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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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지식부동산 >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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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싼 곳으로 흐르는 주택시장--

  서울이나 수도권의 잘난 부동산들이 요즘 묵묵부답을 하고 있습니다. 걱정의 눈빛이 보이는듯하지만 그래도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군요. 오히려 아주 고가인 몇 십 억짜리 아파트는 그런대로 거래가 있다고 하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미분양이 한 채도 줄지 않은 지방도시의 부동산은 한숨소리가 들리는데 그 중에서도 조금 깎아주는 분양현장은 간혹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더군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각 건설사에서 고육지책으로 전세를 놓고 있다고 하는데 언제부터 아파트가 애물단지가 됐는지 그저 안쓰러울 뿐입니다.

이렇게 미분양이 넘쳐나도 거저 주는 현장은 한 곳도 없으니 아무튼 집은 돈이 없어도 자신이 필요한 곳에 사야만 하는 재물의 십자가가 아닐는지요. 살기가 힘들다고 해도 늘 점점 좋아지겠지, 기대하면서 사는 게 인생인지라 미국의 눈치까지 봐가며 어렵사리 살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시간을 제외한곤 매일같이 머리 아픈 부동산 문제로 여러분들과 어울려 상담을 하고 글을 쓰고, 현장을 다니는 일로 그럭저럭 살다 보니 어느새 녹음방초 우거진 초여름이 되었군요. 화살처럼 지나는 세월 앞에 속수무책인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것 다 치우고 어렸을 때 뛰놀던 고향마을 감자 바위 앞에다 움막이라도 쳐놓고 남은 세상 그럭저럭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가족이 딸리게 되면 모두가 어울려 살게 되는 것이기에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또한 인생인가 생각해 봅니다.

사람도 체격이 무거운 사람과 가벼운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부동산도 무거운 부동산과 가벼운 부동산이 있다는 말이 유행어로 등장했습니다. 요즘은 가벼운 부동산이 좋다고 하더군요. 가벼운 부동산이란 바로 값이 싼 부동산일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고 봐야 하겠네요.

비싼 옷 입고 목에 힘을 주고 버티고 있는 부동산이 바로 무거운 부동산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무거운 부동산은 거래가 없고, 몸집을 줄이는 부동산은 거래가 잘되는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하니 하하, 이래서 작년에 이어 또 가벼운 부동산이 뜰 때를 만났다고 해야 하겠구려.

지난 2년 동안 값이 싸진 집들이 부지기수로 많음을 볼 수 있는데 내림 폭이 클수록 원래는 잘난 부동산이었던가요. 내림 폭이 있는 둥 마는 둥 한 주택은 원래부터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채 그런대로 제 위치를 지켜온 보통사람과 같은 주택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주택과 값이 싼 주택이 간혹 팔리고 있다 합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작년 연말부터 지방 몇 곳을 비롯한 용인 지역에 분양가를 할인한 아파트가 나오게 되었고 그런 아파트들은 그런대로 미분양을 줄여가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금년 들어 경기 북부에도 할인 바람이 부는데 그 위력이 대단하더군요.

전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사람들이 값을 깎아준다고 하니까 발길을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장밋빛 전망을 그리면서 분양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봤습니다. 결국 깎아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입니다.

요즘은 인천의 송도와 청라, 광교 등 몇 곳에 큰 장이 섰습니다.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받아 값이 싸진 덕분에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하고 외지인들의 가세도 만만치 않더군요. 분양을 받을 것인지 망설이기도 하는데 글쎄요, 선택은 본인 하기 나름이니까,

이미 비싼 값에 분양을 마친 이웃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목멘 소리를 한다지요? 입주 때까지 시비가 일어나게 될 것인데 그 일도 보통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산 부동산은 무거운 부동산이 돼 버렸고 나중에 산 부동산은 가벼운 부동산이 돼 버렸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는지요.

필자는 건설회사의 분양업무 등에 대한 자문과 전국 각 아파트 동호회의 자문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현장 돌아가는 상황을 먼저 알게 되는 수도 가끔 있습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들도 대부분 옵션 무료, 중도금 대출에 따른 후불제이자를 무이자로 전환, 가격할인, 단지차별화 조성 등 상당한 부분에 수정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경제가 제 자리로 돌아가려면 한참 더 세월이 가야하기에 그래도 거래가 이어지는 지금의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으로 이 기회에 미분양을 없애겠다는 사업구상을 짜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가벼운 몸집을 만들기 위해 값을 깎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표현이 옳다고 보겠네요.

