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보다 훨씬 싸네' … 성급한 낙찰
권리분석 소홀땐 보증금 날릴수도…

"꼼꼼한 권리분석 없이 낙찰받았다가는 오히려 큰 손해를 봅니다."

최근 경매 물건 증가로 낙찰가율이 높아지면서 일부 초보 경매자들이 경매물건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경매전문가들은 특히 올 하반기부터 담보대출 상환압력으로 급매물 부동산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면 낙찰을 받고도 손해를 보는 비율이 현재의 1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사전지식을 갖추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묻지마 경매는 실패로 이어져

지난해 3월부터 대구지방법원 경매에 나와 지금까지 1년 넘게 유찰되고 있는 대구시 북구 태전동 85㎡형 아파트의 사례를 통해 '묻지마 경매'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이 아파트는 A씨의 부도로 경매시장에 나와 2006년 3월13일 첫 경매에서 감정가 대비 100%인 8천800만원이 최저낙찰가였으나 유찰됐다. 이후 4월11일 감정가 대비 70%인 6천160만원의 최저입찰가에 6명의 입찰자가 참가해 B씨가 7천843만원에 낙찰받았다.

그러나 B씨는 법원에 낙찰을 무효화해 달라는 경락불허가를 신청, 낙찰불허가 결정을 받았다. 감정가에 비해 1천만원 정도 싸게 낙찰받았지만, 이 아파트의 속사정을 알고 난 뒤 오히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이 아파트의 대항력있는 임차인이 전입일과 확정일자가 등기부상의 권리(가압류, 근저당 등)보다 빨라 임차인의 보증금은 다른 권리보다 우선적으로 배당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A씨의 부도로 체불된 임금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이 아파트를 담보로 임금을 미리 지불했기 때문에 이 아파트가 낙찰됐을 때, 특별법에 의해 근로복지공단은 낙찰금액의 절반을 최우선적으로 배당받게 된다. 낙찰가의 절반을 근로복지공단이 가져가면 임차인에게 돌아갈 금액이 줄게 되고, 그 차액은 B씨가 부담해야 한다.

B씨는 낙찰금액 7천843만원 가운데 근로복지공단이 배당받아 가져가고 남은 절반액 3천921만5천원을 세입자에게 주고도 세입자의 전세금 5천만원과의 차액인 1천79만5천원을 더 부담해야 하므로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낙찰금액의 10% 보증금 날려

그나마 B씨는 법원이 경락불허가 신청을 받아들였기에 별다른 손해를 입지 않았다. 그후 감정가보다 훨씬 싼 최저입찰가만 보고 성급하게 낙찰받은 사람들은 낙찰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 수백만원씩을 손해봐야 했다.

재경매에 들어간 이 아파트는 C씨와 D씨, E씨 등이 연이어 낙찰받았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낙찰금액의 10%인 보증금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후몇 차례 유찰된 뒤 F씨가 지난 5월9일 감정가 대비 24%(2천112만9천원) 금액에 다시 경매시장에 나온 이 아파트를 4천508만원에 낙찰받았지만 전후사정을 알고 또다시 법원에 낙찰불허가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물건에 대한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낙찰자의 책임이라며 낙찰허가 결정을 내렸고, 이에 F씨는 현재 대금을 내지 않고 있어 이 아파트는 또 다시 재경매를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 때문에 경매에 뛰어들었으나 가장 중요한 권리분석을 소홀히 해 모두 보증금만 날린 셈이 됐다.

경매정보업체 리빙경매의 하갑용 대표는 "경매에 공고된 사실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상세한 권리관계를 설명 해주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최종 책임은 전적으로 매수자가 져야 한다"며 "법원의 매각물건 명세서상에 커다란 실수가 없는 한 낙찰을 최소(해약)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만은 제대로 살펴야

하 대표는 경매의 투자 방법과 관련해 "1단계 정보분석, 2단계 가치분석, 3단계 등기부 등 분석, 4단계 유치권자·법정지상권자 등 이해관계인 분석, 5단계 명도분석 등이 필요하다"면서 "법적권리를 완벽하게 갖춘 경락자라도 실무상 부딪치게 될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완벽히 소화해 낼 자신이 있을 때만 경매에 참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분석은 대법원 홈페이지나 신문 공고를 통해서 알 수 있지만 실무 상 인터넷경매정보사이트나 경매정보지(신문)를 보면 좀 더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관할법원 민사집행과를 통하여 재확인하고 등기부등본 등 관련공부와 대조한 후 현장을 방문·조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감정평가방법은 해당 부동산의 구조와 사용자재, 용도 등의 조건평가(복성식감정평가)와 인근 토지의 거래 사례 비교,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지가변동률 및 토지의 위치·형상·효용성 등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 등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가치와 매래가치가 일치한다는 법도 없고 개발여하에 따라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현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반드시 추후 사용가치를 다시 직접 평가해야 한다.

경락후 등기부상에 타인의 권리가 그대로 살아 남거나, 말소된 권리가 다시 살아나 소유권을 잃거나 제한당할 가능성이 있는지와 건축물관리대장과 현황이 달라 경락 후 철거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거나 인·허가시의 규제 사항이 있는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도움말: 하갑용 (리빙경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