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66곳에 달하는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지를 재건축 기본계획에 포함시키면서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관련법 미비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는 등 첫 단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단독주택 사업지의 경우 재개발 사업과 형태가 유사하지만 사업방식은 재건축 기준을 적용, 법규가 상호충돌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독주택 재건축의 경우 소형의무비율 등 일반 재건축 사업 규제를 적용받아 수익성이 한층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망된다.

전문가들은 '장밋빛'처럼 부풀려지고 있는 단독주택 재건축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토지' or '건물'만 소유하면 조합원자격 없어='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이 토지나 건물만 소유하고 있어도 조합원 자격 및 분양권(입주권)을 주는 것과 달리,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은 아파트와 같이 '건물과 토지를 함께 소유해야'만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반면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 확보 요건은 토지 혹은 건물만 소유한 사람도 가능하다. (토지 또는 건축물 소유자의 4/5 이상, 사업 토지면적의 2/3이상 동의) 4/5이상의 동의율을 얻어내기 위해 토지 또는 건물만 갖고 있어도 조합설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토지나 건물만 소유한 사람의 경우 조합설립에 동의했음에도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조합설립 진행절차 역시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동의해 조합이 만들어지는 '희한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같은 모순에도 불구, 서울시 주택기획과 정비계획팀 관계자는 “건물과 토지를 함께 보유한 소유자 외에는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이같은 법적 충돌로 일선 현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마포구 아현동 A지구의 경우 전체 조합원 1300여 명 가운데 대지지분 없이 건물만 소유한 사람들이 200여 명에 달한다.

당초 이들은 재건축 추진에 동의했다가 조합원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 현재 이들은 별도로 ‘우리재산지킴이’ 및 ‘재개발 조합’을 구성하는 한편 재건축 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광명시 광명동 B지구에서도 전체 1000여 명 주민 가운데 10% 정도가 나대지만 소유했거나 이른바 '뚜껑'이라 불리는 건물 소유주들이어서 조합원과 집행부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진우CMC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장 형태와 유사한 강북 지역 단독주택지들 가운데 10~15% 정도는 무자격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선 조합은 이들에 의한 민원 때문에 사업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도 “토지만 소유한 사람들이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 조그만 다세대를 구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구청에서는 이 같은 현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서울시에 단독주택 재건축 예정구역 후보지를 제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평구청 관계자는 “34개 지역의 단독주택 재건축 후보지를 서울시에 올렸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토지소유자들 현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원 전매금지 등 재건축 규제도 '첩첩산중'=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도 걸림돌이다. 단독주택도 재건축 사업에 포함되므로 소형평형의무비율,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재건축 후분양제 등 다양한 재건축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히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하도록 바뀐 상황도 변수다. 단독주택 재건축 소유자의 경우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조항에 걸리게 되므로 2주택자의 경우 자칫 지분을 팔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양도세 중과대상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재개발사업장에서 유행하는 ‘지분 쪼개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 대한 지분분할 금지규정이 아직 규정되지 않은 탓이다. 주거환경연구원 김호권 사무처장은 “법규 미비로 사업추진도 불투명한데다 지분 쪼개기 등 투기까지 횡행하고 있어 수익성마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광역개발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강북지역의 상당수가 재개발 구역과 단독주택 구역이 섞여 있으나 정부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묶어서 할 수 없도록 법제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도시개발연구포럼 전연규 대표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을 분리할 경우 서울시가 의도하는 광역개발 자체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며 “차라리 단독주택 사업추진 방식을 재개발과 유사한 방식으로 준용해 토지 또는 건물 소유자에게도 분양권을 주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