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남아 있는 금싸라기 땅 30여 곳이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공장용지, 물류창고, 버스터미널, 공공기관, 시장 등 입지가 좋고 규모도 크지만 그동안 특혜 논란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 개발이 되지 않았던 땅들이다. 이들 개발 예정지는 고층 주상복합이나 첨단 오피스빌딩, 쇼핑몰이나 공연ㆍ엔터테인먼트 공간 등으로 변모한다.

서울시가 시내 1만㎡ 이상 대규모 땅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마련한 '신도시계획 운영체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는 최근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용도변경 신청을 받았다. 대상지 96곳 중에 지난달 25일까지 모두 30곳이 접수했다.

◆ 어디가 어떻게 개발되나
= 지난해 서울시가 발표한 지역보다는 훨씬 적은 수가 신청했지만 대부분 입지가 좋은 노른자위 땅이다. 개발이 이뤄진다면 해당 지역들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일자리 창출과 각종 경제 유발 효과 등이 상당해 경기 회복에도 일조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대상 지역들은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 땅, 서초동 롯데칠성(주가,차트) 터, 성수동 뚝섬 삼표레미콘 용지(현대ㆍ기아차(주가,차트)그룹 소유), 노량진 수산시장, 가양동과 구로동에 있는 CJ(주가,차트) 공장용지, 가양동 옛 대상 공장용지 등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한전 본사 터와 롯데칠성(주가,차트) 터, 삼표레미콘 땅이다. 이전을 추진 중인 한전 본사 용지는 강남에서도 최고 핵심 지역이라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곳에는 114층 높이 랜드마크 빌딩 건립이 추진된다. 빌딩이 완공된다면 상암동 '서울 라이트'(가칭)와 용산 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타워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초고층 건물이 된다.


사업을 준비 중인 강남구와 무역협회, 한전, 포스코건설, 삼성물산(주가,차트) 등은 한전 터 외에도 인근 한국감정원과 서울의료원, 일부 민간 소유 땅까지 통합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해 초고층 건물 3개 동과 저층동 등 연면적만 코엑스몰 7.5배(94만4757㎡) 규모 복합단지 '그린 게이트웨이'(가칭)를 조성한다는 것.

서초동 롯데칠성(주가,차트) 터에는 롯데건설이 35~60층 높이 비즈니스 오피스 타워 4개동을 짓는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60층 빌딩에는 외국 유명 기업 입주를 추진하고 국제 컨벤션센터 등 시설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ㆍ기아차(주가,차트)그룹 소유인 성동구 뚝섬 삼표레미콘 터에는 110층 높이 랜드마크 타워 건립이 추진된다. 현대ㆍ기아차(주가,차트)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주가,차트)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사업비 2조원 규모를 들여 건립되는 빌딩에는 컨벤션센터와 자동차 테마파크, 문화공연장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인근 뚝섬 한강변 지역은 서울시가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초고층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조만간 구역지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숲 옆 상업지구에는 대림산업(주가,차트)과 한화(주가,차트)건설이 3.3㎡당 4000만원에 달하는 국내 최고가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고 있다.

초고층을 짓기 위해서는 현재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야 한다. 도시계획상 4단계를 건너뛰어야 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를 염려한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노량진수산시장 개발계획안도 눈길을 끈다.


이곳에는 수협중앙회가 60층 이상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관광호텔, 컨벤션센터 등으로 구성된 수산테마복합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산시장은 면적은 줄이면서도 현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인근 여의도 업무기능을 일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흥동 대한전선(주가,차트) 공장용지에는 영조주택이 8만2000㎡ 규모 대지에 복합단지 '퀸덤 서울'(가칭)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59~74층 초고층 빌딩 6개 동에 1400여 가구 규모 주거시설과 호텔, 업무시설과 상업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가양동 CJ(주가,차트) 공장용지는 엔터테인먼트 라이프타운으로 개발된다. 호텔과 공연장, 게임스튜디오, 아트갤러리 등 상업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인근 옛 대상 공장용지는 현재 부동산 개발업체 화이트코리아가 소유주로 돼 있다. 화이트코리아 측은 당초 이곳에 실버 타운을 지으려다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화이트 측은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하지 않았으나 이곳에 업무ㆍ상업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낡은 터미널 용지 개발계획도 줄을 잇고 있다. 서초동 남부터미널에는 46층짜리 오피스 빌딩 개발이 준비 중이다. 기존 터미널 시설은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한진(주가,차트)중공업(주가,차트)은 광진구 구의동 동서(주가,차트)울터미널과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기존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하 4층~지상 40층 규모 판매ㆍ업무ㆍ문화ㆍ집회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강변역 테크노마트, 구의ㆍ자양 균형발전촉진지구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 남은 절차는
= 땅 소유자들은 각 자치구에 용도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청은 의견서를 첨부해 2주 내에 이를 서울시에 전달한다.

