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 지났다. 퇴임을 며칠 앞둔 지금 제2부시장으로 취임하던 날의 설렘이 생각난다. 수원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술행정을 총괄하는 제2부시장 직을 맡게 돼 큰 영광이었다. 기초 지자체 최초의 2부시장 제도에 대한 시민들과 공무원의 기대를 잘 알기에 부담감도 적잖이 느꼈다. 그러나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 도시개혁을 위해 노력해 온 것들을 직접 행정으로 실현할 기회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고 자신 있게 시작했다.

우선 기술행정의 미흡한 제도를 확립하고, 그 토대 위에 거버넌스 행정을 접목하고자 노력했다. 알리고 설득하는 이해의 과정,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소통의 시간들을 시민과 함께 보냈다. 그렇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공무원들의 노력 등이 잘 결합돼 수원시 거버넌스 행정은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수원형 마을만들기는 국내외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아 많은 벤치마킹의 사례가 되고 있다. 도시계획시민계획단도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등재됨과 동시에 UN 해비타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낳았다. 수원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는 군 공항 이전 사업, 100년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R&D 사이언스 파크와 수원컨벤션센터 건립 등도 시민들의 집단지성에 힘입어 지금까지 순항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필자는 거버넌스 행정의 파괴력을 실감했다.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자’는 학자시절의 소신을 현장에서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자부심도 느꼈다. 아울러 앞으로 대한민국 행정이 지향해야 할 바를 수원시가 보여줬다는 생각도 든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 노면전차 도입 등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업들도 남아 있다. 신중한 고민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중요한 정책들이다. 쉽게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버넌스를 경험한 공무원들의 역량, 수원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함께 어우러져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되리라 믿는다.

좋은 기회가 주어져 부시장으로 일하면서 자랑스러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염태영 시장님의 전폭적인 지지와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8년 전 맺어진 인연에 대한 믿음과 가치관의 일치가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항상 응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수원시 공직자들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다.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업무를 추진하는 데 커다란 원동력이 돼 줬다. 공직자가 현장에서 흘린 땀방울이 튼튼한 뿌리를 내렸으니, 이제 자치와 분권 차원에서 성숙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선5기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거버넌스 행정의 틀을 마련하는 시기였다면, 민선6기는 그동안 차근히 준비해왔던 대형 사업에 착수한 시기다. 수원의 미래를 책임질 정책들이 순조로이 진행돼서, 수원이라는 도시가 천년의 역사를 준비하는 초석을 닦길 바란다. 후임으로 올 부시장님과 공무원들이 그 막중한 책임을 잘 감당하리라 믿는다. 행정주도 시민동원의 관(官)치에서 벗어나 시민주도 행정지원의 참여형 자치로 나아가는 그 길을 끝까지 완수해 나가길 기원한다.

지난 5년, 참 행복했다. 이제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생활 속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살고자 한다. 아울러 학자로서 연구하고 행정가로서 경험한 소중한 자산을 지역을 위해 국가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고 맡겨진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