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샀다 팔았다 해야 돈을 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샀다 팔았다를 자주 반복해야 한다고 알고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심지어는 미국에서 조차도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아기곰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왜 그런데요?”하고 짐짓 묻는 필자에게 무슨 비밀이라도 알려주는 듯이 일장 연설을 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주장들은 명확한 논리 보다는 단순한 경험치를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과연 그럴까? 샀다 팔았다 해야만 과연 돈을 벌수 있는지 살펴보자.
(사례 1)
대학 동창인 A와 B는 같은 단지, 같은 동, 같은 층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 신도시가 개발되자 평소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던 A는 신도시로 이사를 하였고, 그후에도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싸다고 알려진 곳으로 이사를 하였고, 그러한 노력에 보답을 하듯이 집값은 올라주어서 기분이 뿌듯해졌다. 그러다 직장이 마침 전에 살던 아파트 근처로 옮기게 되었다. 전에 살던 아파트의 시세도 알겸 대학 동창 B를 만나본 A는 허탈한 기분에 빠지고 말았다. 전에 자기가 팔았던 아파트는 재건축 소문이 돌면서 이제는 자기 전 재산을 팔아도 살수 없을 만큼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사례 2)
초등학교 동창인 C와 D는 같은 동네의 같은 빌라에 살고 있었다. 동네가 오래되고 도로도 좁고해서 불편은 하였지만 재개발이 될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해서 C는 눌러 앉아 살기로 했다. 그러나 D는 집사람의 성화(?)에 못견뎌 신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그후 몇번의 사고 팔기를 거듭하면서 자산이 수월치 않게 늘게 되었던 D는 C를 만난 이후 자신의 결정이 옳았던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가 살던 지역은 재개발이 되어 단기 급등하기는 했으나 그 이후로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격이 거의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계속 보유하는 것에 비해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 사례 1에서는 헛고생만 한것이고, 사례 2에서는 성공 투자가 된 것이다. 이 두 사례를 보면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이 재산 형성이 유리한 것인지, 불리한 것인지는 확실히 알수는 없다. 이 사례들을 통해 재건축이 신도시 투자 보다 좋으며, 신도시 투자가 재개발보다 좋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예일 따름이다.) 더구나 자주 사고 파는 전략이 유리할지 불리할지 모르니까 운에 맡기라고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다.
결론부터 미리 말을 하자면 이러한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전략이 약이 되는 사람도 있고, 해가 되는 사람도 있다.
주식을 예로 들어 보자.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참 쉽다. 쌀때 사서 비쌀때 팔면된다. 그러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또 사면되고… 예로 A라는 주식을 1만원에 사서 2만원에 팔면 100%의 수익율을 거두게 된다. 그러다가 그 주식이 폭락하여 1만원이 되면 또 사고, 2만원이 되면 또 팔면 된다. 그러므로 챠트만 잘 분석하여 싸이클만 잘 타면 크게 돈 벌수 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식을 한번도 안해 본 사람이거나 사기꾼일 확률이 높다.
우리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면 위의 이야기는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위의 이야기는 하나의 궤변일 따름이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될것이다.
갑이라는 사람이 A라는 주식을 1만원에 1천주를 사서 2만원에 팔아서 1천만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그런데 그 주식이 그 이후에도 계속 상승하여 3만원이 되자 추격 매수하여 4만원에 1천주를 또 팔았다. 갑은 A라는 주식을 통하여 2천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런데 친구 을은 같이 1만원에 샀다가 팔지 않고 계속 보유를 하고 있다가 갑이 4만원에 파는 시점에 팔아 3천만원의 수익을 거두었다. 누가 성공한 투자인가?
병이라는 친구는 B주식을 4만원에 1천주를 샀는데 주가가 하락하자 눈물을 머금고 3만원에손절매하여 1천만원의 손실을 거두었다. 이 주식이 2만원에 이르자 바닥이라고 인식한 병은 다시 이 주식을 2만원에 되샀으나, 그 주식은 그 이후에도 계속 추가 하락하여 1만원이 되자 또 다시 손절매를 하였다. 병은 B라는 주식을 통하여 2천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이다. 그런데 친구 정은 같이 4만원에 샀다가 팔지 않고 계속 보유를 하고 있다가 갑이 1만원에 파는 시점에 팔아 3천만원의 손실을 거두었다. 누가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인가?
그러므로 상승장이나 하락장에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사람이나 계속 보유하는 사람의 기회 비용은 같다는 것을 알수 있다. 즉 상승장에서는 계속 보유하는 사람이 유리하고, 하락장에서는 샀다 팔았다 하는 사람이 손실을 적게 보지만 상승과 하락의 가능성을 같이 본다면 기회 비용은 같은 것이다.
주가가 일정한 박스권내에서만 움직인다면야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전략이 유효하겠지만 대부분의 현실 세계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싸인파와 같은 형태의 싸이클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누운 L와 같은 계단형 싸이클을 그리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전략이 부동산 시장에 맞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는 높은 거래세에 있다.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득세, 등록세등 거래세와 복비등으로 매입가의 5% 이상이 나가게 된다. 또한 팔때도 보유 기간에 따라 고율의 양도세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거래세가 거의 없는 주식 시장과 같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은 세무 당국등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거래세가 적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거래세가 거의 없는 대신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6%에 달하고, 기존 집을 팔고 새집을 살 경우 보유세 부담이 늘게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재산세가 시세가 아니라 매입가에 연동하기 때문)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전략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맞지가 않는 전략인 것이다. 투자자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경우 이득을 보는 것은 세무 당국과 부동산 중개인 뿐이다.
