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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의 쉼터... 설레는 추억 선물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수원특례시 기타

2023-03-0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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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들의 쉼터... 설레는 추억 선물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승인 2023-03-07 20:21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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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여관 복도 전경. 낯설여관 제공

 

①낯설여관

수원을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동행공간’을 만날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한 카페, 작가들의 흔적이 맴도는 공방, 아날로그의 온기로 채워진 독립서점 등 다양하다. 2021년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된 수원특례시가 지난해부터 곳곳에 가꿔놓은 ‘문화도시 동행공간’은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이 연일 피어난다. 우리가 안고 있는 일상과 도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줄기를 잇고 있다. 수원화성, 북수원, 서수원, 영통, 광교 다섯 개의 생활권역으로 나뉜 수원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58개의 동행 공간을 방문하면 문화도시 수원을 엿볼 수 있다. 먼저 들여다볼 공간은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에 자리 잡은 ‘낯설여관’이다.

 

지난 4일 낯설여관 204호에서 우선식 대표(왼쪽 첫 번째)가 시민들의 활동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송상호기자

 

계단을 올라 2층의 복도 끝에 다다르면 203호와 204호가 눈에 띈다. 203호는 동네 사진관이면서 작은 영화관으로, 204호는 동네 책방이자 제로웨이스트숍으로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03호로 들어서자 주인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여관은 ‘나그네 여’와 ‘집 관’, 그러니까 여행자들이 묵어가는 집이잖아요. 일상 속 여행자들이 평상시 소화하던 리듬에서 잠시 벗어나 쉬어가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깃들어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우선식 대표(37)와 한지혜 책방지기(35) 부부는 ‘낯설여관’을 운영해온 지 어느덧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수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직장생활을 하는 등 오랜 시간 이 지역과 함께해온 부부는 사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터를 잡을 때 고민이 많았다. 부부의 마음은 자연스레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 느슨한 여유로 둘러싸인 정자동 한구석으로 향했다.

 

당시 동네에 시민들이 편하게 와서 책을 구경하거나 읽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부부의 마음에 걸렸다. 증명사진을 마음 놓고 찍을 곳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일상 여행자들이 이 공간을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쉼을 얻길 바랐다.

 

부부는 그런 마음을 하나하나 모아 지역민들을 향한 애정으로 빚어냈다. 우 대표는 자주 오는 단골에게 1년 전 모습과 오늘 찍은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서비스 컷을 제공한다. 또 매년 인근 지역의 어린이집을 찾아 매 계절에 한 번씩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 졸업 앨범으로 엮어내고 있다. 그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고, 사람 사이의 틈을 머금는 순간들이 오래도록 잔상처럼 지속된다.

 

204호로 발길을 옮기면 비슷한 듯 색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독립 출판물과 잡지, 인터뷰집 등이 배치된 책방이다. 여기에 비건 그래놀라 크래커, 대나무 칫솔, 삼베 마스크 등 친환경 생태 가치를 품은 물품도 진열돼 있다. 주인 부부의 친환경 의식이 녹아들어 있는 이곳은 다른 가게와 다르게 세제나 먹거리 등을 원하는 용량에 맞춰 살 수 있다. 영화동에서 방문한 이종훈씨(38)는 “혼자 살아 제로웨이스트숍 코너에서 생필품을 자주 사는 편”이라며 “이곳은 다른 가게와 다르게 생활용품 등을 내가 원하는 용량에 맞춰 구매할 수 있어 자원 낭비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의 낯설여관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복도. 책방, 제로웨이스트숍, 모임 공간 등으로 활용되는 낯설여관 204호 내부 전경. 송상호기자

 

203호와 204호는 콘셉트와 규모에 따라 모임과 활동 등이 매달 여러 차례 열린다. 테이블을 치우고 영화를 본 뒤 서로 생각을 나누는 자리, 외부의 작가와 함께하는 북토크, 양모펠트 공예 클래스 등 다양한 방문객 참여형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잠시 머물며 생각을 나누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고 교류를 확장하기도 한다.

 

낯설여관에서는 이 공간만이 뿜어내는 고유한 리듬과 속도가 몸을 기분 좋게 감싼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역시 그 점에 매료됐기 때문일까. 손님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이곳을 방문했지만, 하나같이 여행자의 휴식을 존중하는 느슨한 배려 덕분에 환대 받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얼마 전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온가족이 모여 203호에서 사진도 찍었다는 김민지씨(40·수원시 천천동)는 이날도 딸의 손을 잡고 낯설여관을 찾았다. 출판업계 경험이 있는 김 씨는 “이곳은 생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주인장의 따스한 마음이 잘 느껴지는 공간”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며 “제로웨이스트는 혼자서는 실천하기 어렵다. 지역 단체, 관련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주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곳은 저와 타인의 세계를 연결해주는 고마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물건을 사러 오지 않아도 좋다.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고 책방을 찾는 사람도 있다. 서둔동에 사는 고지현씨(25·여)는 힘들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마다 낯설여관을 떠올린다. 그는 “사장님과 간단히 근황을 나누고,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낯설여관의 주인장 우선식 대표(왼쪽)와 한지혜 책방지기. 낯설여관 제공

 

인터뷰 우선식 낯설여관 대표 “소박·따스함이 가득한… 마음을 달래는 곳”

Q. 낯설여관에 녹아든 가치관이나 철학이 궁금하다.

A. 누구에게나 ‘일상 여행자들의 쉼터’였으면 한다. 각자의 바쁜 상황 속에서 손님들이 많이 온다. 대개 주말에 찾는 분이 많다. 그래서 평일에 열심히 각자의 삶을 꾸려가다가 주말에 쉬어갈 곳을 찾는 이들을 위한 곳이면 좋겠다. 화려함, 풍족함, 편리함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낯설여관에선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 빠르게 뒤바뀌는 현실과 다르게 소박함, 따스함, 불편함이 묻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공간이다.

 

Q. 지역주민들과 어떻게 녹아들고 있나.

A. 그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함께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진행할 때는 되도록이면 가까운 곳에 계시는 분들을 선발하려고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이 공간과 함께하는 문화를 만끽하길 바란다. 누구나 쉽게 유입돼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대는 공간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와 이곳을 찾는 소수의 사람들이 환대받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특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오시는 분들이 책이나 물품을 사지 않아도 좋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로 나가셔도 좋다. 어떤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고, 어떻게 여기로 흘러들어 오셨든 그저 몇 분간이라도 잠시 머물면서 잘 쉬다 가시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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