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도시별 색깔 뚜렷…베드타운 사라져 = 박재홍 수원대 교수는 "향후 수도권 주거의 특징은 뚜렷한 개발 컨셉트를 가진 신도시가 중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역할이 명료할수록 신도시 브랜드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개발중인 신도시를 돌아보면 이 말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올해 초 총 6500여 가구 시범단지가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를 보자. 인근에 기흥 반도체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데다 삼성이 신도시 안에 추가로 생산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동탄=첨단산업`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셈이다.

3차까지 확대 개발될 파주신도시는 어떤가.

 

제2자유로가 연결될 이곳에는 △파주 LCD산업단지(50만평) △문산 첨단산업단지(60만평) △월롱 첨단산업단지(25만5000평)가 터를 잡는다.

총 135만여 평의 LCD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생기는 것이다.

남북경제교류까지 활성화되면 파주신도시는 국내 LCD산업의 중심이자 남북교류의 관문도시가 된다.

 

판교와 광교신도시가 IT첨단산업단지를 갖추고 송도신도시가 경제자유구역 겸 물류ㆍ금융ㆍ의료ㆍ교육 허브를 지향한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항이다.

 

◆ 주거비중, 구도심서 신도시로 이동 = 양적인 면에서도 신도시 팽창은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작년 11월 15일 2기 신도시의 개발밀도와 용적률을 높여 41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 수가 24만가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물량이다.

 

정부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면 2017년 수도권 신도시 숫자는 현재 5개에서 최소 17개로 늘어난다.

최소 310만명 이상이 신도시에 살게 돼 전체 수도권 인구 중 19%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규모가 다소 작은 공공택지지구와 대형 민간개발사업지, 국민임대단지(2006년 말 현재 22개 총 928만평)를 합치면 수도권에서 `신시가지 조성형 주거지` 비중은 5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 용인 성남 안양 등 구도심 재개발이 진행중이지만 10년 후 선도 주거지는 신도시 등 계획형 주거지가 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 재택근무 늘면서 주거형태도 변화 = 주거와 산업의 중심지로 신도시의 부상은 개인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아예 집의 구조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도시 안에 근무지가 늘어나면서 집이 아예 개인사무실 역할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가정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스트럭처는 갖춰져 있지만 서울에 가야 접촉과 영업이 가능한 지금과는 또 다른 풍토가 조성되는 셈이다.

 

대형 A건설사 박 모 상품개발팀장은 "주택이 사무실로 활용되면 현재 평면 변화를 주도하는 부엌보다는 거실 등 공용공간이 더 넓어지고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서재와 거실이 합쳐져 개인 업무가 가능한 사무공간이 되고 부엌은 현재 추세대로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 된다.

 

10년 후 신도시가 산업기반을 확실히 닦는다면 침실과 거실, 주방이 각각 `개인-업무-가족`이라는 상반된 사회생활을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생활의 변화는 집 밖에서 한층 커질 것이다.

직장에 인접하거나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여가시간이 많아진다.

1시간씩 들여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대신 걸어서 직장을 가거나 집에서 업무를 보게 되면 낭비하는 시간이 2시간 가까이 줄어든다.

당연히 문화와 레저활동에 대한 수요가 생기게 마련이다.

 

분당신도시 정자동 테라스 거리, 일산신도시 라페스타, 호수공원과 같은 명물이 흔해지고 에버랜드나 서울랜드를 능가하는 대단위 위락시설 조성도 기대된다.

실제 디즈니랜드는 과천 서울대공원이나 인천 청라지구 진출을 검토한 바 있고, 부천시에는 실내스키돔을 가진 쇼핑몰이, 안산 고잔지구에는 6200평이 넘는 실내 워터파크가 입주할 예정이다.

 

[기획취재팀 ＝ 연기홍 차장 (사회부 수도권팀장) / 부동산부 = 김태근 기자 / 사회부 = 김철수 기자 / 김대원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