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 자본으로 지역 골목 상권의 파괴자로 등장한 SSM이 지역상인과 법적다툼을 벌인지 1년. 골목 상인들은 1년 가까이 SSM의 거대 자본에 맞서봤지만 이미 대부분의 골목 상권은 무너졌고, 또 무너지고 있다. 15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SSM 입점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경인일보=오지희·최준호기자]지역경제의 모세혈관인 골목 상권을 붕괴시키는 주범으로 등장한 '슈퍼 슈퍼마켓(SSM)'이 빚어낸 SSM 사태가 법적분쟁으로 비화된지 이달로 1년을 맞았다. 생업을 뒤로 하고 거리로 나선 상인과 문어발식 영업 확장에 목마른 대형 유통재벌이 팽팽히 맞서 온 1년. 지역상권은 붕괴됐고, 상인들의 가슴엔 상처만 남았다.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기약도 없다. SSM 사태를 짚어보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시리즈를 3차례에 걸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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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최미선(49·여)씨는 1년 전부터 가게 문을 열기 전 맞은편 건물을 보고 한숨을 내쉬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은 뭐 달라진 게 없을까? 매일 조마조마해 하며 출근길에 나섰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최씨의 가게는 국내 최초로 SSM 입점저지 상인운동이 벌어진 옥련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를 마주하고 있다. 거리는 5m가 채 되지 않는다. 상인들의 반발로 개점하지 못한 건물엔 가맹점주를 모집한다는 포스터가 덩그러니 남아있지만 마주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SSM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있는 상인들의 가슴은 상처로 얼룩져 있다. 최씨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SSM 등장으로 경제적 손실을 본 상인들은 더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SSM에 10년 동안 영업을 해 온 터를 빼앗긴 연군흠(인천시 부개동)씨는 점포 이전과정에서 1억원가량을 대출받아 매달 300여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연씨는 "건물주가 어느날 갑자기 월세를 650만원에서 1천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해 쫓기듯 점포를 이전했는데 그 자리를 SSM이 차지했다"며 "매월 이자는 내야하는데 주거단지와 거리도 멀어지고, 매장도 좁아져 장사가 예전 같지 않다"고 푸념했다.

수원 연무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1)씨는 "SSM이 입점한 후로 유동인구가 늘었다는 이유를 들며 건물주가 10~20% 정도 임대료를 더 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인근의 S마트 이모(44·여) 사장은 "SSM이 들어오고 권리금이 10% 이상 뛰었다"며 "가게를 접고 싶어도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SSM 입점이 중소유통업에 미치는 영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SM 입점으로 인근 중소유통업체의 1일 평균 매출액은 34.1%, 방문고객 수는 36.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지역에 사전사업조정신청이 접수된 SSM은 25곳이며, 이 중 4개 점포는 가맹점 방식으로 편법개점해 영업을 하고 있다.

정재식 (사)전국유통상인연합회 본부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사업 확대 속도를 제도나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문제다"며 "최근 여야가 합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부터 재개정해야 대기업과의 속도경쟁에서 밀리지 않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