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정 동네에 가격이 높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과 달리 맨해튼은 동네마다 고급 아파트가 골고루 분포한다. 맨해튼의 아파트는 같은 건물에서도 층이 높을수록, 경관이 좋을수록 비싸다. 2 공공주택정책이 잘돼 있는 싱가포르지만, 도심에 위치한 고급 민간 아파트는 같은 규모의 대치동 아파트보다도 비싸다. 3 바닷가 조망이 가능한 시드니 모스 만 일대 최고급 아파트는 최소 15억 원에서 시작해 50억 원 이상 가기도 한다. 4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록본기 힐스와 록본기 힐스를 지은 모리빌딩에서 건설한 록본기 레지던트 맨션. 평당 1,000만 엔 선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적인 도쿄 아파트의 가격은 서울보다 저렴하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세계 대도시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소득수준과 비교했을 때는 어떤가? 하나은행 글로벌 프리미어센터 및 부동산114의 도움을 받아 세계 7대 도시 아파트값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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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맨해튼 35평 규모 아파트값 236만 달러(22억 원)로 최고
■ 2위는 런던, 도쿄 최하위, 서울은 로스앤젤레스와 비슷한 수준
■ 1인당 GDP 대비 서울 83배로 최고치
■ 뉴욕 56배, 싱가포르 55배, 런던 48배, 시드니 44배 順

정치권에서 ‘아파트 반값’ 논쟁이 한창이다. 그만큼 서울의 아파트값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집값이 미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 지는 오래다. 한 달 사이에 아파트 시세가 1억 원 넘게 오른 아파트가 수도권에서만 부지기수다. 강남 35평대 아파트의 경우 평당 3,50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평당 3,500만 원이 넘는 강남 아파트의 내실을 들여다보면 황당하다. 심각한 주차난에 바퀴벌레가 기어나올 정도로 환경은 열악하다. 얼마 전에는 평당 5,000만 원이 넘는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났으나 진입로까지 빼곡히 주차된 차들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해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나라의 아파트값은 ‘정당하게’ 비싼가? <월간중앙>은 하나은행 글로벌 프리미어센터와 부동산114의 도움을 받아 세계 7대 도시의 아파트값을 비교했다. 비교 도시는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일본 도쿄(東京), 호주 시드니, 캐나다 밴쿠버, 그리고 싱가포르. 서울과 비견되는 세계적 대도시다.

어느 도시나 초호화 아파트의 가격은 예외적으로 비싸게 마련인 만큼 각 도시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비견될 만한 선호도를 가진 지역을 선정해 그 지역에서 중산층이 주거할 만한 35평 규모의 아파트 가격을 조사했다. 조사를 실시한 2006년 12월1일 현재 대치동 한보 미도맨션 35평형의 호가는 12억5,000만 원이었다.

뉴욕 맨해튼, 35평형 아파트가 22억 원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도시는 단연 뉴욕이었다. 뉴욕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맨해튼 지역의 35평 규모 아파트(콘도) 가격은 무려 236만 달러(약 22억 원)에 달한다.

한국의 부동산을 말할 때 서울 강남구를 빼놓으면 안 되듯 미국의 부동산을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뉴욕이고, 뉴욕 내에서도 맨해튼이다. 지정학적으로 섬인 맨해튼은 개발 여지가 한정돼 있는 반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 수요가 넘쳐나는 까닭에 9·11테러 이후에도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랐다.

안상모 뉴욕 뉴스타부동산 지사장은 “맨해튼을 하나의 동네처럼 생각하는데, 맨해튼의 인구나 주택 규모는 서울의 강남·서초·송파구 전체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며 “서울에도 대치·도곡동 등이 있듯 맨해튼에도 첼시·트리베카·차이나타운·그래머시·머리힐·미드타운·미드타운이스트·미드타운웨스트·어퍼웨스트사이드·어퍼이스트사이드·할렘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동네로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특정 동네에 가격이 높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과 달리 맨해튼은 동네마다 고급 아파트가 골고루 분포한다.

