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에 유탄 맞은 오산·용인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7-06-08 14:58 

‘신도시 만들자고 기존도시 죽이나.’ 정부가 경기 화성시 동탄면 연천·청계·신·방교리 일대 660만평을 동탄2 신도시로 지정하면서 인접한 오산시와 용인시 지역 380만평을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하려 하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산시의 경우 올초 중앙정부가 도시계획변경안을 승인해놓고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한다면 행정의 일관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들 인접지역에 대해 투기와 난개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8일 오산시와 용인시 등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지난 1일 동탄2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개발행위 제한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오산시 은계·오산·부산·원동(87만평)과 용인시 기흥구 농서·고매동(170만평), 용인시 남사면 통삼·북리(120만평) 등을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을 통보했다.

건교부는 신도시 예정지 인근에 대해 개발행위허가의 제한, 시가화 조정구역 지정 등 토지 이용 규제를 대폭 강화해 개발 이익에 대한 기대 자체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들 지역에 건축과 토지형질변경 등 일체의 개발행위를 5년간 불허하고 그 이후에도 최장 20년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수준으로 개발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정부가 지자체를 무시한 전형적인 밀어붙이기 행정을 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가 추진 중인 각종 지역개발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오산시의 경우 총 87만평이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오산시는 지난 1월 ‘2020년 오산시 도시기본 계획’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이 지역에 각종 개발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오산시는 부산동 일대 27만5000평에 첨단산업 기업, 컨벤션 센터, 쇼핑몰 등을 짓는 ‘대기업 타운’을 추진 중이다. 또 인근 부산1구역에는 7만4000평 규모로 연구개발(R&D)센터, 벤쳐타운, 연수원, 공동주택 등이 들어가는 R&D 복합단지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오산동지역 3만2000여 평에 890가구 규모의 아파트단지 건립도 추진 중이었다.

오산시는 이기하 시장이 지난 5일 건교부를 직접 방문해 개발행위 허가 제한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신도시 지정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작업이긴 하지만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지역을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신도시 만들려고 기존 도시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건교부는 오산시와 협의를 해 이미 계획이 세워져 개발이 추진되는 사업지는 개발행위제한지역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오산시를 거쳐 동탄으로 들어가는 광역교통망 건설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시의회도 지난 5일 개발행위제한지역 지정 방침을 철회할 것을 결의하고 경기도와 건교부에 결의문을 전달했다.

용인시의 경우 건교부가 개발행위제한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지역 대부분이 녹지지역이다. 하지만 기흥저수지 유원지 조성사업(80만평)과 남사면 북리 유통단지(15만평) 건설 등 숙원사업이 해당지역에 계획돼 있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서정인 용인시 도시과장은 “화성시에다 신도시를 만들면서 남의 땅인 용인시에 개발제한구역을 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며 “개발행위제한구역으로 예정된 지역을 모두 제외시켜 줄 것을 건교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신도시기획팀 관계자는 “개발행위제한은 주민공람과 의견 청취 등을 한 뒤 중앙도시계획위원회가 결정하게 돼 있어 자연스럽게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