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살던 집이 헐리게 생긴 관계로 급하게 이사를 했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걸 발견했지요.
바로 그동안 부동산에 다니면서 챙겨 두었던 명함입니다.
명함이 상자채로 가득 담겨져 있는 걸 본 순간, 예전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오더군요.
이런 오묘한.. 심정은.. 아마 경험해보신 분들만 알 것 같습니다.

벌써 2.3년도 더 되었는데 여전히 명함은 반짝 반짝 새것같고 뒷편의 글자들도 생생하더군요.
그런데.. 그 숫자들이 너무나 가슴에 팍팍 꽂히는 겁니다.

산호 33평 매 5억 (경매)
증산 21평 2억7천 (전 7000)
서부이촌 단독재건축 3평 매 9500

아.. 돌아올 수 없는 옛날...

처음 집을 사러 갔을 땐,

"집 사러 왔는데, 나온 거 있어요?" 하고 그냥 묻고
업자가 불러주는 것 몇 개 들으면서
"아..네.. 혹시 이런 건 없나요?"
그냥 묻고 돌아와서는 '도대체 뭐가 얼마에 나왔더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신선생님이 "명함을 활용하라!"고 알려주셨죠.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드랬습니다. 얼마나 쉽고 편한 방법인가!

네. 부동산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저에게 딱 맞는 엄청 쉽고 편하고 유용한 팁이였죠^^

우선 방법은 엄청 간단합니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불러줄때 꼭 부동산 명함 뒷편 여백을 이용하는 겁니다.
앞면에는 부동산의 연락처가 있을테니 그냥 두고 뒷편에 나와있는 매물을 써두는 겁니다.

예를 들어,

빌라 ; 대지 7평, 건 14평, 방2, 2층 올수리 매 1억 5천(현 6천전)70번지대.
구옥 ; 대지 10평( 시유지2평), 건 20평, 방3 단층 매 2억(현 전 5천)
이렇게 써놓으면 됩니다.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도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잘 기억할 수 있죠.
물론 필요할 때 아는 척하는 용도로 쓰기도 좋고요.

아시겠지만 바쁜 부동산 업자들은 그냥 떨레 전화로 "매물있어요?" 하면 "한번 나오세요." 하고 좀 무성의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근데 이 명함을 보면서 "지난주에 제가 방문했었는데 기억하세요? " " 그 때 이 물건 있었는데 지금도 있어요?" 하면서 물어보면 기억 안나더라도 미안한 마음에 "..아.. 네. 그거 나갔는데, 혹시 다른 거 알려드릴까요?" 하고 대답하거든요.

친한척 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안 친한척 하는 부동산 업자는 거의 없으니 똑같은 용건을 물어보더라도 이 편이 훨씬!! 효과가 좋죠^^

그런데 제가 직접 해보니 아주 중요한 한가지를 빼먹었더라구요.
바로 "날짜" 예요.

매물이란게 하루하루 팔려나가고 나오는게 상식인데, 보통 한번가보고 나중엔 전화로 물건 물어보고 맘에 드는거 생겨야 다시 방문하게 되는데 날짜를 써두지 않아서 도통 내가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안나는 겁니다.

그래서 이젠
앞면에 꼭 날짜를 적습니다. 2008. 05.13  이렇게요.
뒷면은 매물 쓸 자리도 부족한데 날짜까지 쓰면 좀 그렇더라고요.

이렇게 날짜를 써 놓으니 언제 이 물건이 나왔는지, 언제 거래가 됐는지 잘 알 수 있겠더라구요.
거기다 날짜의 효과는 지금처럼 시간이 많이 지난 후 더 확실해지더라고요.

보통 물건은 하나 둘씩 팔리면서 슬금슬금 가격이 오르는데.. 아무리 업자가 "가격이 오르고 있어요" 하고 말해도 '그래도 아직 그 가격은 좀 부담스러워. 싼 것도 나올걸...' 하고 지나가기때문이죠.
정말 오르고 있구나! 느낄 때는 이미 2-3천이라도 오르고 난 후가 대부분이예요.

그런데 이렇게 날짜를 써두고나면 이젠 눈에 확!! 보이는 겁니다.

이주일 전에 이 가격대의 매물이 이렇게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다.. 는 걸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죠.

네, 날짜를 써둔 명함이 "투자일지"가 되어 주는 겁니다.

굳이 복잡하게 탐방기를 쓰거나 투자일기를 따로 쓰지 않아도 그저 날짜를 쓰고 시간을 두고 살펴보는 것 만으로도 그 지역의 분위기나 흐름을 느낄 수 있더라구요.

특히 이렇게 명함을 활용한뒤 모아두면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예전 상황을 시간별로 돌이켜보고 이런 일이 생기고 나서 가격이 이렇게 되었구나. 이 시기가 지나니까 전세가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그냥 잊고 스쳐 지나갈뻔한 과거에서 다시 한번 배우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 다른 지역을 가도, 다른 물건을 봐도 같은 일이 생길 것으로 여기고 빠르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되더라고요.

쓸 당시엔 별 일 아닌데, 의외로 이렇게 여러모로 쓸모가 있더라고요.
그러니 다음번 부동산에 갈땐 명함 활용! 한번 해보세요.
 
물론~ 아마 이미 다들 하고 계시겠지만요^^

* 출처 : 9114/잉꼬마눌 님, 2008.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