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요? 연 2%이던 대출 이자는 5%로 올랐고, 갚아야 할 원금도 원화로 따지면 두 배(40억원) 가까이 불어났어요. 그 바람에 매달 물어야 하는 이자 부담만 거의 5배가 됐지요." 최씨는 "그나마 5% 금리도 다른 엔화 대출자에 비하면 낮은 편"이라면서 "이자도 못내 허덕이는데, 대출금 원금까지 갚으라고 한다면 사업체를 완전히 정리해도 다 갚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엔화 환율이 낮을 때 엔화 대출을 끌어다 쓴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에, 설상가상으로 엔화 대출금리까지 뛰어 두 번 울고 있다.

◆풀려나간 엔화 대출

10월 말 기준으로 국민·기업·신한·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엔화 대출 잔액은 7872억엔. 엔화 환율이 100엔당 700~800원대이던 지난 2006~2007년에 중소기업, 자영업자, 의사 등을 중심으로 값싼 엔화 자금을 빌려 쓰는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말 99억4000만달러이던 전체 엔화 대출은 2006년 말 150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2007년 8월 한은이 실수요자들에게만 대출하도록 제동을 걸면서 최근 139억2000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최근 엔화 환율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엔화 대출자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5일 엔화 환율은 100엔당 1559.0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100엔당 828.33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엔화 환율은 IMF 외환위기 때도 1150원을 넘지 않았다. 엔화 대출자들에게 요즘은 IMF 당시보다 더 심각한 '환란'이다.

◆엔화 대출금리도 껑충

환율만 오른 게 아니고 엔화 대출금리도 껑충 올랐다. 경기도 분당에서 무역업을 하는 김성웅(68)씨는 "엔화 대출의 만기가 돌아와 연장하려니 은행에서 연 3% 안팎으로 내던 이자를 연 8% 이상 내라고 한다"면서 "엔화 대출을 못 갚아 공장 문 닫을 지경에 놓인 사람이 주변에 꽤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하반기에 연 2%대이던 엔화 대출 금리는 최근 연 7~8%대로 올랐다.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0%에 가깝지만,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통하면서 엔화를 구해오는 비용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책도 없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가 당장 내놓을 만한 대책도 마땅히 없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과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55.2%가 외화대출을 사용하고, 그 중 15.5%는 엔화 대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엔화 대출의 상환 기한을 1년 더 연장해주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급증한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흑자도산의 우려는 여전히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윤덕룡 선임연구위원은 "(엔화 환율을 진정시키려면) 일본과의 원화-엔화 통화스와프(swap·국가 간 통화 맞교환) 한도를 늘리는 등 다각도로 엔화 조달 창구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