맨해튼에서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위치와 경관이다. 센트럴파크 주변 등 안전한 지역이 대체로 집값이 높으며, 각종 편의시설과 문화시설과 가깝고,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아파트가 비싼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와의 차이는 경관이 아파트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안 지사장은 “맨해튼에서는 층수와 경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같은 빌딩에서도 층이 높고 전망이 좋을수록 비싸다.

맨해튼의 ‘고급 콘도’는 22억 원이 나갈 만큼 확실히 ‘고급’이다. 빌딩 로비는 호텔 로비만큼이나 화려하고 콘도 내에 사우나·피트니스센터는 물론 영화관과 도서관까지 갖추고 있다. 아파트 내부는 목재 마루와 대리석 바닥재로 마감했으며, 부엌 역시 최고급 브랜드의 가전제품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입주하고도 또다시 수천만 원을 들여 내부공사를 다시 할 필요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에서 세탁·청소 등 호텔급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비싼값을 확실히 하는 아파트인 셈이다.

뉴욕 외곽지역에서는 학군이 집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지만 맨해튼은 공립 중·고등학교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반면, 사립 중·고등학교가 발달해 학군으로 인한 집값 차이는 없는 편이다. 어차피 맨해튼에 거주하는 부유층은 거의 공립학교에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명 대학과의 거리나 얼마나 교통이 편리하냐가 집값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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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파트 크기의 기준이 되는 것은 ‘평(坪)’수다. 반면 미국·캐나다·영국 등 서구의 아파트는 침실(Bedroom) 개수가 크기의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침실의 크기가 거의 비슷해 침실 수로 대략의 면적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세분화해 전체 방(room) 수와 침실 수 및 화장실 수로 구분해 표시하기도 한다.

대체로 스튜디오는 600제곱피트(square feet) 이하이며 1베드룸은 500~1,000제곱피트, 2베드룸은 900~1,500제곱피트, 3베드룸은 1,400~2,200제곱피트, 4베드룸은 2,000~3,000제곱피트 정도다. 우리나라의 35평형은 대략 1,300sf로 2베드룸 면적과 비슷하다. 맨해튼 아파트의 경우 제곱피트당 1,400~1,500달러면 고급 콘도에 들어간다.

뉴욕에 이어 아파트값이 두 번째로 비싼 도시는 영국의 런던. 도심에 인접한 부촌인 사우스켄싱턴(2구역)의 2베드룸 아파트(플랫)의 가격은 무려 17억5,000만 원(약 90만 파운드)이다.

런던, 도심에 가까울수록 집값 비싸

런던은 시내 중심을 기점으로 도넛을 그리며 1구역(zone)부터 6구역으로 나뉜다. 애초 1984년 런던의 교통체계를 정비하며 교통수단 및 운임을 구분하기 위한 기준으로 설정한 구역이지만, 구역에 따라 물가와 집값이 달라진다. 1구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광화문 격으로 주거용 건물이 거의 없는 오피스타운이다. 때문에 집값은 주거용 건물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2구역이 가장 비싸며, 외곽으로 나갈수록 집값이 낮아진다.

사우스켄싱턴 지역은 2구역 중에서도 최고급 쇼핑센터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인 하이드파크·그린파크가 인접해 있으며, 1구역과의 교통이 편리해 전통적으로 런던에서도 최고의 부촌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짧게는 50~60년, 길게는 200~300년 이상 된 오래된 건물로, 내부를 수리해 사는 경우가 많다. 시설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콘도와 비교하면 떨어지는 편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약 20만~30만 파운드, 3억~4억 원가량 더 비싸다.

런던의 부동산회사 호긴스 에드워드 앤 샵(Huggins Edward & Sharp)에서 감정사로 활동 중인 로빈 리 씨는 “동네마다 차이가 있어 뭐라고 딱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런던에서 주로 서민이 거주하는 주택 형태인 연립주택은 5억5,000만 원 선이며, 중상위층이 사는 반단독주택은 12억 원, 상류층의 주거형태인 단독주택은 약 20억 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설명한다. 런던도 학군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와 비슷해서, 학군이 좋은 지역은 인근지역보다 20~30%가량 비싸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의 밴쿠버, 호주의 시드니의 아파트는 위치와 학군, 경관에 따라 대략 10억~15억 원 사이에서 형성된다. 특히 항구도시인 시드니와 밴쿠버는 학군이나 동네보다 경관에 따라 집값이 2~1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인구 250만 명의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토론토·몬트리올과 함께 3대 도시다. 그러나 북미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도심공동화가 일어나지 않아 다운타운에도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으며, 오히려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는 다운타운 아파트가 도시 전체에서 가장 비싸다.

