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는 선배와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도대체 은행들 해도 너무한거 아니냐"며 다짜고짜 얼굴을 붉히며 흥분했다.

결혼한 지 3년차인 이 선배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샀는데 이자부담이 매달 눈덩이처럼 불어 못살 지경이라는 것이었다.

"물가는 오르고 봉급은 뻔한데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집을 사지 말걸 그랬어"라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도 일주일에 서너번은 시중금리 상승에 의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기사를 써왔던 터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주택담보대출자들이 이같은 하소연의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쓰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전국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8조원. 그나마 주택담보대출은 2007년부터 억제돼 3조원 정도 잔액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3월이후 CD금리가 0.62%포인트나 상승한 점에 비춰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크게 늘어난 셈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경색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 데다 최근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조치까지 가세, 가계의 이자부담은 갈수록 가중될 듯하다.

문제는 은행들이 금리인상 위험을 고스란히 가계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은행들은 CD발행을 남발하면서 그 이자 부담을 주택담보대출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얘기다.

원래 CD는 3개월짜리가 주류이며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는 대부분 3∼5년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단기자금시장의 위험을 장기채권금리에 연동시켜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CD공급 과잉은 또 다시 금리상승을 부르고 있다. 결국 은행이 자기 편의를 위해 택한 이기적인(?) 자금조달 방편이 가계쪽에서는 금리 상승을 이끄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현재 대부분 주택대출금리 산정방식을 CD금리에 묶어두고 있다.

은행들은 단기 시장금리에 휘청거리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6개월, 12개월, 3년 등 기준 CD금리를 다양하게 가져가는 게 마땅하다.

가계에 떠넘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떠넘긴 위험은 은행에 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