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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의 역설 |*주거.아파트.단독

2019-10-0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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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의 역설
기사입력 2019.10.04 10:25:07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중도금 대출 제한, 계약갱신청구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등장한 주요 부동산 규제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온갖 규제를 쏟아냈다. 2017년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지난해 9·13 대책까지 수차례 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정반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입 초기에는 집값이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규제 효과가 무색해졌다.

일례로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예고하면서 서울 신축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강남권 신축 아파트를 필두로 서울 전역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서민, 중산층 내집마련만 어려워졌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제한하면서 알짜 분양 단지는 실수요자 대신 ‘현금 부자’ 몫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까지 검토하면서 오히려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적잖다. 집값,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질 때마다 정부가 반시장적인 규제를 쏟아낸다면 부동산 시장은 계속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부동산 규제의 역설’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분양가상한제에 강남 신축 매매가 급등

계약갱신청구권 앞두고 전세시장 불안


3.3㎡당 7000만원.

서울 강남구 개포동 평균 매매가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개포동 아파트의 3.3㎡ 평균 매매가격이 7001만원으로 강남 대표 부촌인 압구정동(5884만원)을 한참 앞질렀다. 최근 입주한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호가는 전용 84㎡ 기준 25억원 안팎이다. 2016년 당시 분양가가 14억원대에 그쳤지만 10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올 2월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전용 84㎡ 매매가도 23억5000만원 수준이다.

서울 강남에서도 개포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배경은 뭘까. 인근 지역이 노후화되는 사이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새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덕분이다. 개포주공2·3단지 외에도 내년부터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2020년 9월 입주), 디에이치자이개포(1996가구, 2021년 7월 입주) 등 신축 대단지가 줄줄이 입주를 앞두면서 집값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주택 공급이 감소할 우려가 커지자 ‘똘똘한 한 채’ 격인 강남 새 아파트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셈이다.

비단 신축 아파트만 오른 것은 아니다. 강남 신축 매매가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가 있었던 7월부터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섰다. 7월 한 달간 0.09% 오르더니 8월에는 0.18%로 상승폭이 2배가량 커졌다.

청약 시장도 갈수록 과열되는 분위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신규 분양가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기존 집을 사려는 수요마저 청약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로또 아파트’로 관심을 끈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는 112가구 모집에 1만2890가구가 지원해 평균 경쟁률 115 대 1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이 최근 분양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는 평균 청약경쟁률 115 대 1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래미안 제공>
▶대기수요 늘어 청약 시장 과열

중도금 대출 규제로 ‘그림의 떡’

문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막상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경우 분양가의 60% 수준인 중도금 대출을 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 대출 규제가 현금 자산이 적은 젊은 층 내집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젊은 층 실수요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전월세 규제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최근 당정협의를 거쳐 주택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 전월세 임차인이 2년 임차 기간이 끝난 후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포함되면 집주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 연장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상 전월세 계약 기간이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길어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정부 취지와 달리 전월세 시장이 오히려 불안해질 우려가 크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 앞서 집주인이 임대료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거나 다주택자가 임대를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989년에도 정부가 전세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전세 의무 임대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후 서울 전셋값은 23.7% 뛰었다. 1988년 전셋값 상승률이 7.3%인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오른 셈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로 새 아파트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전월셋값이 더욱 불안해질 우려가 크다. 멀리 보면 전월세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별취재팀 = 김경민(팀장)·강승태·정다운·나건웅 기자 / 사진 = 윤관식·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27호 (2019.10.02~2019.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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