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해 매매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한 상태에서 매수인이 중도금 및 잔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먼저 계약을 해제했다면 매수인이 지급한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때 매도인은 계약해제를 통지하면서 통상 '받은 계약금은 매도인에게 귀속된다거나 돌려주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을 명기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부동산매매계약서에 부동문자(인쇄된 글자)로 새겨진 계약금 조항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을 착수할 때까지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조항은 '해약금(解約金)약정'으로 위와 같은 별도의 약정이 없어도 민법 565조 1항에 규정된 계약금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해약금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부동산매매계약을 하면서, 따로 "계약불이행이 있으면 계약금을 위약금(違約金)으로 귀속한다"는 등의 위약금 규정을 두지 않고 해약금 약정만 두었거나,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매도인이 먼저 매수인에게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약해제 통고를 하였다면 매수인은 원상회복으로서계약금의 전부를 반환받을 권리가 생긴다. 대법원도 "유상(有償)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금이 수수된 경우 계약금은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이상 계약이 당사자 일방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해제되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계약불이행으로 입은 실제 손해만을 배상받을 수 있을 뿐 계약금이 위약금으로서 상대방에게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았다(대판 95다54693).

따라서 매수인으로서는 먼저 해제를 하지 않고 매도인이 해제통지를 해올 때까지 최대한 버틴다면 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된다. 반면 매도인으로서도 먼저 해제를 하지 않고 버틴다면 계약금은 매도인이 가진 상태이므로 손해볼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계약해제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여서 다른 곳에 매도하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매도인이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면 당초부터 계약서상에 위와 같은 해약금 규정 이외에 "매수인이 채무를 불이행한 경우에는 받은 계약금은 위약금으로 매도인에게 귀속한다"는 내용의 위약금 내지 위약벌 규정을 두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