인구 증가와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2001년 이후 밴쿠버 부동산 가격은 상승폭이 큰 곳은 3~4배, 평균적으로는 2배 이상 올랐다. 지금은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없지만 가격 조정이 조금씩 이뤄지는 중이다.

캐나다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곽흥식 씨는 “캐나다의 집값이 서울보다 싼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말한다. 전반적으로는 서울보다 저렴하지만, 서울의 대치동이라고 할 수 있는 시드니 부촌의 가격은 서울의 강남 집값 못지않다는 것이다.

밴쿠버에서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은 바다와 얼마나 가까운지와 집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지 여부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밴쿠버 다운타운의 2베드룸 아파트(콘도)의 가격은 10억 원(120만 캐나다달러) 이상이다.

▶항구도시인 밴쿠버에서는 해변에 가까울수록 집값은 물론 물가도 비싸진다. 태평양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주택 재산세는 매년 집값의 1%를 내야 하기 때문에 10억 원짜리 집을 보유하고 있으면 세금만 한 해 1,000만 원에 달한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는 그곳에 산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러나 같은 건물이라고 해도 바다를 조망할 수 없는 2베드룸 아파트는 5억 원이면 살 수 있다.

밴쿠버에서 경관 다음으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역시 학군이다. 밴쿠버에서 학군이 가장 좋은 동네는 밴쿠버웨스트. 이 동네는 태평양을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가 없음에도 밴쿠버에서 다운타운 다음으로 집값이 비싸다.

30평 규모의 아파트가 약 70만 캐나다달러, 6억 원가량이다. 반면 웨스트밴쿠버 지역은 밴쿠버웨스트보다 학군은 떨어지지만, 전망이 좋은 집이 많아 밴쿠버웨스트 다음으로 집값이 비싼 동네로 쳐준다. 밴쿠버웨스트와 웨스트밴쿠버 모두 전형적인 주택가로, 콘도보다 단독주택이 더 인기다.

호주 전체 인구 2,000만 명 가운데 4분의 1에 가까운 500만 명이 모여 살고 있는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 역시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항구도시인 만큼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호주부동산모니터(APM)와 호주통계국(ABS)에 따르면 2006년 현재 시드니 전역의 2베드룸(30평형) 아파트 평균가격은 35만2,000호주달러(2억5,600만 원) 선. 시드니 전역의 중급 단독주택 평균가격은 52만 호주달러(약 3억7,800만 원)이다.

그러나 고직순 이스트우드리얼리티 사장은 “시드니의 경우 광역지역까지 합치면 서울의 3배에 달할 만큼 넓다”며 “평균가격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시드니 내에서도 지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바닷가 조망이 가능한 모스 만 일대 최고급 아파트는 최소 200만 호주달러(약 15억 원)에서 시작해 600~700만 호주달러 선이다. 단독주택은 700만 호주달러에서 시작해 2,000만 호주달러에 달한다.

시드니에서 모스 만 일대가 서울의 성북동이나 평창동과 같은 전통적 부촌이라면 노스쇼 지역은 서울의 대치동 격인 동네다. 유명한 사립학교가 많아 학군이 좋은 동네로 꼽힌다. 시드니 지하철 노선 중 5개 노선이 이 지역을 지나 교통도 편리하다. 때문에 이 지역의 집값은 시드니 평균가격의 2배 이상이다.

단독주택이 100만~300만 호주달러 수준이며, 2베드룸 아파트(약 30평)가 50만~60만 호주달러, 3베드룸(약 35~45평)은 60만~100만 호주달러 선이다. 고소득층 주거단지인 만큼 주민은 영국계나 유럽계 백인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한 아시아계 주민의 비율도 느는 추세다. 대부분 20~30년 상환 조건의 장기 모기지론으로 구입한다.