아기곰이 아무리 이렇게 주장하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분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을 체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맞다.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
“아니, 아기곰이 지금 장난하나? 방금전까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하고 금방 말을 바꾸네? 사람 실없기는..쯧쯧”
우리가 잘아는 개구리 실험 이야기가 있다. 어떤 학생이 개구리를 잡아다가 실험실 탁자 위에 놓고 소리를 크게 지르자 개구리가 놀라서 앞으로 튀어나갔다 한다. 다음 번에는 개구리 뒷다리 근육을 자른 상태에서 큰 소리를 내었는데, 그때는 당연히 개구리가 튀어 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이 학생이 레포트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개구리는 귀가 뒷다리에 붙어 있다.”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이유는 그 전략이 적절해서가 전혀 아니다. 그 이유는 다른데에 있다.
첫째, 부동산 투자라는 것은 강제 저축 효과가 있다. 대부분 전세나 약간의 대출을 끼면서 부동산을 사기 때문에 대출을 빠른 시간내에 갚고자 이를 악물고 절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저축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자발적인 저축보다 효과가 더 클때가 많다. 대출을 받을때는 6% 정도의 금리가 적용되지만 예금을 할때는 4%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을 갚는것이 저축 효과가 더 큰 것이다.
둘째,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는 것은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남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 관심이 많아 기회를 많이 접하다 보니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이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는 것 때문에 돈을 번 것은 아니다. 즉, 원인과 결과가 뒤 바뀐 것이다.
필자의 경우 전형적인 가치 투자론자이다. (지인들 거래에 적극 개입하기 때문에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거래가 이보다는 많지만) 지난 20년간 본인 명의 집을 딱 3번 샀고, 2번 팔았다. 1가구 2주택의 중복되는 기간을 감안하면 평균 보유 기간이 9.3년이며, 아직도 집 한채는 보유하고 있으니 평균 보유 기간이 10년을 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투자가 보다 수익율이 떨어진다고는 전혀 생각치 않는다.
< 결론 >
누구나 아기곰처럼 집을 하나 사면 10년은 가지고 있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처한 상황에 따라 두 가지 방향의 투자가 필요하다.
첫째, 자금 형성이 덜 된 사람은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단, 같은 물건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말갈아타기를 하라는 의미이다. 본인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 살고 싶어하는 평형을 생각한 후 최종적으로 이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몇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 부모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몇안되는 사람 빼고는 한방에 크고 좋은 집을 마련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몇개의 징검다리를 건너서 최종 목표에 다다를수 있는 것이다.
말갈아타기 전략에 대해서는 졸저 ‘How to Be Rich’와 그 간에 아기곰 동호회에 올려 놓은 시리즈 글에 충분히 나와 있으므로 또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한 집에 들어갈때 까지는 이를 악물고 고생할 각오는 필요하다. 누구나 다 그런 식으로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이다. 신혼때부터 크고 멋진 집에서 시작하는 것은 TV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둘째, 어느 정도 투자 자금 형성이 된 사람이라면 ‘가치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무리하게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고 수익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 경우 세금은 있는대로 다내고도 세무당국의 ‘감사장’이 아니라 ‘세무 감사’만 받는다. 부동산 시장은 주식 시장처럼 긴박하게 움직이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볼때 투자 환경이 갑자기 변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고 느끼는 것은 오히려 자신의 투자에 대한 본인의 자신감 부족에서 기인한다.
한 곳에 투자를 해 놓고 6개월이 지나도 시세가 오르지 않자 그것을 팔고 다른 곳에 투자하면 어떨까 물어 오는 사람도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6개월만에 눈에 띌 정도로 수익율을 보여주는 투자는 거의 없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하도 발달되어 있고, 언론에서도 부동산 시장 흐름에 대해 보도를 자주하기 때문에 사는 사람이 알고 있는 정보는 파는 사람도 안다고 봐야 한다. 즉, 6개월후에 크게 오를 부동산을 파는 사람은 없다는 의미이다. (심지어는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파는 사람까지도 아기곰 동호회 회원일수도 있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수익을 거두려면 장기 가치 투자가 바람직하다.
물론 고기도 없는 곳에 낚시대를 걸어두고 10년을 기다려 보아도 고기는 잡히지 않는다.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아침에 그물을 쳐두고, 논일을 하다가 저녁때 집에 갈때 고기만 건저가면 저녁 상이 푸짐할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는 그 길목이라는 것은 물론 교통, 교육, 환경이다.
교통이 나빴던 곳에 전철 역이 생긴다던지, 도로가 넓어진다던지 하는 것도 좋은 투자처이다. 교육 환경이 별로 였던 곳에 명문 학교가 이전을 해오는 것도 좋은 호재이다. (물론 이 학교는 학군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학군과 상관없이 아무나 들어갈수 있는 학교라면 호재가 아니다.) 동네에 있던 큰 공장이나 정신병원 자리에 아파트나 공원이 들어 서는 것도 좋은 호재가 될 것이다.
이런 곳이라면 장기 가치 투자를 해도 될 곳이다. 적어도 5년, 길면 10년을 보고 투자를 한다면 그 안에 급등의 기회가 한두번은 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변화에 대해 매일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한다고 돈을 벌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론적 배경도 모르고 무조건 남의 말만 쫓다가는 백전백패이다. 먼저 본인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자신에 맞는 투자 방법을 따라야 성공 투자가 되는 것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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