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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직접 나서 제2의 대장동 사업 무산시키는 사례 늘어나 |*종합.재(개발.건축

2021-11-2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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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기자

2021.11.27 12:43:28

‘대장동’ 인근 지역도 기획부동산 기승으로 피해자 속출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지구. (사진=이재형 기자)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대장동 게이트 이후…>

개발 세력이 주민 토지를 털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는 문제가 ‘대장동 게이트’를 계기로 국민들 관심사로 떠올랐다. 집값 상승기와 맞물려 평생 집 한 채 구하기도 힘든 국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기는 대표적 피해 사례인 탓이다.

경기도 성남~용인 일대에서는 허위 정보로 헐값의 토지를 비싸게 떠넘기는 기획부동산 세력도 들끓었다. 시행 주체들은 고분양가로 앞에서 털어가고 악덕 업자들은 이에 편승해 엉뚱한 땅에 투기를 끌어들여 실수요자들을 등치고 있다. 이처럼 개발 바람을 몰고 전국 산천의 토지를 사냥하는 투기꾼들이 기승하면서 조용한 산골마을들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민관이든 공공이든 원주민 쫓아내는 개발 세력

성남시가 토지를 강제수용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내줘야 했던 대장지구의 사례가 최근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토지 약탈’을 우려하는 불신의 목소리가 끓어오르고 있다. 토지 매입 당시 비용과 개발 이후 분양가가 괴리를 보인 데 대해 민간과 공공이 국민 재산을 헐값에 털어가는 것 아니냐는 반발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대장지구 인근에서도 헐값에 토지가 넘어갈 가능성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이 단합해 개발 사업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에서 추진된 도시 개발 사업은 지금껏 주민 반대에 부딪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대장지구에서 서남쪽으로 불과 200m거리에 이웃한 32만1890㎡ 면적의 호수공원 일대 토지에 4000여 세대 규모의 주택 단지를 짓는 민간 개발 특례 사업이었다.

지난 2019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걸렸던 플래카드. 고기동 개발반대주민대책위원회에서 개발을 저지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고기동 개발반대주민대책위원회 제공)

대장지구처럼 숲세권 아파트 단지가 지어질 계획이었지만 사업지 면적의 47.2%를 차지한 주민들이 환경파괴 등을 우려해 시민단체를 구성하고 반대 운동을 펼친 것이다. 결국 시행사인 DSD삼호는 용인시의 개발 심의를 넘지 못했고 지금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개발 시 땅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 잠시 개발에 찬성한 토지주들도 있었지만 결국 원주민 거주권과 토지보상문제가 반대 여론으로 수렴하게 만들었다. DSD삼호는 토지보상 방안으로 비용 대신 아파트 추첨권 등을 제공하는 ‘환지’ 방식을 택했는데 적정 보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수년 뒤 껑충 뛰어오를 주택 분양가를 현재 지가로 충당할 수 없다는 거다. 결국 개발이 실현될 경우 원주민은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

여기에 시행사에 대한 부정적 소문도 불안을 키웠다. 수원지검 형사6부에 따르면 DSD삼호는 2016년 고기동 남동쪽에 이웃한 동천2지구를 개발하면서 용적률·세대수를 늘리는 대가로 용인시 공무원에게 수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았다. 또 2018년 고양시 식사2지구 개발 사업에서 168㎡ 면적의 토지를 112명 앞으로 지분 쪼개기를 시도한 혐의로 과징금을 받았다. 토지개발에 찬성하는 원주민을 확보하려는 편법을 동원한 것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내 집을 앉은 채 투기꾼들에게 약탈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 고기동 도시개발반대주민대책위원회 활동가 A씨는 “주민에게는 개발 이익의 효과들이 없고 오히려 떠나야 되는 상황인데다 당시 DSD삼호가 일대 주민들에게 부도덕한 시행사로 낙인 찍혀 있었다. 그런 곳에 믿고 맡길 수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삽시간에 수천 명이 반대 의견서를 냈다”고 설명했다.

DSD삼호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도 전에 주민 여론을 살핀 후 철수한 것이라 현재 문제의 소지는 없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고분양가 등 고점을 형성하다 보니 개발이익도 크게 나는 것인데, 최근 대장지구가 이슈가 되면서 사회문제시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분쪼개기 투자권유…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사기

한편 개발 소식이 지역에 투기바람을 불어넣으면 뒤이어 ‘기획부동산’이 나타나 기승을 부린다. 악덕 중개업자들은 아직 지자체 건축 심의도 통과 못한 사업을 앞세워 곧 아파트 단지와 도로,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들어설 것처럼 속이고 산골짜기의 외진 임야를 팔았다. 애초 건축 사업이 불가능한 녹지보전지역의 맹지(盲地)를 헐값에 사들인 후 잘 모르는 외지인들에게 몇 배 높은 가격에 팔았다.

