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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시장에 맞서지 말고 금융·공급 이원화해야- (새 정부에 바란다 ② |*부동산(기타1

2022-03-0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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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22.03.08 00:02

김태호 기자

새 정부에 바란다 ② 경제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야당인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물론 여당인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뼈아픈 패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 유현준 홍익대 교수, 우석훈 성결대 교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정부의 과신”과 “정책 결정자들의 위선”을 꼽았다. 새 정부는 부동산을 포함한 경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들은 ‘명확한 정책 수혜 대상 선정’과 ‘금융·공급 정책 이원화’를 주문하며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에 바란다 - 경제

지난 5년, 부동산 정책 등 한국 경제를 평가하자면

▶김경민= 우선 시장 메커니즘에 무지했다. 수많은 정책을 냈는데, 시장이 역으로 작동했다. 서민들이 피해를 봤다. 둘째, 정책 담당자들의 위선이다. 대통령비서실장도 ‘2주택자’였다. ‘임대차 3법’ 추진 담당자와 입법을 주장한 이들이 임대료를 올렸다. 본인들은 시장 원리에 맞게 행동하면서 정책에선 그렇지 못했다.

▶우석훈=집값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심해졌다. 60%는 집이 있고, 나머지 40%는 집이 없다. 이들은 ‘앞으로 어디에 속할 거냐’라는 불안이 있다.

▶유현준=필요 없는 곳에 집을 짓고, 사람들을 그쪽으로 보내려고 했다. 사람들은 각자 다 알아서 경제생활을 하는데, 자꾸 가르치려고 들었다. ‘네가 잘못된 생각을 가졌으니 이렇게 살라’는 식으로 강압적으로 훈계하니 정책이 먹힐 수가 없다.

▶존 리=금융 분야도 시장 신뢰를 얻지 못했다.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한국 금융은 다른 분야와 달리 아직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한다. 주식시장에 많은 돈이 들어올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계층·지역 간 격차, 해법은 뭘까

▶김경민=집값이 한번 움찔할 때마다 자산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진다. 월급으로 그 격차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새 정부는 정책 수혜 대상을 중산층과 서민으로 명확히 잡았으면 한다. 이들이 적정한 돈으로 집을 임차하거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중산층과 서민의 주택 보유율을 높이는 게 정책 목표지 주택 수요를 억제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에서 금융 지원 방식은 장기적으로 고정돼야 하고, 공급 프로그램은 유연해야 한다. 사람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경제 행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집값이 뛴다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에서 60%로 낮추면 부자들만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유현준=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려야 한다. 얼마 전 소셜미디어(SNS)에 25만원짜리 허름한 원룸이 화제였다. 서울 한복판에 아직도 그런 집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우리가 개발을 너무 억제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공급하자’고 말하면 꼭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SH(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국민 세금으로 수백만 호를 지어 해결하려 한다. 그런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김경민=250만 호를 공급한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양강 후보가 말하는 상당 부분이 임대주택이다. SH가 과거 30년간 31만 호를 공급했다. 매년 평균 약 1만 호를 겨우 공급했다. 수도권이 전 인구의 절반이니 250만 호 중 약 100만 호를 수도권에 공급한다고 했을 때, 최소 20만 호 이상은 서울에 짓는다. 1년에 약 1만 호 공급하던 SH가 5년간 20만 호를 할 수 있나. 불가능하다. 게다가 비수도권에 250만 호 중 절반이 들어간다 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붕괴할 수 있다. 지방엔 재작년부터 짓기 시작한 주택 물량도 상당하다. 지금부터라도 건설 예정 물량을 모니터링하며 공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공급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지만, 현실 가능한 수치로 시그널을 주고 사람들을 안심시켜줬으면 한다.

▶유현준=100만 호라는 양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다양한 주택이 공급되느냐’도 중요하다. 공급되는 주택이 너무 획일화돼 있다. 부동산 공간의 ‘전체주의’다. 이런 일은 공급자 숫자가 적어서 벌어진다.

