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의무제 무리한 운용 논란

"임대주택 건축비 줄테니 고급주택 지어서 넘기라니...조합원이 무슨 봉인가요."

개발이익환수를 위해 도입된 임대주택 의무제가 조합원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강요하고 있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주체인 조합은 늘어나는 용적률 중 일정비율을 임대주택으로 지어 공공기관에 매도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매도가격이 실제 공사비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건설교통부 등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어 지방자치단체나 주택공사에 매도하는 가격은 ‘2004년 표준건축비’에 준해 결정된다.

표준건축비는 공공 임재주택을 짓는데 기준에 되는 건축비로 건교부는 통상 2년마다 인건비, 자재비, 물가 등을 감안해 이를 새로 고시해 왔다.

건교부는 그러나 임대주택 보증금과 분양전환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해 지난 3년간 표준건축비를 손대지 않았다.

2004년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표준건축비는 전용면적과 층고에 따라 3.3㎡당 최저 275만6000원(11-15층 60㎡ 초과)에서 최고 307만6000원(6-10층 40㎡ 초과 ～ 50㎡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표준건축비는 조합들이 짓는 실제 임대아파트 건축비에 비해 턱없이 적게 책정돼 조합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특히, 뉴타운 등 재개발지역에 짓는 임대아파트도 일반분양 수준의 마감대로 짓도록 조합에 공문을 보내 행정지도를 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 임대주택 입주민들이 마감재 개선 등 민원을 제기해와 기존 임대아파트도 수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조합의 매수협의를 할 때 새로 짓는 재개발 임대주택은 일반아파트 수준으로 짓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합은 일반분양주택 수준으로 짓고도 임대아파트 건축비(표준건축비)만 받고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 셈이다.

실례로 가재울 뉴타운3구역의 경우 시공사와 맺은 계약서 상에는 3.3㎡당 평균 건축비는 360만5000원에 달한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에 적용되는 표준건축비는 3.3㎡당 평균 284만5000원어서 시공사에 주는 건축비와 76만원의 차이가 난다.

조합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등을 포함한 임대주택 전체 연면적은 6만1033㎡여서 총 140억원 정도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3구역에는 39㎡ 556가구, 47㎡ 73가구 등 총 629가구의 임대주택이 지어진다.

이에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에서 맡아야하는 임대주택 사업을 조합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개발 조합원은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하면서 추가 부담금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원에 달해 원주민들은 새 아파트에 입주도 못할 지경”이라며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원주민을 쫓아내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