호주에서는 아직 단독주택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고 가격도 비싸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을 살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거나, 단독주택을 관리하기 힘든 노인층이 주로 아파트에 주거한다. 그러나 고직순 사장은 “호주에서도 최근 아파트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축주택 물량 중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비율이 7:3이었으나 2004~05년부터 5:5수준으로 아파트 신축 물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과 가장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값을 보이는 도시는 로스앤젤레스다. 물론 부호들이 사는 베벌리힐스의 대저택은 예외로 하고, 중산층이 거주하는 35평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로스앤젤레스에서 2베드룸 아파트 가격은 40만~200만 달러 사이에서 형성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중산층이 가장 선호하는 동네는 다운타운 인근에 형성된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인 윌셔가(街). 뉴욕으로 치면 맨해튼과 같은 곳으로, 로스앤젤레스의 경제 중심지이자 교통 중심지다. 다운타운은 물론 로스앤젤레스 최대 쇼핑거리인 로데오거리, 로스앤젤레스 최대 명문 대학인 UC로스앤젤레스 등과 두루 가깝다.

심상현 뉴스타부동산 부사장은 “윌셔가는 고급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2베드룸 아파트가 드물지만, 대략 135만 달러(약 13억 원) 선에서 거래된다”고 말한다. 면적 대비 가격은 대치동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시설을 천양지차다. 심 부사장의 설명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대략 100만 달러 이상이면 고급아파트로 칩니다. 수영장·헬스장 등 웬만한 편의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추가 비용을 내면 세탁·청소 등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대부분 받을 수 있죠.”

심 부사장은 “미국에서 고급 아파트는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아파트마다 입주자들로 구성된 HOA(Home Owner Association)가 구성돼 있어 이들의 승인이 있어야만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윌셔가에서도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레밍턴 콘도를 구매하려고 했으나 이 아파트 HOA가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윌셔가의 단점은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인근인 탓에 학군이 좋지 못하고 주위에 유흥가가 많다는 점이다. 자녀를 둔 가족이 살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때문에 윌셔가의 주민은 대부분 다운타운에 회사가 있는 직장인이나 부유한 은퇴 노인들이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보다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학령기 자녀가 있는 주민은 다운타운보다 웨스트우드 등 인근 위성도시에 거주한다. 특히 웨스트우드는 인구 12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공립 중·고등학교가 웬만한 사립학교보다 우수할 정도로 학군이 좋아 집값이 비싼 동네로 유명하다. 4베드룸(3,000제곱피트) 단독주택이 100만 달러 수준에서 거래된다.

1980년대 후반 거품경제 시절, 일본이 도쿄(東京)의 왕궁 땅을 팔면 미국의 캘리포니아주(州)를 살 수 있다고 했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었다. 도쿄의 ‘살인 물가’ 중 가장 ‘살인적인’ 것이 땅값·집값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살인적이라던 도쿄의 집값은 서울에 비하면 매우 ‘저렴’해졌다.

▶런던에서 주로 서민이 주거하는 형태인 연립주택. 동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5억5,000만 원 선이다.

“도쿄 35평 아파트 7억 원, 서울보다 싸다”

도쿄의 미나토(港)구는 서울 강남구 같은 곳이다.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고 우리나라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비슷한 고층 아파트(맨션)가 많다. 미나토구 시바우라(芝浦)의 ‘아일랜드 그로부 타워’의 30평(3LDK) 아파트가 8,805만 엔, 약 6억9,000만 원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아파트 평수는 우리와 달리 공용면적이나 베란다 등을 포함하지 않은 실평수를 말한다.

이 맨션은 입주자 전용 파티룸·피트니스클럽·편의점·미니축구장 등 부대시설을 완비한 것은 물론 1층 로비에는 안내원·경비요원·방재요원이 상주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타워팰리스 수준인 주상복합 아파트의 35평형이 7억 원에 불과한 셈이다.

