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00ｍ, 100층에 이르는 용산역 인근의 랜드마크 타워를 중심으로 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이 참여자 간 내홍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대주주 격인 코레일ㆍ롯데관광개발 측과 삼성물산을 비롯한 건설투자자 간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시행업무를 맡고 있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주식회사(PFV) 이사회는 올해 필요한 자금 1조원을 대출받기 위해 삼성물산 등 건설투자자(CI)들이 지급보증을 서라는 공문을 보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이 주축인 드림허브 이사회가 건설사 지급보증으로 자금난을 타개해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물산 등 총 17개 건설투자자들은 각 회사 대표이사 명의로 일제히 연판장을 돌려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 같은 초대형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신 건설투자자들은 주주 증자로 자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증자를 하면 기존 주주 지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드림허브 주도권을 자금 여력이 큰 삼성 측이 거머쥐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 코레일 "건설사 지급보증하라"

= 주요 투자자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사업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드림허브는 지난달 토지 계약금 일부와 중도금까지 총 7010억원을 내지 못했고, 내년까지 내야 하는 돈을 합하면 총 4조원에 이른다. 내분은 각자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지분 25.0%)이나 롯데관광개발(15.1%), KB(10.0%) 등 비건설사 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건설사들에 대출 지급보증을 서라고 종용했다. 지급보증을 많이 선 건설사에 그만큼 시공권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시공권을 받는 건설사가 사업에 좀 더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투자 수익과는 별도로 시공권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공사비만 총 9조원에 이른다. 예를 들어 건설사 지분 중에서 32%(전체 지분 중 6.4%)를 확보한 삼성물산은 2조8800억원 규모 공사물량을 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다른 주주들과 달리 건설사들은 각종 개발사업에서 지급보증을 서고 시공권을 배분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물산 "증자해야"

= 건설투자자들은 지급보증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용산 개발은 규모가 천문학적이고 기간도 오래 걸려 지급보증을 하라는 것은 건설사들에 무한책임을 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급보증을 결정한 이사회도 삼성물산 측 이사가 빠진 상태에서 열려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그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급보증까지 요구하자 증자를 통해 아예 사업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대주주인 공기업 코레일을 제외하면 삼성그룹사(14.5%)는 롯데관광개발과 미미한 지분 차이로 3위에 머물고 있다. 자금 여력이 없는 회사나 금융사들이 증자에서 실권하면 삼성 측이 지분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녀 이부진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에버랜드가 용산 개발에서 조경사업 등에 깊이 관여하고 있고 이 전무가 최근 삼성물산 경영에 관심을 높이는 점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예상치 못한 이유로 비용이 늘어난 데 대해선 주주들이 공동으로 증자에 참여해 자금을 마련하자는 취지"라며 "지분을 늘리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급보증 방안에 대해 건설사들이 연판장까지 돌리며 반발하자 양측 간 충돌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코레일은 최근 허준영 사장 명의로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이사에게 공문을 보냈다. 허 사장은 공문에서 "컨소시엄 대표사이자 용산역세권 개발 최대주주인 귀사(삼성물산)가 앞장서서 지급보증 거부 의견을 표명하는 내용으로 건설출자사 연명서한을 보낸 데 대해 심히 염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명성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계약을 연이어 두 차례나 이행하지 않는 태도 등은 국민에게 성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걸 기자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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