▶우석훈=부동산 대책을 세울 때 강남·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본다. 하지만 국민 절반은 지방에 산다. 지역경제 연장선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라봤으면 한다. 수도권과 다른 재정 정책을 쓴다거나 지역경제 지원 차원의 대책을 부동산 정책에도 반영해야 ‘지역 소멸’을 피할 수 있다.

2030세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존 리=소득·재산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들이 금융자산을 쉽게 갖게끔 해야 한다. 세금 혜택도 중요하다. 또 투자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만 국가는 ‘투자가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우석훈=청년들은 대체로 집이 없다. 그래서 주식·암호화폐에 투자하며 ‘자산 전쟁’에 뛰어든다. 공적 기금 일부로 ‘국부펀드’ 같은 걸 만들어 국민 배당을 시도하는 등 임금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할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

▶김경민=지난해 2030세대가 전체 부동산 거래 비중의 40%였다. 이들은 대출을 끼고 집을 많이 샀다. 부동산 시장이 꺾일 때 그들이 위험하다. 금융 지원 차원에서 리파이낸싱 프로그램을 계속 계발해야 한다. 이들에게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고정금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

추경을 통한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많았다

▶우석훈=추경을 한두 번 한 게 아닌데, 여전히 어림잡아 지원한다.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줘야 할지’를 행정적으로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소상공인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관광·항공업이나 문화계도 지원하면 효과가 있다. 팬데믹은 대략 3~5년 주기로 왔고, 또 올 것이다. 그래서 이걸 지나치게 정치쟁점화해선 안 된다. 팬데믹 구제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방안은

▶우석훈=선거가 없을 땐 ‘국민연금이 고갈하니 조금씩 개선하자’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막상 선거에서 이기면 연금개혁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인구구조도 바뀌고 있다. 나중에 고갈이 임박해서 국민연금을 뜯어고치려면 어렵다. 지속가능성을 따져보고 모두가 조금씩 손해보더라도 손볼 건 손봐야 한다. 공무원연금 등 별도 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 직장이 없는 임의가입자들의 보장성을 높이고, 그들을 연금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다양한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한다.

▶존 리=국민연금에서 중요한 건 독립성이다. 정부의 한 부처가 국민연금 같은 큰돈을 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게끔 독립성을 유지해 줘야 한다. 또 국민연금 투자 책임자(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가 제한된 것도 어색하다.

경제분야 제언

다음 대통령에게 어떤 걸 바라나

▶김경민=부동산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갖는 재화 중 가장 큰 물건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주거복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고민했으면 한다. 공공 주도 임대아파트의 시대적 소명이 다해간다. 민간(기업)이 임대시장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민간이 임대아파트를 짓되, 말도 안 되는 이익을 가져가는 건 당연히 정부가 모니터링해 막아야 한다. 민간이 참여해 지은 임대아파트가 장기적 관점에서 운영될 수 있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같은 금융상품을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도 고민했으면 한다.

▶유현준=‘내 집 마련’ 본능과 싸우지 말고 그 본능을 이해하고 이용해 부동산 시장이 선순환할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몰지 않았으면 한다. 집을 갖고 싶다는 욕구를 ‘욕망’이란 부정적인 단어를 써가며 사람들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석훈=한국 경제 지표 자체는 괜찮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물가는 오르는데, 월급은 따라 오르지 않는다. 집값도 너무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 그 비율만큼 당연히 월급도 올라야 하는데, ‘물가가 오르니 임금이라도 올리지 말라’는 정서가 강하다. 그러면 노동 약자들이 너무 불리해진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4만 달러를 바라본다. 내적 문제도 풀건 같이 풀고, 외부적으로도 우리 역할을 할 게 있으면 해야 한다. 경제는 정치와 또 다른 합의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이 그 시점이 아닐까 싶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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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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