지난 2009년 3월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모습. (사진=네비게이션 앱 화면 캡처)

경기도가 지난해 고기동 등 18개 시·군의 임야·농지 3.35㎢를, 2019년에는 성남시 대장동 등 27개 시·군 임야, 농지지역 24.6㎢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은 주로 대면 영업이 많지만 인터넷 상에서도 의심되는 영업 활동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대장지구의 경우 한창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던 지난 2018년 대지조성사업 기업인 Y&I그룹은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대장지구의 녹지를 쪼개 지분을 공유하는 공유지분형 투자를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카페 회원 200여명이 받은 상담자료에는 “현재 대장동 토지 평당 280만 원! 대장지구가 평당 2500만~3000만 원인 것으로 보아 10배 오를 예정”이라거나 “대장지구 옆 서분당IC 인근 도시지역 내 녹지지역 임야 규제 없음!”이라며 녹지 매매를 통해 1000% 이상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투기성 문구가 가득했다. “현재 정·재계나 유명인사들도 지분 가지고 있음”이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형태가 기획부동산으로 강력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한다. 성남시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B씨는 “토지의 지분을 쪼개는 공유지분 방식으로 투자할 경우 매매 등 소유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며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토지 유형인데 부동산에 무지한 사람들이 땅값 오른다는 말에 덜컥 사들인다. 업자들이 말하는 개발계획을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말하면 ‘이런 듣도 보도 못한 터무니없는 설을 개발 계획이라고 낚여서 땅 사셨냐’며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다.

대장동 의혹 터진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 여전히 기승

지난 19일 LH 남양주사업본부 앞에서 남양주 왕숙주민대책위원회와 남양주 왕숙2주민대책위원회가 헐값 토지보상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이동우의창고TV 제공)

도시개발의 보상 문제는 지난 2008년 2월 한 노인이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고 숭례문에 불을 지른 방화사건으로 부각된 바 있다. 최근에는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언론인, 정치인, 법조인들의 비호 아래 토지를 헐값에 수용하고 수천억 원의 분양이익을 획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대장동 의혹이 크게 알려지면서 신도시 개발이 집중적으로 추진된 수도권과 세종시에서 민간 시행사에 반감을 갖고 문제제기에 나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5일 남양주 왕숙3기신도시 예정지의 시민들은 남양주시 별내동에 소재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남양주사업본부에서 ‘왕숙 헐값보상 LH규탄집회’를 열고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LH가 법을 앞세우며 3기신도시 예정지역 원주민들의 토지를 헐값에 매입하고 건설사들에게는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조 원의 폭리를 취한다고도 지적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감정평가사들은 토지 평가 시 지하철 개통 계획 등 확정된 사업을 배제하기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보상금액이 책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해경제자유구역청 망상지구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범대위 사무실에서 동해 망상지구는 대장동 사태의 판박이라며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원 동해 망상 1지구 개발사업에서는 시민들이 동해이시티의 시행자 지정 취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대장지구 ‘화천대유’와 망상지구 ‘동해이시티’는 판박이”라며 “공익을 내세워 9년 전보다 못한 땅값으로 토지를 수용하고, 개발은 민간업자가 단독으로 하면서 수익은 모두 챙기는 구조에, 초과수익 환수제 또는 재투자 계획 등 안전장치 하나 없는 망상동은 대장동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기획부동산과 한탕주의에 눈이 먼 시행사들이 해당 지역을 교란하는 사례가 최근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분양가격도 높아지자 토지를 미리 선점해 향후 개발계획이 수립되면 시세차익을 확보하려는 투기 심리와 이를 이용한 속칭 ‘꾼’들이 기승을 부린 영향이다. 자식을 신도시 학군에 편입시키기 위해 인근 마을을 기웃거리는 수요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언론보도를 통해 2500억 원대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에 개그우먼 안수미 씨와 가수 태연 씨가 피해를 입었다는 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기획부동산 측은 경기 하남시의 보전 녹지 땅을 4억 원에 매입한 뒤, 3개월 만에 11억 원에 안 씨에게 팔아 7억 원의 차익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사람은 입장문을 내고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은 해당 기획부동산 그룹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잘게 쪼갠 뒤 미공개 개발 정보가 있는 것처럼 속여 3000여 명에게 팔아넘긴 것으로 보고, 해당 그룹 계열사 4곳의 대표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와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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