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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미술전시관, ‘가리이니 나누이다’展 |알림_전시.행사 등

2011-10-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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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미술전시관, ‘가리이니 나누이다’展
‘가리이니 나누이다’병풍, 현대적 시각에서의 변형 혹은 변용
 
현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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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이니 나누이다’
병풍, 현대적 시각에서의 변형 혹은 변용

수원시에서 후원하는 ‘미술과 인문산책길 연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오는 10월 18일부터 10월 23일까지 <가리이니 나누이다>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병풍’이라는 매체를 주제화하고 있으며, 병풍에 담긴 전통적 미학과 그것이 하나의 구조적 형태로 직립하면서 가지는 병풍의 무수한 기능 그리고 그 양식적 특징이 현대적인 시각에서 어떻게 읽혀지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가리이니, 나누이다’
보이거나 통하지 못하도록 가리니, 하나가 둘 이상으로 나뉘었다. 이는 병풍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풀어 쓴 말이다. 전시는 크게 두 갈래로 병풍이 가지는 구조적 형태와 양식을 차용해 작가 자신의 작업을 반영하거나, 그 의미가 작업의 모티브가 되어 적절한 변용 혹은 변형이 이루어진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고영미 작가의 작품에서 병풍은 사회의 부조리하고 악한 상황을 가리는 도구로써 사용된다.
남현주는 시간과 공간 등의 이분법적 경계를 병풍으로 하여금 구분 지어 보여준다. 
신원삼의 현대판 평생도에는 현대 사회 안에 갇혀 살아가는 천편일률적인 인간들의 삶이 담겨 있다. 신혜선의 작품은 병풍이라는 전통적인 매체 안에 사진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그대로 옮겨내 보여주는 작업이다. 사진작가 임수현이 촬영한 공사현장의 펜스는 마치 현대사회를 가리는 거대한 병풍처럼 다가온다.
인경은 병풍 위에 자신의 개인사와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핀작업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병풍의 구조와 형태에서 비롯된 조의주의 작업들은 다양한 형태와 형식적인 측면에서 이동이 용이한 ‘움직이는 벽’의 면모를 보여준다.
최해리는 병풍 안에 대립되는 단어나 개념들을 조합해 혼성적인 풍경을 구사하고 있다.

전시서문

병풍, 현대적 시각에서의 변형 혹은 변용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이나 행동양식 따위를 전통이라 일컫는다. 세대를 뛰어넘는 지속성과 포괄성을 가진 전통은 시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재해석 되어 재생산되기도, 전혀 새로운 어떤 것으로 창출되기도 한다. 전통이라 불리고 있지만 근본을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표상들 속에서 파묻혀 살아가는 오늘, 전통의 이미지 그 표피만을 가져온 것들을 과연 전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전통 그 자체를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발맞춰 계승,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란 것은 이제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전통의 올바른 현대적 변용이란 도대체 무엇이냐는 물음 또한 늘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전통이라는 커다란 카테고리 안에서, 콕 집어 병풍이라는 매체를 주제화하고자 한 것은 병풍이 꽤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에 정착되어 왔으며, 전통적 생활양식이나 당시의 문화를 읽는 도구로써 주목할 만한 실용미술이기 때문이다. 병풍 위에 그려지는 병풍화를 살펴보면, 민화나 서화 등 우리가 쉬이 전통회화라 생각하는 것들이다. 병풍에 담긴 전통적 미학과 그것이 하나의 구조적 형태로 직립하면서 가지는 병풍의 무수한 기능 그리고 그 양식적 특징은 현대적인 시각에서 어떻게 읽혀지고 있는 걸까.

‘가리이니, 나누이다’ 보이거나 통하지 못하도록 가리니, 하나가 둘 이상으로 나뉘었다. 이는 병풍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속성을 풀어 쓴 말이다. 병풍은 접힘과 펼침에 따라 하나의 공간이 외부와 내부로 나뉘며, 각 각 독립된 공간으로의 연출이 가능해진다. 무언가를 가리거나 막을 때 치는 가리개 이외에도 병풍은 그 쓰임에 따라 높낮이와 폭 수를 달리하여 다채로운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치러야 하는 관혼상제를 비롯해, 병풍을 중심으로 生과 死를 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구분 짓기도 한다.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전통이라 불리는 것, 수많은 골동 중 이토록 우리의 삶과 오랫동안 공존하는 것은 별로 없지 않을까. 우리의 주거환경과 문화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병풍은 그 종류 또한 상당하다. 통판으로 제작되거나 두폭 이상을 연결해 접힘과 펼침이 가능한 형태로 제작되는데, 전자는 중국에서 발달된 형태이고 후자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제작되는 방식이다. 병풍의 본래 용도인 가리개로 기능을 하자면 자연스럽게 공간을 분할하는 건축구조물로도 기능하게 된다. 또한 스토리를 구성하기 적합한 여러 개의 조형적 틀로 이루어져 작가가 구상할 수 있는 범주가 확대되면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해 작가들에게는 매력적인 매체임은 틀림없다. 가변성과 이동성을 갖춘 독립적인 구조와 종교적이고 제의적인 용도 이외에, 이 그림 벽은 내부의 풍경이 되기도, 외부의 무대가 될 수도 있어 유연한 형식을 갖춘다. 쟝 주네(Jean Genet)의 『병풍들』에서 공간을 연출하는 중요한 무대 장치로 병풍이 사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주네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연극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움직이는 병풍을 극의 배경으로 이용하여 장치의 전환 없이도 장소의 이동을 가능케 했다.