시는 이달 초부터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제안서와 해당 구청 자문을 바탕으로 6일부터 60일간 용도를 변경해도 문제가 없는지, 사업제안이 타당한지 등을 심사해 용도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용도변경이 결정되면 각 업체가 제출한 개발계획을 놓고 시와 사업자가 6개월 동안 사전협상을 벌이게 된다.

기부채납 비율이나 용적률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이 기간에 논의하게 된다. 시에서 용도변경이 타당한 지역에 통보하면 업체는 협상을 위한 세부 자료를 제출해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에는 서울시, 자치구, 사업자 대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용도변경 타당성 여부를 심사하고 개발계획을 확정하기까지는 8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사업지는 연말이나 내년 초쯤이면 개발계획이 확정돼 사업이 구체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핵심 문제는 역시 기부채납 비율. 시는 지난해 신도시계획운영체계 발표 때 용도변경을 해주는 대신 건물과 토지 등 20~48%를 기부채납케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용도지역을 상향시켜주는 일종의 특혜를 부여하는 대신 일정 부분 토지와 건물을 기부채납해 공공에 기여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은 대부분 기부채납 비율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협상 과정에서 기부채납 비율을 놓고 서울시와 사업자 양측 간에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개발사업들을 되도록이면 빨리 진행해 경기 회복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기부채납 문제로 개별 프로젝트들이 지체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대규모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개발지 주변 부동산 시장이 꿈틀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충고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대규모 개발 호재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아직 개발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주변 부동산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투자 유망지역은
가양ㆍ구로 CJ(주가,차트)공장터 등 서남권 지역 고려할만
= 서울 시내 대규모 대지 30곳에 대한 용도변경과 개발계획이 알려지면서 개발지 인근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1만㎡ 이상 용도변경 신청 사업장은 지역별ㆍ사용목적별로 크게 5개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서초동 롯데칠성(주가,차트) 터, 서초동 남부터미널, 삼성동 한국전력(주가,차트) 터 등 강남 지역 개발지 △성북역사 구로역사 등 민자역사 계획용지 △상봉터미널 동서(주가,차트)울터미널 자동차정류장시설 △구로 강서 시흥권 등 서남권 공장용지 △기타 학교용지와 나대지 등이다.

전문가들은 "교통여건이 개선되거나 구체적인 지역 개발계획이 함께 갖춰진 곳이라면 투자지로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공통적으로 1순위로 꼽히는 곳은 서남권역이다. 강서구 가양동 CJ(주가,차트) 공장용지, 구로구 구로동 CJ(주가,차트) 공장용지, 금천구 시흥동 대한전선(주가,차트) 공장용지 등 준공업지역이 많은 이 지역은 서울시 서남권 개발계획과도 맞물려 있다. 일부 지역 인근에는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는 등 도심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다.

이남수 신한(주가,차트)은행 PB부동산팀장은 "전반적인 개발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교통망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강서권역은 임대아파트와 공장 등이 있어 현재 주거여건은 좋지 않으나 교통망이 확충되면 향후 오피스와 일반주거지 양쪽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주변이 낙후한 지역에서 개발이 이뤄졌을 때 개발효과가 극대화된다"며 "절대적인 상승 가격으로는 강남권역이 높겠지만, 소액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기에는 강서권역이 유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강남 지역 개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본부장은 "삼성동이나 서초동 일대 개발계획은 이미 알려진 것들이 대부분인 데다 이미 고가 주거단지가 잘 형성돼 있어 추가 가격 상승 여지가 많지 않다"고 봤다. 랜드마크로서 상징성과 생활 편의성은 높아지겠지만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성북 구로 홍대 등 민자역사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는 도움(주가,차트)이 되지만 상권을 확장하거나 주변 부동산 가격을 견인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현재 상황에서는 '지역이 개발되면 인근 부동산 가격도 따라 오른다'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양동 스타시티나 목동 하이페리온 등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고분양가로 공급되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던 사례가 있었지만 경기 침체로 상승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은 이미 아파트 가격 등에 개발 기대감이 반영돼 오를 여지가 적고, 개발계획이 아직까지 '신청' 수준에 머무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매일경제 04/03 0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