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은 어느 때보다 각종 세제와 정책 변화가 두드러진다.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을 쏟아낸 결과다. 바뀌는 부동산 정책과 세제를 제대로 따라잡지 않고는 재테크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올해 바뀌는 주요 부동산 제도에 따른 대응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기다리기보다 유망단지 공략 = 올해 9월부터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격을 정부가 정한 표준건축비에 택지비(땅값)를 더해 결정하는 제도. 청약을 통해 내집 마련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는 낮은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올해 9월이 되기 전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에 분양이 몰릴 전망이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 초에 분양을 받아야 하는지,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주택기간, 자녀 수, 나이에 따라 당첨 우선권을 주는 청약가점제가 2008년 공공택지 중소형, 2010년 민간 택지 중소형에 도입할 것으로 예정된 데다 더 앞당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올해 9월 이후 분양가가 낮아지면 당첨 확률은 더 떨어지기 때문에 상반기 유망 물량이 나올 때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여유자금이 없고 청약가점제 아래서 유리하다면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반값 아파트 시범실시, 실거주 목적이라면 노려볼만 = '반값 아파트'로 알려진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이 올해 공공택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에 대해서 임대료를 지불하고 건물값만 내고 분양받는 방식이다. 환매조건부는 건물ㆍ토지에 대한 권리가 있지만 되팔 때는 공공기관에 팔아야 한다. 되파는 가격 역시 공공기관이 정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

 반값 아파트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용적률을 높여 임대료를 낮출 수 있다면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시세차익까지도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또 주택을 투자 개념으로 보지 않고 실거주 목적으로 생각한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땅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한 국민 정서와 건물 노후화 등을 고려하면 서민 주거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기존 상품과 다른 주택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됐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양도차익이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 2주택 양도세 중과, '양도냐 증여냐' 세금 따져봐야 = 올해 1월부터 투기지역뿐 아니라 비투기지역에서도 양도소득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된다. 또 1가구 2주택자가 집을 팔 때 현행 9~36% 세율대로 내던 양도소득세가 50%로 중과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없어져 세금 중과 폭이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단 집을 두 채 갖고 있어도 수도권 도농복합 읍ㆍ면 지역과 지방 광역시 군 지역 등에 속한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인 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1주택 간주) 중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또 서울ㆍ수도권, 5대 광역시에 있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집 역시 주택 수로는 간주되지만 이 주택을 먼저 팔면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2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을 의뢰하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이신규 하나은행 PB는 '증여하겠다는 의사 결정이 선 다음이라면 양도보다 증여가 낫지만 증여가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해결책은 못 된다'면서 '증여세는 증여 전체 가액에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양도차액이 크지 않다면 당연히 증여세가 높다'고 말했다.

■ 종부세 부담 확대, 매도하려면 5월말까지 처분 = 기준시가가 6억원이 넘는 고가아파트 부담이 올해에도 증가하기 때문에 고가주택 거래 당사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종합부동산세 과표 적용률이 지난해 70%에서 올해 80%로 높아져 세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상 4월에 나올 주요 주택에 대한 기준시가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장기적으로 기준시가를 시세의 80%까지 맞추겠다는 방침이어서 올해도 기준시가는 지난해 급등한 가격을 반영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바뀐 주택시장 상황에서 꼭 팔아야 할 매도자라면 당연히 올 5월 말까지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 종부세가 6월 1일 기준으로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기 때문. 반대로 실수요자는 세부담 때문에 나올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 향후 종부세 부담과 대출 이자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는 6월 1일 이후에 매수한 사람은 올 종부세 부담에서 벗어난다. 최초 종부세 납부는 2008년 12월이 된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부동산팀장은 '올해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때문에 매도하려 해도 양도세 50% 중과로 팔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실수요자라면 연초부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분양권 실거래가 신고, 상반기에 팔아야 세부담 줄어 = 올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ㆍ재개발 입주권을 팔 때도 실거래가로 신고해야 한다. 현재 분양권은 실거래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입주권은 토지 지분에 대해서만 관리처분계획상의 감정평가금액으로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 동안 강남권 고가아파트 입주권 웃돈에 대한 과세 방법이 없어 정부의 세금폭탄 사각지대로 꼽혀 왔다. 

여기서 분양권은 평형 동 호수가 확정된 것이고, 입주권은 평형은 확정돼 있으나 동과 호수가 미정인 것을 말한다. 매도자 처지에서는 실거래가 신고로 양도세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따라서 처분 목적으로 세부담을 줄이려면 올 상반기에 매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수요 목적이라면 신고 대상을 잘 살펴야 한다. 신고 대상 분양권은 주택법상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20가구 이상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다. 따라서 소규모 사업 단지나 오피스텔 분양권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재건축ㆍ재개발은 투자 수익성 하락으로 가격이 약세를 보여 실입주 목적인 수요자라면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 리모델링 쉬워져, 낡은 복도식 중소형 유리 = 새해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준공 후 15년만 지나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지난해까지 리모델링 가능 연한은 20년으로 정부가 5년을 줄여줬다. 이는 '재건축은 잡고 리모델링은 푸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중소형 아파트의 강세는 언뜻 실수요자의 매수세 가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으나 한 꺼풀 벗겨 보면 이러한 리모델링 호재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분당에서는 리모델링 수혜가 예상되는 복도식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야탑동 F중개업소 사장은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실수요와 리모델링 투자를 겸한 매수세가 많다'며 '다른 중대형에 비해 나홀로 강세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목동도 일부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 설명회가 열리는 등 주요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목동 일진공인 사장은 '20평형대는 30평형대로 되고 비용도 덜 들어 올해도 소형 아파트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중대형 소유자의 반대 등 걸림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