병풍의 屛(병)자는 풀이하자면, 병풍, 울, 담, 감추다, 가리다, 막다, 숨기다와 감싸다 등의 뜻을 가진 한자이다. 전시는 대부분 이 한자의 의미를 기반으로 병풍이 가지는 구조적 형태 위에 자신의 작업을 반영하거나 그 의미가 작업의 모티브가 되어 적절한 변용 혹은 변형이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뉠 수 있는데, 병풍의 구조적 형태와 양식을 차용한 작업과 병풍이 가지는 의미를 기반으로 한 작업들이다.
작가 신원삼은 병풍 안에 인물의 공적을 기리기 위래 평생 기념이 될 만한 일들을 그린 평생도를 대신해 현대인들의 오늘을 담았다. 전통적 매체 위에 빠른 손놀림에서 전개되는 신원삼의 현대판 평생도에는 극도로 발달된 현대 사회 안에 갇혀 살아가는 천편일률적인 인간들의 삶이 그려져 있다.
신혜선의 작품 <인연사진병>은 병풍이라는 고정된 양식 안에 ‘그려내는 방식의 회화’가 아니라, 사진을 통해 ‘객관적 실체를 그대로 옮겨내는’ 작가의 형식 실험작이다. 다문화부부와 그들의 신혼 방을 찍은 사진 위에 작가 본인 중심적인 단어 ‘인연’이라는 점자를 올린 사진 이미지를 병풍 안에 담아냈다.

조의주의 작업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언제든 이동이 용이한 ‘움직이는 벽’에서 시작된다. 병풍의 구조와 형태에서 비롯된 작가의 작업은 좀 더 다양한 형태로의 펼침과 접힘이 가능하다. 공간의 경계를 분할하고 다양한 상황의 연출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무대장치와 같아, 주네의 『병풍들』에서 병풍이 극의 무대장치로써 자유자재로 활용된 점과 유사하다.
작가 임수현의 <Fence> 시리즈는 도시의 미관을 위해 공사현장을 가리고자 설치된 펜스를 대상으로 촬영한 사진 작업이다. 울타리를 뜻하는 펜스는 마치 현대사회를 가리는 거대한 병풍처럼 기나긴 공사기간 동안 건설현장을 둘러싸고 있다. 실사이미지로 출력된 조악한 자연풍경을 입은 펜스 뒤로 현대사회의 모순들이 우뚝 솟아 있다. 비극을 소재로 동화적인 현실을 만들어 내는 작가 고영미의 작업에서 병풍은 부조리하고 악한 상황을 가리는 도구로써 사용된다. 병풍 위에 그려진 아름다운 풍경은 만들어진, 포장된 풍경으로, 그 안에는 개인의 아픔과 사회의 잔인하고 무서운 현실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나타나고 있다.

인경의 작업은 좀 더 개인사에 치중해 있다. 핀은 가늘고 뾰족해 약하지만 무언가를 고정시키는 힘이 있다. 그녀는 핀이라는 사물에 자신을 이입하여 화폭 위에 썩어 문드러져가는 파를 심었다. 핀으로 반짝이는 화면이지만, 진물이 베어 나오는 썩은 채소의 형상에 지나지 않으며, 병풍 뒤로는 가리어져 보이지 않지만 그 이면은 여기저기 핀으로 찌르고 찔린 상처투성이인 것이다.
최해리와 남현주의 작업은 시공간의 경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최해리는 生과 死와 같이 대립되는 단어나 개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혼성적인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병풍의 병(屛)자를 보면, 주검 시(尸)자에 아우를 병(幷)자가 합쳐져 있다. 이는 엎드려 있는 사람 옆의 가리개, 간막이를 뜻한다. 마치 산자와 죽은 자 사이에 드리워진 병풍처럼 그녀의 작품 <통로>는 삶과 죽음으로 넘어가는 짧디 짧은 순간, 그 길목을 치는 경계와 같다.
남현주는 병풍이라는 소재를 통해 경계나누기를 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병풍은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비롯해 과거와 현재, 미래, 꿈과 현실, 동양과 서양의 모든 이분법적 경계를 병풍으로 하여금 구분 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형식적인 나누기일 뿐이다. 시작과 끝이 없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시공간을 연출한 화면 안에 병풍은 금방이라도 없어질 듯, 미묘한 경계이자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

글. 김상미

1. 신원삼 化 164x368cm, 8폭 병풍 2011
2. 임수현 청진구역 제 2-3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 #1_C-print 70x70cm 2010
3. 신혜선 Affinity 10-folding screen1_Acrylic on photography 180x364 cm, 10폭 병풍 2008
4. 조의주 Show_시멘트보드, 경첩, 백열등 150x70x40cm 2011
5. 고영미 누런강, 한척의 배처럼 한지 꼴라쥬 위에 채색 210x450cm,10폭 병풍 2009
6. 인  경 파 圖_핀 28x73cm, 4폭 2011
7. 최해리 통로 겹장접이, 장지에 채색 230x74cm 2008
8. 남현주 군주와 군중 도침 장지에 채색,은분  53×163cm 2008
 
 

기사입력: 2011/10/17 [03:59]  최종편집: ⓒ a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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