<<대책 없는 미분양도 있다>>

수도권에는 50% 정도의 분양실적을 올려놓고 입주를 앞 둔 현장들이 있습니다. 토지비가 비싸다, 기반시설비가 비싸다, 명품으로 짓고 있기 때문에 등 이유로 전혀 할인을 할 수 없다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런 현장들은 돈이 없어 공사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제 날짜에 입주를 맞추기도 어렵다는 걱정입니다. 시행. 시공사가 C등급이나 D등급을 받게 됨으로서 공사는 중단한 체 철근만 쌓아놓은 현장도 있던가요. 나이 드신 노인만이 현장을 지키는 곳은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더이다.

수분양자들은 집회를 하네, 재판을 하네 하면서 “피 같은 내 돈 내놔라” 소리를 지르고 있기 때문에 보기에도 참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책을 내 놓으라고 소리는 지르지만 건설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꿀 먹은 벙어리가 돼 있음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런 현장들은 준공까지 가기도 어렵겠지만 설사 어찌어찌해서 준공을 받거나 임시사용승인을 받는다 해도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상금과 위약금까지 물어주게 되면 손해가 클 것이어서 차라리 미리 할인을 해 주고 수분양자들의 협조를 얻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당초의 분양가를 깎는다는 건 건설사들로서는 살을 깎는 아픔일 것이고 그로 인하여 회사의 운명이 잘 못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50%의 미분양을 안고 입주를 맞을 것인가 살을 깎는 일이 있더라도 같이 살고 볼 것인가는 경영자들이 잘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입주 후 미분양은 회사도 죽고 수분양자들도 손해를 보는 일이어서 그대로 넘길 수 없는 난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인지? 현재의 분위기를 보노라면 값을 깎는 일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봅니다.

<<더 움츠려야 팔린다.>>

부동산 시장은 가끔 상황판단에 착오를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어느 곳에 분양이 잘 되고 또 어느 곳에 거래가 있다고 하면 마치 자신에게도 봄이 오는 양 매물을 거두거나 값을 높이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더군요.

가랑잎이 날린다고 가을이 오는 것도 아니고 소나기 몇 방울 내린다고 가뭄이 해소되는 것도 아닌데도 늘 우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 괜한 욕심을 부리다가 기회를 놓치는 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거래를 이루려면 지금은 파는 시기로도 좋고 사는 시기로도 좋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습니다. 그런데 살 사람이 있다고 하면 은근히 값을 올려보는 욕심 때문에 거래가 끊기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가 바닥을 쳤다, 미국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시중에는 811조 부동자금이 돌고 있다는 등 좋은 일만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값을 올리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파시려면 몸을 더 움츠려야만 거래는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거래가 되는 부동산은 몸집이 가벼운 부동산이고 잘난 놈 행세를 하려면 우선 값을 내려야 한다는 추세에 마음을 내야 할 것입니다. 예쁜 짓을 하려면 팔려야 하고 아무리 예쁜 짓을 해도 팔리지 않으면 밉게 된다는 뜻에 이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팔려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가 다 같이 더 싸게 판다는 마음을 갖게 되면 나도 싸게 살 수 있어서 거래는 원활하게 이루어지리라 봅니다. 나만 비싸게 팔고 싸게 산다는 이치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부동산은 언제든 거래가 있어야 좋은 부동산이라 할 수 있고 거래가 있으려면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값을 내리는 일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적게 줘도 용돈 자주 주고 늘 찾아뵙는 자식이 예쁜 자식임은 두 말할 필요 없다는 말씀에 동의하시겠지요.

부동산 매매 뒤에는 꼭 손해 봤다는 마음이 남게 되던가요? 나만 싸게 팔고 나만 비싸게 산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때 잘했었다는 추억은 부동산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는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부동산에 다이어트를 하십시오. 권투선수는 가벼운 주먹질이 있어야 나중엔 큰 주먹도 나갑니다.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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