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교육지원청이 140억원을 들여 학교부지 용도로 매입했지만 6년동안 인근 주민들의 텃밭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원권선권선동 1234의1.
/김범준기자

수원교육지원청이 불과 수개월 앞의 교육 수요 변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바람에 막대한 예산이 땅에 묶여 수 년째 방치되고 있다. 교육당국이 140억원을 들여 학교부지 용도로 매입한 이 땅은 6년간 인근 주민들의 텃밭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234의1. 주변 고층 아파트 단지 사이로 무려 1만1천여㎡에 달하는 나대지가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교육당국 소유'라며 무단 침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은 붙어있지만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미 이곳은 수년 전부터 인근 주민들의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지난 2004년 12월 수원교육지원청은 당초 이 부지에 중학교(가칭 권선2중) 1곳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140억여원에 땅을 매입했다.

당시 수원교육청은 OECD 수준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35명까지 낮춘다는 거시적인 계획을 갖고, 경기도교육청에 "권선2중을 설립하지 않을 경우 같은 학군(3중학군)의 한 학급당 학생수는 43.4명 정도가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불과 9개월여 뒤인 2005년 9월, 수원교육청은 권선2중 설립 계획을 돌연 변경했다. 저출산에 따른 중장기 학생수 변화와 인근 세류중학교 신설 계획에 따라 권선2중 설립은 2008년 3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수원교육청이 2005년 7월 내놓은 '2006~2011학년도 초·중학교 학생수용 계획 수립'에 따르면 3중학군의 경우 2006년부터 학생수가 자연 감소하다 2010년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35명으로 맞춰진다.

도교육청에 다시 공문을 보낸 수원교육청은 이후에도 같은 학군내 조성된 매탄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내에 중학교 1곳이 추가 신설되자 2007년 5월 권선2중 설립 계획을 아예 포기해 버렸다.

결국 혈세 140억원을 들여 학교 부지를 매입했던 수원교육청이 단 9개월 앞의 교육 수요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탓에 학교 설립 계획이 무산된 것이다.

다산인권센터 한 관계자는 "교육당국의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100억원대의 예산이 땅 속에 묻혀있다는 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사실 2005년 이전에는 OECD 수준의 학급당 학생수를 맞추는 게 초점이었지만 이후에는 저출산으로 초점이 옮겨지면서 계획이 수정된 것"이라며 "매입한 부지를 빨리 정리하지 않은 것은 학생수 변화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