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다리 마을’ 판교(板橋)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서북쪽에 치솟은 금토산(해발 300m)과 들판 한가운데를 동서로 가로질러가는 운중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오른쪽으로 국토의 동맥인 경부고속도로가 남쪽에서 올라와 서울을 향해 힘차게 뻗어간다.
[서판교]
판교신도시의 서부, 서(西)판교는 이 두 자연지형에 의해 입지가 갈린다. 금토산을 중심으로 형성될 30만평 규모의 드넓은 공원 주변은 분당신도시의 중앙공원(13만평)과 일산신도시의 호수공원(103만평)에 비견될 만한 곳이다.
판교신도시 등 2기 신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녹지율이 높다는 점이다. 판교신도시의 녹지율은 35%로 분당(27%), 일산(24%), 평촌(16%) 등 1기 신도시를 압도하고 있다. 바로 이 높은 녹지율의 중심에 금토산공원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올 3월 판교신도시 중소형 평형 청약을 앞두고 이 공원 주변 단지들은 각별히 주목을 받고 있다. 공원 남쪽에 접해 있는 한림리츠빌(1045가구)이 서판교의 최고 인기단지로 꼽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운중천은 금토산 남쪽의 들판을 동서로 가로질러간다. 판교(板橋ㆍ널다리)라는 지명도 마을 주민들이 이 운중천 위에 널판을 놓아 건너다녔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판교신도시 서쪽 외곽의 운중저수지에서 출발하는 이 하천은 경부고속도로를 횡단, 북에서 내려오는 금토천을 만난 뒤 다시 탄천으로 흘러들어간다. 운중천변은 신도시 개발 계획에 따라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도로, 수변 공원 등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입주민들이 천변을 따라 산책이나 조깅, 자전거 하이킹 등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천의 수질도 좋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판교에 자리잡을 아파트ㆍ연립주택 단지의 상당수는 이 운중천변을 따라 형성된다. 모아건설(585가구)과 진원이엔씨(470가구), 주공임대 단지(2개 블록 1014가구) 등이 대표적인 곳들이다.
서판교를 쾌적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판교 서남쪽 경계선 부근에 있는 남서울CC 골프장이다. 서판교 서쪽 끝에 있는 주공임대 단지는 이 골프장과 맞붙어 있다. 주변에 있는 대광로제비앙 단지(257가구), 진원이엔씨 단지 등도 일부 동(棟)은 골프장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서울CC 주변에는 올 8월에 분양되는 중대형 분양ㆍ임대 단지들도 적잖다. 이들은 3월 분양되는 중소형 단지보다 입지가 더 좋아, 8월 분양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서판교는 148%의 낮은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과 산ㆍ공원ㆍ하천ㆍ골프장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동판교]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판교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은 동(東)판교는 입지의 장ㆍ단점이 서판교와 정반대이다. 자연 환경 측면에서는 서판교를 따라가기 힘들다. 하지만 교통ㆍ교육 인프라는 서판교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판교의 가장 큰 강점은 교통이다. 동판교는 3개의 고속도로와 1개의 지하철 노선이 남북을 가로지른다. 맨 왼쪽의 경부고속도로부터 시작해서, 동판교 중앙부는 지하철 신분당선과 분당ㆍ내곡 도시고속도로가 지나가고, 동쪽 끝에는 분당ㆍ수서간 도시고속도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신분당선은 2008년 말부터 시작되는 판교신도시 입주 직후인 2010년 초에 개통할 예정이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이웃 분당은 물론, 서울 강남 등으로 접근하기가 서판교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강남 등으로 출퇴근하는 이들도 상대적으로 동판교를 더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분당선 판교 역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역세권도 동판교의 자랑거리이다. 역세권 서쪽으로는 고층 주상복합을 비롯한 상업시설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선다. 판교구청 등 관공서도 이곳에 터를 잡는다.
주상복합은 판교와 이웃해 있는 분당신도시에서 이미 최고급 주거타운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분당 정자동 일대의 고층 주상복합은 시범단지 등 분당신도시 중심부의 인기 단지보다 시세가 월등히 높게 형성돼 있다. 다만, 판교 주상복합 가구의 규모가 1000가구를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5000가구 이상이 몰려 있는 분당 정자동 주상복합단지만큼 시세를 주도할 ‘블루칩’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역사 뒤편의 중대형 단지도 올 8월 분양에서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5개 블록 3600가구 규모인 이 대규모 단지 안에는 초ㆍ중ㆍ고교가 모두 단지 내에 자리를 잡고 있어 올 8월 분양에서 초ㆍ중ㆍ고교 자녀를 둔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인다.
판교 역 북쪽 편에 있는 에듀파크는 동판교의 강점인 ‘우수한 교육 여건’을 상징하는 곳이다. 벤처단지와 이웃해 있는 에듀파크에는 학교와 학원, 도서관, 서점 등이 들어온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러브호텔 등 유해시설은 지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동판교의 최고 인기단지인 풍성신미주 단지(1147가구)가 바로 이 에듀파크에 인접해 있다.
분당신도시와 가깝다는 것도 서판교에 비해 유리하다. 동판교에서 분당ㆍ수서 도시고속도로와 탄천을 건너면 바로 분당 서현동과 중앙공원을 만난다. 분당의 기반시설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쓰레기소각장과 하수처리장, 납골당 등 ‘기피시설’은 흔히 동판교의 단점으로 거론된다. 이 시설들은 동판교의 경부고속도로변에 주로 위치해 있다. 일반적으로 기피시설과 가까운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시세가 떨어진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당연히 청약 경쟁률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다만, 정부가 기피시설들을 친환경적으로 건설하고, 주변에 중앙공원, 수변공원 등 5만여평의 환경테마파크도 조성한다는 계획이어서 변수가 없지는 않다.
개별 단지는 단지규모·통학여건 살펴야
교통ㆍ교육 등 동판교의 강점은 곧 서판교의 약점이다. 하지만 서판교에도 신분당선으로 연결되는 성남~여주간 복선전철, 20분이면 서울 강남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용인~서울 간 도시고속도로 등이 개통될 예정이다. 박상언 유엔알 대표는 “동판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지, 서판교의 교통 여건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ㆍ서판교가 갖는 이런 입지상의 장단점 외에도 개별 단지의 특성을 살펴볼 것을 권했다.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 단지 내에 초ㆍ중ㆍ고교를 두고 있는 아파트 단지 ▲ 도시고속도로 IC에 인접한 단지 등은 아무래도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전무는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와 2007년 분양하는 주상복합 등이 입주 이후 판교 아파트 시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유식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finder@chosun.com)
한국리츠에셋 대표는 “일단판교 내 당첨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인기단지를 찾아 청약하는 게 좋다”며 “동판교보다는 서판교가, 서판교에서는 운중천과 거리가 먼 곳이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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