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신도시 1번가인 지하철 4호선 범계역에서 만난 주부에게 ‘목련마을’을 물었더니 이에 따른 대답은 의외였다. 대뜸 “학교 때문에 그러세요?”라는 동문서답이 돌아왔기 때문. 그 정도로 목련마을은 유력 학군의 아파트로 소문이 나 있으며 이로 인해 부촌 형성의 기틀이 됐다.

 

1기 신도시로 지난 90년대 중반 형성된 안양 평촌신도시를 수도권 남부지역의 대표 고급 주택지로 끌어올린 것은 다름아닌 학군 수요의 힘이라는 얘기다. 강남의 대치동과 비슷한 상황이다. 평촌동 신한공인중개사 박만천 대표는 “동일한 32평이지만, 학교 선호도에 따라 아파트값이 3억원에서 5억5000만원까지 최고 2억500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판교 개발 호재로 인한 분당발(發) 도미노식 집값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이용, 10분 이내에 판교에 갈 수 있어 분당 못지않은 수혜지로 부각된 데다 다시 분당 급등세에 자극받아 상승세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이밖에도 1시간 이내 강남 접근이 가능한 입지 여건과 아파트단지를 구분하는 8차선 도로, 연계버스, 지하철 등의 잘 갖춰진 교통체계 등도 이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사실 평촌이 고급 주택지로 각광받은 것은 불과 4~5년 전. 형성 초기만 해도 주민 대다수가 내집마련을 위한 서민층이었지만 강남 접근성과 편리한 교통여건 등으로 두 차례 정도 손바뀜이 이뤄지면서 중산층이 본격 유입된 것.

 

현재 안양 평촌의 아파트값은 평당 1072만원으로 1기 신도시 가운데 분당(1661만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고급 아파트단지는 지난 92년 동현두산, 우성 등 총 4830가구가 입주한 범계동 목련마을. 30평대 이상의 중대형인 데다 중앙공원, 희망공원 등이 내려다보인다. 지난해 말 대비 10~20% 정도 올라 현재 평당 1800만원대를 호가하는 ‘분당급’ 시세로 주변 아파트 가격을 선도하고 있다.

 

귀인동과 신촌동 사이의 도로 양편에는 수도권 남부지역 최대의 학원가도 형성돼 있다. 지난 93년부터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현재 줄잡아 150여곳이 밀집해 있다. 평촌뿐 아니라 과천, 의왕, 산본 등 인근 지역 학생들까지 몰려들면서 하루 1만명 이상의 학생들로 북적인다. 학원수업이 시작되거나 끝날 쯤이면 통원 차량들로 이 일대 왕복 8차선 도로 가운데 두서너개 차선은 마비되곤 한다. 주민 신모(52) 씨는 “학원가의 규모나 질, 교육열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분당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