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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 아닌 성 매수자를 수사 타깃으로’ |은하수마을,팅스

2022-01-1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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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을 아무리 많이 해도 성매매가 줄지 않는 것을 보고 성매매 여성이 아니라 성 매수자를 수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성 매수자 정보는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집단으로 흘러 들어간다.”

기자명나경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입력 2022.01.13 06:42747호

2021년 5월31일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되었다.

ⓒ연합뉴스

수원역 앞 일대가 깜깜해졌다. 지난 60여 년간 붉은 조명이 꺼진 적 없던 곳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 소속 경찰관들은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에 있던 모든 업소들의 불이 꺼진 시각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2021년 5월31일 밤 11시20분. 마지막 업소가 문을 닫았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경찰은 밤새 골목골목을 다니며 가게 문에 달린 자물쇠를 확인했다. 이날 자정 수원역의 성매매 집결지는 공식적으로 폐쇄되었다.

늘 ‘곧 없어진다더라’는 소문만 무성했던 구역이었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폐쇄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보통 성매매 집결지는 재개발과 보상이라는 경제적인 유인을 통해 정리되곤 했다. 하지만 수원역 앞은 적극적인 개발도 쉽지 않았다. 고도 제한이 있다 보니 건물 층수를 높이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개발업자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 아니었다.

2021년 2월 경기남부경찰청은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와 협력해서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는 종합계획을 세웠다. 여기에는 김원준 전 경기남부경찰청장의 강한 의지가 뒷받침됐다( 성매매 알선자는 돈줄 끊고, 성 매수자는 반드시 잡고’ 기사 참조). 경력 27년 차 수사 전문가인 한광규씨가 풍속수사팀을 이끄는 질서계장으로 배치된 일도 이례적이었다.

한광규 질서계장의 전문 분야는 조폭 수사였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근무할 때 조폭들을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었다. 왜 그러는지 궁금해서 하루는 ‘대체 왜 조폭 생활을 하느냐’고 물었다. ‘뽀대(폼) 나게 살려고요’라고 답하더라.” 결국 목적은 손쉬운 돈벌이였다. 한광규 계장은 성매매 업주들의 목적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하루 이틀 영업을 못하게 하는 일회성 단속만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풍속수사팀은 ‘범죄수익금(범죄를 통해 번 돈)’에 주목했다.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업소 아홉 곳을 압수수색했다. 한 업소의 계좌를 추적해 128억원을 찾아내기도 했다. 이 중 성매매 불법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것으로 특정된 62억원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형이 확정되기 전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절차)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업주들의 반발이 거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풍속수사 2팀 정춘수 팀장은 이렇게 답했다. “업주들은 오히려 당황스러워했다. 이전처럼 단속 한두 번 맞고 벌금 몇백만 원 내면 끝일 줄 알았는데, 경찰이 설마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 같다.” 경찰은 업주들에게 집결지를 자진 폐쇄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범죄수익금을 추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건물주들을 불러 모아 성매매 업소에게 장소를 제공해주는 행위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성매매알선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건물과 토지가 몰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유례없이 강력한 단속에 놀란 업주들은 사업을 정리할 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2021년 연말까지 단속과 수사를 일시 중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협상’을 거부했다. 최종 기한은 5월31일로 잡혔다. 한광규 계장은 업주들에게 “이날까지 영업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때까지 정리하라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기한이 정해진 뒤에도 경찰은 성매매 집결지에 계속 단속을 나갔다. 약속대로 집결지는 5월31일 폐쇄됐다.

수원시는 집결지에 있던 여성을 위한 자활 지원에 나섰다. 갑자기 생계수단을 잃은 여성들이 집결지를 떠나 온라인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되는, 일종의 ‘풍선효과’를 우려한 경기남부경찰청은 온라인도 집중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 대신 성매매 여성을 수사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 “단속을 아무리 많이 해도 성매매는 줄지 않는 걸 보고 공급자(성매매 여성)를 단속할 게 아니라 수요자(성 매수자)를 수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광규 계장이 말했다.

그동안 성 매수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가 아니면 처벌하기가 힘들었다. 수사를 계속하려면 성매매 여성들의 진술이 필요한데, 진술하는 순간 여성 자신도 성매매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은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 매수자와 성매매 알선자(성매매 사이트 운영자)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다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착안하여 성매매 수요를 억제하려는 이 방법은 ‘노르딕 모델’로 불리기도 한다. 1999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이 모델을 도입한 이후 현재 북유럽 국가를 비롯해 프랑스, 캐나다, 아일랜드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에서 성 매수자로 수사 대상을 전환한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은 본격적으로 온라인 성매매 업체 단속에 들어갔다. 풍속수사1팀은 용인·군포·이천 등 각 지역 9개 오피스텔에서 모두 49실을 빌려 성매매를 알선한 조직을 검거했다. 이들은 사무실을 차려 성매매 예약 전화를 받는 ‘콜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콜센터에 들어갔더니 컴퓨터 11대에 전화기 9대가 쫙 깔려 있었다. 전화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조직원마다 서로 역할이 분담돼 있었다. 마치 하나의 기업 같았다.” 검거에 참여한 풍속수사1팀 박진섭 경사가 말했다.

