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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 수원현미경(112)] 수원이 화장실 메카가 된 이야기 - 김충영 논설위원 |♣김충영의현미경

2023-05-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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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영 수원현미경(112)] 수원이 화장실 메카가 된 이야기 - 김충영 논설위원 / 도시계획학 박사

기자명김충영 논설위원 입력 2023.05.29 04:00

1999년 9월 3일 개최된 반딧불이 화장실 준공식.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2023년 5월 22일 10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세계화장실협회가 주체하는 제8회 국제화장실문화 컨퍼런스(conference)가 열렸다. 컨퍼런스의 사전적 의미는 공통의 전문적인 주제를 가지고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열리는 대규모 회의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는 개회식에 이어 서울대 유기희 교수의 ‘물과 위생’이라는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세션 1에서는 ‘대한민국 화장실 정책의 이해’, 세션 2에서는 ‘화장실의 미래’, 세션 3에서는 ‘개도국 화장실을 위한 혁신과 기술’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9명의 주제 발표에 이어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졌다.

2010년 9월 15일 미스터 토일렛 창립총회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참에 수원시가 화장실 메카가 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기념사업회 김준혁 교수는 2019년 ‘미스터토일렛 심재덕 평전, 아름다운 화장실 혁명’에서 상세하게 적고 있다.

1995년 7월 1일 민선1기 시장에 취임한 심재덕 시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 수원유치를 위해 1996년 여러 기관의 수장들과 회의를 가졌다. 그런데 회의도중 유엔기관에서 근무하던 한 외국인이 “당신네 나라의 화장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월드컵을 치르려면 수원의 화장실을 꼭 개선해야 합니다” 라고 지적하는 말을 듣고 심재덕 시장은 창피하면서도 너무 놀라 귀까지 빨개지는 것 같았다고 적고 있다.

이날 이후 심 시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순간의 깨달음이 전 세계 화장실 문화를 바꿀 원동력이 된 것이다. 심재덕 시장은 화장실 문제를 지적한 외국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이 있는 도시를 만 들겠습니다.”

심 시장은 수원시 전체 간부회의를 열어 수원시의 모든 공중화장실을 개선하고 세계 최고로 만드는 것이 지금부터 수원시의 최우선 정책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화장실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청소과에 ‘화장실 문화계’를 만든 것은 전국 지방자치 단체 중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담당공무원들의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 시큰둥했다.

화장실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덕 시장은 수원에서 가장 지저분한 공중화장실을 골라 우리나라에서 최상의 환경을 갖춘 유쾌한 곳으로 개조·관리하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수원시청 직원들은 비교적 잘 만들어진 서울의 타워호텔, 보라매공원, 장충단공원, 남산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화장실 관리 실태를 조사했다. 심재덕 시장은 화장실 문화계 직원들을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으로 출장을 보내 공중화장실을 견학하게 했다.

1997년에는 수원역, 수원시외버스터미널, 공원, 전통시장, 주우소 등에 설치된 87개소의 공중화장실에 대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화장실을 깨끗하게 보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한편 1997년부터는 4억원의 예산을 들여 화서문 화장실 등 5개소의 공중화장실을 만들었다.

1998년에는 6억원을 들여 화장실 5개소를 만들었다. 특이한 사항은 장안구에서 광교산 입구에 화장실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당시 윤홍기 장안구청장은 평범하지 않은 화장실을 만들려고 작품공모를 실시했는데 5개 작품이 응모했다. 이때 당선된 작품이 진우건축 김동훈 건축가가 설계한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이다.

1999년 10월 9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아름다운화장실 대상 심사평. (자료=조선일보)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은 1999년 조선일보사와 월드컵 문화시민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수원시 ‘반딧불이 화장실은 자연과 융합이 뛰어난 다기능 공간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실내 유리창을 통해 광교저수지 경관이 보이도록 설계됐으며, 풀벌레 사진과 새소리 음향설비 등을 설치해 풀숲에 있는 것 같은 쾌적함을 준다. 약 3평의 널찍한 규모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따로 갖추고, 벤치와 자판기를 설치하고 옥상을 전망대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반딧불이라는 이름은 수원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것, 건물외벽에는 반딧불이 모형을 붙이고 꽁무니에 전구를 달았다.” 이것이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 심사평이다.

