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고용대란’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지난 1월 일자리가 10만3000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치로만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상당수 사회초년병의 꿈은 좌절됐고 가장이 직업을 잃은 가계는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경제전문가들은 “고용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금의 ‘고용대란’은 시작에 불과하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

사실 고용 한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견돼 왔다. 올 1·4분기에 신규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2·4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였다.

그러나 실제 고용상황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해 12월 1만2000명 줄어들며 마이너스로 접어들더니 급기야 1월에는 10만명 이상 급감했다. 감소 추세가 지나치게 빠르다.

당연히 고용률도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1월 고용률은 57.3%로 석달째 뒷걸음질하며 2001년 2월(56.1%)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의 감소폭이 가장 크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이번 조사에서 20∼29세 나이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9만9000명)나 줄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2%로 2006년 3월(8.5%)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실업률(3.6%)과는 비교하기조차 힘들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청년층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가경쟁력이 추락하게 된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고 조만간 건설·조선 등의 업종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신규 일자리 목표치를 마이너스 20만개로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장 2∼3월이 고비다. 50만∼60만명에 이르는 고교·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시장에 추가로 나오게 된다. 이들이 학생에서 취업 준비자로 신분이 바뀌면 이후 나오는 고용지표는 지금보다 더욱 참혹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 한파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현재 상황과 자주 비교되는 2003년 ‘카드대란’ 때는 2003년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마이너스 고용을 기록했지만 많은 전문가는 지금의 경기가 더 좋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앞으로 1년 가까이 대부분의 가계가 생존 위협과 싸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조기 추경으로 고용한파 넘는다”

정부는 일자리 지키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고용대란의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주된 ‘카드’는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위해 부처별 수요조사를 서둘러 끝마치고 이달 중 추경안을 마련, 늦어도 3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추경 규모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2%) 등을 감안하면 15조∼20조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녹색뉴딜 등 일자리 창출과 고용유지 지원 등 일자리 지키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 놨다.

또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이들을 직장에서 쫓아낸다고 판단, 사용기한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최저임금제 개선, 취약계층을 위한 신규 고용촉진장려금 지원 등도 늘릴 예정이다.

여당도 힘을 실어준다. 한나라당 경제위기극복 종합상황실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갖고 6만명 규모의 청년 일자리 추가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청년들이 선호하고 있는 민간 기업체 인턴 자리를 3만5000개 만들고 청년인턴을 추가로 뽑는 중소기업에 1인당 월 약정임금의 50%를 6개월간 지원하는 등 지원 비율을 높여 청년 일자리 2만5000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