 소득증빙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도 규제하고 받고 있는데, 단독주택의 담보대출도 똑같은 규제를 받을까요? 아닙니다, 단독주택에 대해서는 대출 한도 규제가 없습니다.

주거 형태로서 APT를 선호하는 우리의 사회적 추세를 필자는 이렇게 봅니다. 주거시설의 효용면에서 보면 대기업 건설회사 등에 의해 획일적으로 건축 되어 단독주택에 비해 공간활용 면에서 실용적이며 생활하기 편리한 설계와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공동주택으로서의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지를 이루며 집합적인 불특정 이웃들끼리 계층의식을 공유 하면서도 세대별로 독립적인 프라이버시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이중 구조가 특성이자 장점으로 꼽힐 수 있습니다.

부자들이 끼리끼리 모여 살고 싶어 70년대 여의도로, 80년대 강남권으로, 90년대 신도시로 모여 들어 APT 가격을 끌어올리기기 시작했고 15년 전에 이미 ‘아직도 강북에 사세요?’라는 유행어가 나오기 시작 했지만 그 이후로도 ‘그들만의 리그(League)’라는 표현에서 보듯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APT 가격 상승 행진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왜 꼭 버블세븐 ( 강남, 서초, 송파, 분당, 용인, 평촌, 목동) 이어야만 할까요?

“우리 사회에서 강남권의 APT는 일부 계층만 소유할 수 있는 '명품’(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소비재) 이지만, 잠재적으로 우리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가능하면 그곳에 진입하기를 갈망하기 때문에 이러한 잠재 수요자들의 진입을 봉쇄하며 일부 그룹끼리 가격을 올리는 거래가 반복되고 있다”는 의견이 언뜻 이해가 갑니다.

어느 나라에나 부유층 또는 상류층들이 거주하는 주거지역이 있게 마련 입니다. 하지만 일부 고가 주거지역이 우리사회처럼 상시적으로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부녀회 가격담합(?)을 주도하여 반감을 받기도 하고, 지방도시나 비강남권의 주택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그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정부 주택정책의 중요한 표적이 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겁니다.

이 사회에서 강남권 APT는 단순히 특정 주거지역의 일컬음을 넘어, 자신이 속한 세대의 사회적 위치( Social Status )의 표상이 되고, 그로 인해 교통, 환경과 소비시장 면에서 지역적 우월감을 유지하고, 교육의 특별구역으로서 다른 어느 곳보다 사회적 지배 계층으로의 진입할 수 있다고 믿는 『강남 공동체의 이데아』(?)를 형성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필자의 둘째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여자 아이 입니다. 엄마 아빠는 이 아이에게 경제교육을 시킨답시고 예금통장을 만들어 주고는, 심부름을 하거나, 숙제나 문제집을 잘 풀었을 때 용돈을 주어 어느 날 보니 세배돈까지 합쳐 20만원이 넘게 되었습니다.

애들 엄마는 아이가 언젠가부터 사달라는 휴대폰을 이 예금통장을 깨서 사줄까하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물었습니다. “가영아, 이 돈은 모아서 뭘 할거니?”

한국 사람에게 '집'은 주거시설에 그치지 않고, 꿈이고 미래이며, 자신을 나타내 주는 얼굴이며 부의 척도이고, 계층을 나타내 주는 장식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쳐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