반딧불이 화장실이 ‘아름다운 화장실’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국·내외 매스컴의 관심을 받게 되자 수원시의 아름다운 화장실 개선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수원시는 1997년부터 3년간 모두 15개의 화장실을 신축하는데 총 15억1000만원을 투입했다. 당시 1개소 당 1억원을 들인 셈이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화장실은 모두 이때 지은 것들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화장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화장실을 건립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심재덕 시장은 지저분하기만 했던 배설의 장소를 근심을 해소할 수 있는 ‘해우(解憂)’의 공간으로 바꾸면 시민의 의식도 자연스레 성숙하리라 믿고 묵묵히 견뎌냈다. 세월이 지나면서 세련된 화장실을 이용해본 시민들은 “예산은 이렇게 쓰는 거야”라고 칭찬했다.

1999년 2월 19일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심포지엄.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겠다는 심재덕 시장은 1999년 2월 19일 경기도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때 ‘공중화장실 개선을 위한 자연 친화적 환경 설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한 ‘전영상 세계화실연구소장’을 만났다.

심재덕 시장은 전 소장의 발표를 듣고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를 설립해 화장실 문화발전을 위한 정책 방안을 만들고 국제화장실 세미나 및 심포지엄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화장실을 통한 국제 교류를 추진해 가자고 제안했다. 이 무렵 만난 이득렬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화장실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던 이상정 무림교역 대표는 화장실 문화운동의 동지가 되었다.

1999년 10월 8일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 현판식.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들의 간청으로 마침내 1999년 8월 27일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2003년 한국화장실협회로 개칭)’을 수원에 설립하게 된다. 심재덕 시장은 초대회장이 됐고, ‘미소공(미소를 짓게 하는 공중화장실)’이란 월간지를 만들어 수원의 깨끗한 화장실을 널리 홍보했다.

2000년 7월 7일에는 마침내 한국 화장실문화협의회의 성공사례가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제2회 관광 진흥 확대회의’에서 발표됐다. 이날 심 시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그가 추진한 수원의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 운동은 “한국문화 변화 과정에 지방정부가 추진하여 세계 최고의 문화가 된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재덕 시장은 민선1기, 2기(1995,7,1 ~ 2002,6,3)를 마치고 민선3기에 도전했으나 모함으로 인한 8개월의 옥고 후유증으로 낙선하고 말았다.

2004년에는 국회의원에 도전하여 17대 국회의원이 되어 행정자치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국회자방자치발전위원회 대표의원, 한국화장실협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심재덕 국회의원은 2006년 11월 21일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돼 2007년까지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위해 세계 20개국을 방문하며 유치활동을 전개했다.

2007년 11월 22일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런 활동을 전개하던 2007년 5월 28일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도 그의 화장실에 대한 열망은 계속되어 2007년 11월 11일 세계최초 변기모양의 집 ‘해우재’를 준공하게 된다. 2007년 11월 22일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에서 ‘초대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세계화장실협회장을 수행하던 2008년 9월 전립선암이 심화되자 본격적인 투병에 들어갔지만 끝내 병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2009년 1월 14일 영면에 들게 된다.

2010년 10월 30일 해우재 개관식 모습.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고인의 유가족들은 ‘해우재’를 수원시에 기증했다. 이후 수원시는 ‘수원시 화장실문화 전시관- 해우재’를 2010년 10월 30일 개관했다.

세계화장실협회는 현재 26개국이 참가하는 국제민간기구로 발전했다. 세계화장실협회는 개발도상국 공중화장실 건립 지원 사업, 세계화장실 리더스 포럼, 세계화장실총회 및 국제화장실문화컨퍼런스, 국제협력사업, 연구조사 및 학술 활동, 세계화장실문화 유스포럼 등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수원은 1997년 예산 4억원을 들여 5개소의 화장실을 짓기 시작하여 2021년 말 수원시의 공중화장은 166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수원의 화장실은 ‘아름다운 화장실’ 평가에서 대부분 수상을 받아 화장실 문화도시의 명예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수원은 한국화장실협회와 세계화장실협회 본부가 소재하는 명실상부한 세계화장실 메카 도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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