사무실은 조직원 11명이 머물며 2교대로 24시간 내내 돌아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조직에 성매매처벌법 제22조를 적용했다.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 혹은 집단을 구성한 사람에게 가중처벌을 내리는 조항으로, 비록 검찰 기소 단계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성매매 알선에 대해 해당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였다.

성 매수자 명단 약 8만 건 확보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 한광규 질서계장.

ⓒ시사IN 이명익

풍속수사3팀이 수사한 출장 성매매 업체는 ‘기업형’이라기보다 ‘연합형’에 가까웠다. 구글에서 ‘출장안마’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제일 위에 뜨는 업체를 수사해보니 수도권 최대 규모의 출장 성매매업 조직이었다. “(성 매수자를 가장해서) ㄱ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실제로는 ㄴ이란 업체에 예약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ㄱ업체에 전화해보니 이번엔 또 다른 ㄷ업체로 예약해주더라. ㄱ·ㄴ·ㄷ업체가 서로 ‘콜거래’를 하고 있었던 거다. 한 업소에서 한 업주가 여성들을 데리고 성매매를 하는 건 완전히 옛날 방식이었다.” 수사에 참여했던 풍속수사3팀 김애영 경위가 설명했다.

‘연합형’은 자기 업체에 예약이 많이 몰릴 경우 다른 업체에 해당 예약을 팔고 이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더욱이 각 업체는 서로 다른 이름을 단 성매매 사이트를 10여 개씩 굴리고 있었다. 구글 검색 상단에 노출되기 위한 전략이다. 풍속수사3팀은 총 41개 사이트 운영자 7명을 구속하고 관련자 84명을 검거했다. 여기엔 해당 사이트를 만든 제작자도 포함됐다.

사회가 묵인하는 동안 성매매업은 조직적으로 산업화됐다. 단속에 대비해 형태와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졌다. 그러나 ‘기업형’이든 ‘연합형’이든 온라인 성매매 업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성 매수자가 자신이 경찰이 아님을 입증하는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성매매를 예약하면 업체에서 그 사람 전화번호를 입력해 경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자체 앱까지 따로 있다. 여성 경찰관 번호를 넣어도 ‘짭새’라고 뜨더라.” 김애영 경위가 말했다. 온라인 성매매 업체가 경찰관 전화번호까지 모아가면서 데이터를 통한 ‘위험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성 매수자에게) 주민등록등본까지 사진 찍어서 보내라는 업체도 있다. 등본에는 가족 정보까지 다 뜨기 때문이다. ‘내가 네 가족까지 다 알고 있으니까 경찰이면 각오해라’는 의미다.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주소, 주민번호가 전부 성매매 업체에 데이터로 쌓인다. “이 개인정보들이 어디로 가겠나. 결국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집단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광규 계장이 말했다. 그는 성 매수자 정보를 사고파는 시장이 실제 존재하며, 성 매수자 중에는 인증 절차 정보로 덜미가 잡혀 ‘가족에게 성매매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으면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온라인 성매매 업체를 수사하면서 발견한 성 매수자 명단 약 8만 건을 확보했다. 2021년 말 현재, 이 중 792명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 12월10일에는 전국 최초로 성 매수자 수사를 전담하는 ‘성매매산업수사전담팀(전담팀)’을 만들었다. 아직까지 검찰에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고, 기소가 된다 해도 재판에서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풍속수사팀과 전담팀은 포기하지 않는다. “성 매수자 수사 기법을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하고 전문화해서 5년, 10년 수사를 하다 보면 기소율이 높아질 거고 실형도 많이 받아낼 거다. 비록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해도 열 명 중 한 명만 성매매를 끊어도 그게 어딘가. 이렇게 한 명 한 명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한광규 계장은 2022년 새해 목표가 ‘성매매 산업과의 전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온라인 성매매 업체 적발 그리고 성 매수자 수사까지, 지난 1년 동안 기존 고정관념과 다른 관점으로 성매매 수사에 참여한 풍속수사팀 팀원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이제 반드시 걸린다. 성 매수자들이 인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보낸 개인정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끝까지 추적할 거다(풍속수사2팀 정춘수 팀장).” “성 매수자 한 명을 수사하려면 최소 20일 정도는 걸린다. 그에 비해 너무 빨리 풀려나면 허탈해지기도 한다. 사법기관의 인식도 조금씩 변해가면 좋겠다(풍속수사3팀 김애영 경위).” “잡힌 성매매 알선자 중 제일 어린 사람이 스무 살이다. 성매매 산업 전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사회를 조금씩 썩게 만들고 있는 성매매는 뿌리 뽑아야 한다

(풍속수사1팀 박진섭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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