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가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이 또한 왈가왈부 말이 많지만 이 정부 정책 중에 손꼽을 만한 정책의 하나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과거 청약시장은 두 부류로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하나는 청약저축이라는 통장을 가지고 끈기있게 무주택으로 버티며 자기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던 부류와 청약부금.예금을 가지고 추첨이라는 행운의 대열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다.

 

청약저축자들은 공공주택만 청약이 가능하므로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었기 때문에 그 인내의 시간들은 참으로 길고도 험한 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이겨낸 일부 사람들은 판교라는 최대의 선물도 받았음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청약저축은 처음부터 이렇게 공평한 줄서기를 통해 자격을 주었기에 사실상 문제가 없었다. 다만 공공부문의 물량이 민간보다 현저히 떨어지기에 그 기회가 적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최근 공공부문의 공급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그 문제도 해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주택자뿐만아니라 1주택자에게도 청약의 기회를 주는 민간부문의 청약예금은 청약저축과는 반대로 물량은 상대적으로 많아 청약의 기회는 많았지만 추첨제로 인하여 그 당첨이 불투명한데 약점이 있었다. 소위 판교같은 인기지역의 경우에는 가공할 1천대 1 이상의 경쟁율도 보이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돈이 된다는 지역의 당첨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투명한 분양시장은 기존주택 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분양가는 꾸준히 오르고 그에 따라 기존주택 시장도 오르는 상황에서 원하는 지역에 낙첨된 수요자들은 그 불안심리로 기존주택 시장으로 몰려들어 주택가격 급등에 기름을 끼얹었던 것이다.

 

주택시장은 그 미래가 투명하면 급등과 급락을 할 수가 없다. 안정적인 성장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불투명 투성이였기에 소위 투기의 온상이 될 수 있었다.

 

시장에 정확한 가격을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는 정부가 판단할 수도 없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시장가격정보를 국민은행이나 부동산 포털사이트의 시세에 의존하였다. 사실적인 거래가격이 아닌 이해집단의 주관이 난무한 그 가격정보에 정부도 휩쓸려 다녔다.

 

그러니 투기꾼들은 수십채의 주택을 주므르며 온갖 편법으로 탈세를 하며 주택시장을 휘젓고 다녔다. 거기에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가 부채질을 하면서 주택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제동을 걸게 된 것이 실거래가 신고이다. 이것은 시장의 불투명성을 가장 확실하게 투명하게 만드는 강력한 제도로서 지금 서서히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주택가격의 정보를 틀어쥔 정부는 여론을 조성하며 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나아가고 있으며 불투명의 날개를 달았던 주택투기자들은 실거래신고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들의 선택은 둘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꼼짝없이 투명한 가격으로 지난날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세금을 내며 주택시장을 떠날 것이냐? 아니면 끝까지 버텨보느냐? 아직은 후자로 가고 있지만 그 투명성이 강화되면 될수록 그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거래 신고에는 못미치지만 시장의 불투명성을 제거할 또 하나의 태풍이 위의 청약가점제이다.

 

이제 추첨제의 매력을 상실한 사람들 특히 청약가점제의 헤택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아예 청약시장을 떠나거나 인내를 가지고 먼 훗날을 기다리거나 두개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데, 과거와는 다르게 청약시장을 떠나 기존주택시장으로 가는 숫자는 줄어들고 투명한 청약시장에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분양가상한제이다. 즉, 과거에는 분양가가 시세에 연동하여 그 이상으로 급등했지만 이제는 제도상으로 분양가는 최대한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던져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청약시장에서 인내하는 사람들을 차츰 늘게할 것이다.

 

따라서 청약시장의 기존 두 부류는 사라지고 투명한 청약의 기회를 가지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만 청약시장에 남을 것이다. 초기에는 혼란스러울 수는 있지만 차츰 이 제도가 안정되면 사람들은 철저히 자신의 점수를 관리하며 내집마련의 합리적인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모두가 집값 상승의 두려움으로 청약이든 기존주택매수든 많은 대출을 안고 매수를 하였지만 이제 그러한 경향은 약해지고 좀 더 먼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자신의 당첨권에 자신이 선택할 지역을 대입시켜 보면서 미래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투명한 청약으로 인해 청약시장에는 새로운 두 부류가 탄생할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지역을 고집하며 인내하며 점수를 관리하는 부류와 또 하나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당첨을 받기 위하여 경쟁율이 낮은 지역을 선택하는 부류가 될 것이다.

 

그 선택으로 인하여 내집마련의 성취도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내집마련의 길은 투명하게 열려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점수를 언제 시점까지 끌어올리면 어느 지역에 당첨될 수 있을 것인지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기 때문에 그 선택은 예전처럼 비합리적이지 않을 것이다.

 

주택가격의 급등으로 무주택자에게는 고통의 시간이 계속되었고, 그에 따른 불안심리가 극에 달하였던 시기가 아마 작년 가을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집마련의 불투명한

기회가 주는 심리적인 이유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기에 차츰 보완되면서 청약가점제는 신규 내집마련 수요자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바라보게 하여 청약시장을 지키게 할 것이며 그로 인해 기존주택시장은 안정적인 시장으로 변모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