도쿄 역시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3LDK 아파트가 3,000만 엔(약 2억3,000만 원)에서 7,000만 엔(약 5억4,000만 원) 선이다. 1억 엔이 넘는 아파트는 ‘옥션’이라고 부를 만큼 고급 아파트로 쳐 준다. 우리의 아파트를 일본에서는 맨션이라고 부르는데, 옥션이란 우리말 억(億)이 ‘옥’으로 발음되는 데서 온 말이다.

‘LDK’는 일본에서 집의 규모를 나타내는 독특한 표기법으로, 3LDK는 ‘방 3개와 거실·식당·부엌’을 의미한다. 부엌과 거실이 한공간에 있는 아파트는 ‘3DK’로 표기하는 식이다. 3LDK 아파트는 평수와 상관없이 일본에서 가장 ‘기본’적인 아파트 구조로 통한다.

“도쿄에서도 인기지역은 있지만 서울처럼 특정지역에 편중되는 경향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부동산114 제휴 업체인 일본 리얼웹 이민주 중개인의 말이다. 우리나라의 대치동 격인 동네가 도쿄로 치면 시바우라와 시나가와(品川)이지만, 서울의 강남과 강북처럼 집값이 동네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흔히 도쿄에서 가장 비싼 동네로 알려진 록본기(六本木) 지역은 록본기 힐스를 개발한 모리빌딩에서 같은 지역에 지은 레지던트 맨션 때문입니다. 연예인이나 유명 정보기술(IT)벤처 기업인들이 입주하면서 유명해졌죠.

평당 1,000만 엔 선인 것으로 얘기되는데 매물 자체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가격은 말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록본기 레지던트는 특이한 경우로, 도쿄의 평균적인 맨션 가격이 형성된 지역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씨는 “한국의 평수 개념으로 치면 도쿄가 더 싸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래 땅값이 우리나라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일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아파트 가격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10년 전의 2분의 1에서 3분의 1수준”이라며 “지방을 비롯한 전반적인 집값은 일본이 아직 비싸지만, 강남으로 대표되는 고급 아파트값은 확실히 한국과 일본이 역전됐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민간 아파트 한국보다 비싸

최근 우리나라에 ‘반값 아파트’ 논쟁을 불붙인 진원지는 싱가포르다. 인구 약 400만 명이 서울과 부천시를 합친 만큼의 국토에 모여 사는 고밀도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흔히 ‘내집마련 걱정이 없는’ 나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주택보급률이 102.2%임에도 자가점유율이 54.2%에 불과한 반면, 싱가포르는 주택보급률 112.6%에 자가점유율이 92.3%다. 국민의 92.3%가 자신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는 500만 원만 있어도 30평형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다. 진짜 그럴까?

싱가포르의 주택은 크게 HDB라고 불리는 공공주택과 민간주택으로 나뉜다. 싱가포르 국민의 86%가 공공주택에 산다.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은 35% 내외다. HDB는 우리나라 주공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청(HDB,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에서 공급하는 주택이다. HDB는 1960년대 설립 이후 모든 싱가포르 국민이 자기 집을 소유하는 것을 목표로 균질의 아파트를 대량공급하는 정책을 폈다.

싱가포르에서는 모든 기혼자와 미혼이어도 35세 이상인 국민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주택 구입자는 1차적으로 사회보장성 저축인 중앙연금준비기금(CPF, Central Provident Fund)을 통해, 부족할 경우에는 HDB로부터 주택가격의 80%까지 낮은 이자율(실질금리 1% 미만)로 융자받을 수 있다.

3베드룸(150㎡) HDB 아파트의 일반적인 가격은 30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8,000만 원) 수준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싱가포르 국민은 생애 최초 주택을 HDB로 시작한다. HDB 신규 주택 구입자가 5년 이내에 주택을 팔고자 할 때는 시중에는 판매할 수 없고, HDB에만 시중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최소한 5년 이상 보유한다. 5년 이후에는 시중에 팔 수 있는데, 이때 대개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는다. 시세차익의 10~15%는 HDB에서 환수한다. 국민은 일생 동안 단 2회만 HDB 구입이 가능하다.

