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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14. 소통의 미학으로 예술마을 부활 |*서울시,의회

2011-09-22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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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돌아왔다] 14. 소통의 미학으로 예술마을 부활
문화소외지역 정릉3동, ABD '345 프로젝트'로 활기
2011년 09월 22일 (목) 조두호 webmaster@ekgib.com
   


‘우리들의 꿈이 자라나는 시간 ‘3분 45초’’(이하 345)는 서울문화재단의 시각예술분야 사업인 ‘예술마을 가꾸기 2010’의 일환으로 실행됐다. 사업 장소는 총 5개소였으며, 최초 일반시민의 제안을 통해 선정됐다. 서울시에서 비교적 문화예술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고 판단된 지역으로 성북구 정릉동과 돈암동, 서대문구 홍제동, 용산구 청파동, 종로구 청운효자동 등이 선정됐고 문화소외지역으로 분류된 이들에 최종적으로 예술단체가 경쟁공모방식을 통해 결정됐다. 당시 프로젝트 팀 에이·비·씨(이하 ABC)는 성북구 정릉동을 맡게 되어 관계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마을을 만들고자 345를 진행하게 됐다. 2010년 무더운 여름 시작된 예술마을 가꾸기는 과연 성공했을까.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방문한 이방인예술가와 지역주민은 이웃이 될 수 있었을까.

우리가 찾아간 마을은 가파른 언덕이 있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행정구역상 정릉3동으로 서울의 외곽에 위치해 주변지역에 비해 문화예술의 소외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다. 국민대학교를 바라보고 우측에 있는 오르막길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청덕초등학교가 나오는데 꺾어지는 언덕을 지나 정릉종합사회복지관과 고려대부속중·고등학교를 경유해 정릉3동 주민자치센터까지 연결되는 구간에 위치한다. ABC는 본 프로젝트를 통해 해당 지역주민에게 예술을 통한 공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침체된 마을의 환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

ABC는 과거에 다른 지역에서 시행된 다양한 성격의 예술마을 사업들이 야기한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예술가들의 일시적 참여로 인해 남겨지는 공공미술 설치에만 국한되었으며 예술단체가 떠난 후 지역민들의 관심 밖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물리적 공공조형물이나 벽화만을 설치하는 방식을 벗어나 소통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그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여하게 만드는, 그들의 가치가 투영된 ‘문화예술 마을’을 제안하고 바꿔나가고자 했다.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다각도의 사전조사와 탐사가 이뤄졌다. 복지관과 주민자치센터를 기점으로 다양한 계층의 지역민을 접촉할 수 있었는데 마을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오던 주민자치위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월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자치센터와 복지관의 관계자들은 스스로 ‘예술마을 지기’임을 자처하며 긴밀한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마을에서 만나는 모든 지역민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과 협조를 위해 방문한 많은 가정집에서는 본 단체를 잡상인으로 오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필요 없습니다. 안사요” 등의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접한 지역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열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마을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공동체의 주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ABC는 이방인예술가가 아닌 정릉동 마을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이웃으로서의 공동체적 삶을 실천할 수 있었다.

본 프로젝트는 선행학습으로 마을에 대한 탐사와 조사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지역민과의 소통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마을의 중앙을 관통하는 ‘길’에 주목하게 됐다. 주로 학생들의 등·하교 길로 이용되는 약 200미터 가량의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는데 올라갈 때는 숨이 차고 내려 올 때는 위험천만해 아이들이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곳이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돌담길에 새로운 공기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ABC는 아이들이 떠올리는 지루하고 숨이 차는 ‘학교 가는 길’을 꿈이 영그는 상상의 길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지역주민들의 기억과 이야기가 예술적 제안으로 구현됐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문화예술의 숨결을 자신의 손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하는 적극적 행동참여가 시작된 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사전조사와 지역민에 대한 협조를 시작으로 6개월간에 걸친 다양한 계층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진행 및 현장학습, 워크숍 등으로 이어졌다. 아동에서 성인까지 모든 연령대의 지역민이 참여하는 7개의 세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참여자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소통의 방식을 이뤄냈다. 특히,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저소득층가정의 아동, 대안학교의 학생부터 복지관에서 기거하는 노숙인 등에 대한 장기적 프로그램을 적용해 예술마을이 갖는 기능 중 문화예술을 통한 소외현상 극복이라는 과제를 실천했다.

적극적으로 동참한 마을 지역민
   
들의 열정은 공동체의 순기능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동시에 주변 환경 개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본다. 이로 인해 폐자재가 버려져 있고 칙칙하고 건조하던 마을은 이제 지나던 많은 이들이 발길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예술마을로 변모됐다.

평소 시선을 끌지 못했던 높은 벽은 아이들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 있던 ‘미래의 꿈’이 담긴 가로·세로 10㎝ 크기의 타일에 알록달록 새겨졌고, 주민 가옥 담장에는 정릉의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정체성을 대리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조선의 시조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러브스토리, 정릉동의 금송과 까치호랑이가 그럴싸한 시조와 함께 그려졌다. 지루하게 이어진 돌담에는 작은 연꽃이 돋을새김으로 그려지고 넝쿨로 가려진 담장에는 도마뱀과 공룡을 부착해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시공을 넘나들며 펼쳐지도록 했다.

이외에도 계단, 길 등 곳곳에 길을 오르다 지친 마을주민이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예술벤치와 스탠드, 하교하는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비나 눈을 피하도록 설치한 파고라 등 공공디자인 측면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마을은 언제나처럼 그곳에 있었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마을은 그곳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간과 시간은 있지만 공동체의 삶과 공공의 기억은 서서히 소멸되어 갔다.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 수가 없으며 대화가 부족했던 주변의 이웃은 방송에 등장하는 연예인보다 낯설었다. 과거 옆집 강아지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지조차 알았던 마을은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문화와 예술이라는 키워드로 현대판 마을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을 보면 모두가 바라는 마을에 대한 갈증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웠던 모양이다. 아마 지금도 각각의 성격이 지어진 마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 채 다양한 실험들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본 프로젝트 팀 ABC가 실행한 정릉동의 예술마을 역시도 진정한 의미의 ‘마을’로서 거듭나기 위한 우리의 시도였고 그 성패의 여부는 지속적으로 그 곳에서 삶을 영유하는 이들의 몫일 것이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마을이 공공의 기억이 머무는 자리임과 동시에 꿈이 자라나는 공간으로 자리하기를 바라며, 이들의 가치가 스스로 지켜지길 희망한다.

조두호 공공미술프로젝트팀 ABC 프로듀서 ·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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