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줄면서 학교 폐쇄 잇따라=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상가로 들어가자 폐점 안내문을 내건 상점이 즐비했다. 한 상점 주인은 “젊은 세대는 줄고 소비성향이 낮은 노인들이 늘다 보니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점포가 많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신도시를 외면하면서 취학연령 어린이가 급감, 1984년 학생수 1만738명을 정점으로 1990년 7478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일대 초·중학교 6개가 폐교했다. 아파트 단지 옆 초등학교 건물은 폐교하고 ‘종합복지시설’로 바뀌어 있었다.

 

다마가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는 것은 주거 위주의 베드타운으로 개발돼 문화시설과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민 요시이케 하야시(40)씨는 “젊은층은 대부분 맞벌이를 해 쾌적한 환경보다는 출퇴근이 편리하고 문화시설과 쇼핑시설을 갖춘 도심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버블(거품)이 붕괴하면서 도심 주택가격이 싸진데다 도심 재개발이 활발해진 것도 신도시 인구 유출을 촉진시켰다. 다마 뉴타운은 향후 20년 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36%를 넘어서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오사카 인근의 센리 뉴타운도 1975년 12만9000명을 정점으로 최근 9만명대로 급감했다.

 

◆노인들에게 고통스러운 친환경 도시=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일본 신도시들은 ‘세대 불균형 도시’ ‘올드타운’ 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그렇다고 녹지가 많은 저밀도의 환경 도시가 노인들에게 인기 있는 것도 아니다. 공원과 녹지를 단지 사이에 넓게 배치하고 아파트 높이를 낮추다 보니 주거단지가 너무 넓게 퍼졌다. 자동차 운전을 하지 못하는 노인이나 부녀자에게는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괴로운 도시구조다. 개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팔리지 않은 단독주택지는 억새풀로 가득 차 있다. 도쿄대(東京大) 조승연 박사는 “은퇴 계층들도 병원·문화 등 편의시설이 많은 도심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일본 정부는 교외형 신도시 개발 전략을 포기하고 도심 개발로 전환하고 있다. 이미 ‘저밀도 친환경적 신도시’는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독일·미국 등에서는 오히려 ‘반(反)환경 도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저밀도로 개발하면 개발 면적이 늘어나 녹지를 더 많이 훼손하고 자동차 사용을 늘려 환경에 더 해롭다는 것. 이 때문에 주거단지와 업무시설을 함께 고밀도로 개발, 북적거리며 사는 게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는 ‘압축도시론(Compact City)’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고령화에 대비한 신도시 개발 전략 필요=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한국 정부는 수도권에만 8개의 신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우리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한다면 10~20년 후 일본 신도시처럼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 일본 부동산연구소 송현부 박사는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복합개발을 해야 하고 고령화에 맞는 도시구조로 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