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0 17:26

http://blog.drapt.com/eaglekim/1048001199953585955

"용산서 중국까지 뱃길 열린다" 주민들 들떠

서울 강서구~서해, 경인운하 13년만에 빛본다

9일 오전 인천 계양구 굴포천 방수로 공사 현장. 총연장 18㎞인 경인운하 중 14㎞를 차지하는 방수로 구간은 이미 공사가 완료된 폭 60ｍ 수로를 80ｍ까지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수로 안 바닥에 깔린 물은 50㎝ 정도로 거의 바닥을 드러냈고 그마저도 추운 날씨 탓에 꽁꽁 얼어붙어 있다. 지난 5년간 난항을 겪어온 경인운하 사업이 처한 상황과 닮았다.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 말라버린 수로에 흐르는 맑은 물로 가득 찰 날이 찾아올 것 같다. 최근 건설교통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경인운하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보고를 한 뒤 이곳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 현장에 가득한 기대감 = 굴포천 방수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열 한국수자원공사 굴포천건설단 공사1팀장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수년간 표류하던 국책사업이 다시 시작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인운하 사업에 관련돼 있는 건설업체들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방수로 공사는 이미 완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물만 흘리면 바로 배를 띄울 수 있을 것"이라며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 준비까지 다 해놓은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돼 있다는 게 더 큰 오염이고 낭비"라고 말했다. 경인운하 민간사업자인 경인운하주식회사의 최대주주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1999년 설립된 경인운하주식회사는 대주주가 현대건설(지분율 53%) 한국수자원공사(19.4%) 코오롱건설(10.1%) 등이다. 경인운하 주변 지역 주민들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경인운하가 지나가는 인천시 계양구, 김포시, 서울 강서구 등의 주민 대표들이 모인 지역협의회 발걸음도 빨라졌다. 협의회는 오는 23일과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박한욱 지역협의회 회장은 "15년 넘게 운하 개통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부가 약속한 대로만 이행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지방자치단체나 주민, 건설교통부, 사업자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시설물 입주와 도시계획 등에 대해서 의견을 모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린벨트가 해제된 운하 주변 토지들은 3.3㎡당 100만원을 호가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보상이 90% 이상 진행돼 큰 폭으로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남은 땅들은 추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계속 반발하고 있다. 가톨릭환경연대 관계자는 "광역적인 환경영향평가 없이 새 정권 출범 분위기에 편승해 다시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며 "환경영향이나 경제적 타당성을 원점에서부터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 경인운하 건설을 재개하는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진은 경인운하 굴포천 방수로 건설현장 일대. ＜이승환기자＞

◆ 물류ㆍ관광 중심지 역할 기대 = 경인운하 사업은 서울 강서구 개화동 한강과 인천 서구 서해를 잇는 길이 18㎞, 폭 80ｍ 수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총사업비 1조8429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수도권 물류난 해소 등을 위해 95년 민자유치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고 96년에는 인근 상습 침수지역 보호를 위해 92년부터 공사가 시작된 굴포천 방수로를 운하에 포함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경제성 논란이 일고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2003년 공사가 중단됐다. 운하 사업 시작 이전부터 시작됐던 14㎞ 굴포천 방수로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돼 완료됐지만 한강에서 굴포천~방수로 연결 구간에 이르는 4㎞ 공사는 삽 한 번 떠보지 못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공사가 재개되면 방수로 구간은 60ｍ인 폭을 80ｍ까지 확장하고 바닥을 준설한 뒤 수심 6.3ｍ를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나머지 한강하구 4㎞ 구간 수로를 건설해 2개 수로를 연결하게 된다. 건설업체들은 "공사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없어 3~4년 정도면 준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인운하는 물류와 건설은 물론 관광과 레저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운하 건설 과정의 고용 창출은 물론 포화 상태에 빠진 경인고속도로 등 내륙 교통난 완화와 수송비 절감 등이 기대된다. 경기 남북부와 강원 지역 등의 물류를 상당 부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해와 한강이 연결되면서 관광레저산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한강르네상스와 연계돼 서울 용산 선착장에서 경인운하를 거쳐 중국까지 배편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