HDB 주택은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첫째 목표이기 때문에 주거의 질 측면에서는 민간주택과 비교해 매우 떨어진다. 건폐율에 여유를 두지 않고 고층으로 지어 올려 단지가 빽빽할 뿐만 아니라 지상에 어린이 놀이터도 배치하지 못할 정도의 고밀도 개발은 기본이다.

돈 많이 드는 지하 주차장 대신 지상에 주차빌딩을 지으며, 아파트 내부에는 발코니도 없다. 중산층이 거주하기에는 소박하다 못해 열악한 주거환경이다.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도 월소득이 1만 달러 이상인 중산층은 5년 후 민간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다운타운의 인접한 민간 아파트는 HDB의 10배 가까이 돼 민간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는 국민은 현실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런던 상위층의 주거 형태인 단독주택으로 20억 원 선이다.

소득 대비 아파트값, 한국이 가장 비싸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민간 아파트는 도심인 카스카덴 지역에 위치한 고급 콘도미니엄. 화려한 대규모 쇼핑센터가 약 2km 구간에 늘어선 오차드로드 한 끝에 위치한 이 지역의 2베드룸 아파트는 무려 230만 싱가포르달러. 약 14억 원으로 같은 규모의 대치동 아파트보다도 비싸다.

비즈니스와 쇼핑 중심가에 위치해 외국 상사 직원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카스카덴 외에도 다운타운에 인접한 2베드룸 민간 아파트는 대부분 12억 원 선에서 거래된다.

“가격만 놓고 보면 세계 대도시와 비교해 대치동 아파트는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각 도시에서, 또 같은 가격의 아파트에서 누리는 삶의 질을 비교하면 서울이 형편없이 낮다고 할 수 있죠.

아닌 말로 대치동 35평 아파트가 12억5,000만 원이라고 하는데, 그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 무엇이 있습니까? 밴쿠버와 같은 경관이 있습니까? 아니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의 고급 콘도에서 누릴 수 있는 호텔급 서비스가 있습니까?”

한정윤 하나은행 글로벌 프리미어센터 지점장의 말이다. 그는 “절대적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의 집값이 아직 싼 것처럼 보이지만, 생활 수준이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턱없이 비싼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각 도시의 집값을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눠 보면 대한민국의 아파트값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비싼지 확연히 드러난다. 대치동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2005년 1인당 GDP(1만6,306달러)의 무려 83배다. 반면 아파트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맨해튼의 아파트값은 미국인 1인당 GDP의 56배에 불과하다.

소득대비 아파트값이 그 다음으로 높은 도시는 싱가포르로 55배다. 런던은 48배, 시드니 44배, 로스앤젤레스 32배, 밴쿠버가 29배로 뒤를 잇는다. 한때 살인적 집값으로 악명 높았던 도쿄는 1인당 GDP 대비 집값이 21배밖에 안 돼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저렴한 도시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의 질을 따져도 세계적 대도시 중 대치동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의 아파트는 런던 정도에 불과하다. 뉴욕을 비롯한 로스앤젤레스·밴쿠버 등 서구의 ‘고급 콘도미니엄’으로 불리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대리석 등 최고급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호텔급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치동 35평 아파트를 팔았을 때 각 도시에서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집은 어느 수준일까? 뉴욕의 경우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 채 못 걸리는 20마일 정도 떨어진 작은 해변도시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에서 대지 170평, 건평 60평에 침실 4개, 욕실 3개 그리고 풀장이 딸린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런던에서는 역시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런던 서남부 윔블던 지역에서 침실 2개짜리 아파트 혹은 뉴말든 지역에서 어렵지 않게 침실 4개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도쿄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여의도 격인 도쿄 치요다(千代田)구에서 최고급 아파트인 파크코트 맨션의 30평대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치요다구는 총리 관저, 국회의사당 등이 입지한 도쿄의 최중심부이지만, 녹지 등이 많아 여의도와 달리 생활이 매우 편리하며 치안 또한 도쿄에서 최고로 좋은 동네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